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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리
너나 나나 시작이나 할 성싶던 게 엊그제 같아
이렇게 벌써 끝나버리는 건가 싶게도 우린 마주 잡은 손을 놓았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만지고
영원토록 순순히 풀려갈 거라 믿었는데
우리였는지
아니면 그런 것처럼 보인 서로였는지
제 쪽으로 잡아당기다 못해
닦아내 버렸어
사랑했는데
정말이었는데
내 눈물은 오직 네 뺨으로 닦아내었는데
함부로
그리고 한없이
내게 풀려왔었던
너를 속으로만 감고 또 감고
눈은 감고 또 감고
이런저런 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던 우리였더라
이렇게 부드러운데 설마 베이기야 하겠나 싶어 서로를 잡아채기도 여러 번
한눈에 알아봤지 우리
서로에 이끌려
영혼처럼 순수한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오직 너여야만
했는지 혹은 날 닮은 너였었는지
내 마음에 자리하기도 전에
뜯겨나갔어
슬퍼했는데
그리워했는데
내 원망 다 감싸고도 남을 너였는데
여전히
하지만 이대로
네게 이끌려가는
나를 말리고 또 말리고
마음은 달리고 또 달리고
드르륵 하며 빈 기둥만 돌아가는 소리
난데없는
그 소리를 듣고
속절없이
내 가슴을 뜯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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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도 이미 한 칸 뜯겨져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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