메르스가 한창 유행일 때, 마스크를 쓰고 다닌적이 있었다. 버스안에 타있는 나를 어느 할아버지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별 유난을 떠네" 라고 한 마디를 던졌다.
한국에서 유난스럽게 구는 것은 죄악이다. 회사에서 회식을 하면 1차 전체회식이 끝나면 여자들은 돌아가고 남자들이 2차를 간다. 나도 슬그머니 여자들 사이에 끼어서 집에 가려고 하면 남자들이 핀잔을 준다. "어딜 도망가려고 그래, 이것도 사회생활이야. 우리들은 가정이 없어서 늦게 가는줄 알아?" 이런 경우도 있다. 회사에서 여름에 보신탕을 먹으러 간다. 여자들과 같이 삼계탕을 시키고 먹노라면, 또 핀잔이 시작된다. "넌 또 왜 삼계탕이야" 나는 몸보신도 한국의 문화고, 개를 먹는 사람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한적이 없는데 숫제 시비다.
박노자라는 학자가 쓴 칼럼에서 "한국의 비공식적인 국시는 전국의 병영화"라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군인에게는 개성이 없다. 개성을 살리고자 군모에 뱃지를 달수도 없고, 채식주의자라고 별도의 식사를 요구하는 것도 금지되어있다. 상당히 통제하기 쉬운 방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한가지의 목적을 위해 불편하더라도 같은 곳에서 같은 생활을 강요당한다.
군대를 나와서도 이런 생활에 맛들였는지(특히 복잡한 인사관리를 싫어하는 지도층이) 획일화된 행동양식을 강제할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럴 경우 피해자가 되는 것은 살기 위해서 유난스럽게 구는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소수자들, 여성, 장애인, 종교인, 기타 남들과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
여직원은 남직원처럼 함부로 대할 수 없고(술취했다고 택시 안에 대강 쳐넣고 보내면 큰일난다), 출장 때 상사와 같은 방을 쓰지 못하니 방을 따로 잡아줘야 한다. 운전도 못해서 어디 외근도 못보내고, 갑자기 창고에서 사람이 필요해도 힘을 못쓰니 보내지 못한다. 그리고 생리휴가라는걸 쓰고, 결혼하여 육아를 하기 위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잦아 안정적으로 업무를 보지 못한다. 이들은 여자로 태어나서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특성이나 또는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특성으로 인해 유별나지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 유별남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이해받지 못한다.
할랄푸드밖에 먹지 못하는 파키스탄 친구와 함께 밥을 먹으러다니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퀴어 축제에서 게이들이 키스를 하는 장면을 보는 것 또한 생소하고 불쾌한 일이다. 하지만 무슬림도 밥은 먹어야 하고, 게이들도 사랑은 해야 한다. 그들은 유별나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게 사는데 수반되는 불편함을 배려로써,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으로써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남들과 다름으로써 생기는 불편함을 전혀 감수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유별나게 굴면 안되고, 자신의 개성을 들어내서도 안된다. 출장을 보내야 하는 직군은 전부 남자로 뽑고, 깐깐하고 원칙대로 한다는 이상한 신념이 있는 경리직은 여자만 뽑는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중국 공산당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부러워 한다.
모두들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람이 전부 같지는 않기에. 서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불편해 하며 참아가며 살고있다. 왜 우리는 참고 살아야만 하는가?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고도 경제성장기였던 예전이라면 다소 희생해서라도 주어지는 경제적인 풍요가 있으니 그렇게 살아왔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저성장시대 아닌가? 어차피 풍족하게 누리지 못할 바에야, 내가 원하는 것을 갖고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사람의 심리이고, 인내하고 참는다고 예전같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안다. 이젠 좀 유별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