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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믿음 전도사
게시물ID : panic_975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리스마스
추천 : 7
조회수 : 120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12/31 19: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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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영희가 유명세를 탄 것은 어느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나서부터였다
자신을 믿으세요.”
영희는 평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을 그대로 했을 뿐이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열광적이었다.
암이 나았다.
이혼 직전이던 와이프와 화해를 했다.
아들이 입시에 붙었다.
좋아하는 여자와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간증이 매일같이 쏟아졌다.
영희는 일약 전국구 스타가 되었다. 그전까지 운영하던 작은 상담소는 돈을 다발로 싸들고 가도 며칠 기다려야 하는 명소가 되었다.
에이 설마.”
자기 자신조차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점점 현실이 되었다.
평생을 벌어도 구경 못할 돈이 매일같이 눈앞에 쏟아졌다. 사람들은 단지 영희의 한 마디를 듣기 위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이겨낼 수 있습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그 여자도 성영 씨를 좋아하게 될 거에요. 자신을 믿으세요.”
곧 사업이 좋아질 겁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미칠 듯이 기뻤다.
여태까지의 고생에 대한 보답을 받는 것 같았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구원 받는 사람들을 보는 것에 행복이 느껴졌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영희는 피곤해졌다.
매일 수백 명이 넘는 사람과 상담을 했지만, 다음날이 되면 똑같은 수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영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영희의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 같았다.
문득, 영희는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자신은 신이 아니다.
아무리 자기 자신을 믿는다 해도, 이룰 수 없는 것들이 이 세상에는 있다. 연일 쏟아지는 극찬과 사람들의 반응에 묻혔지만, 과연 이 사람들은 전부 자신의 소원을 이뤘을까?
그리고 영희의 불안은 현실로 다가왔다.
저 사기꾼 같은 년. 저년이 내 남편을 죽였어.”
어느 날 아침 나이든 아줌마 하나가 영희의 머리채를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이거 왜 이러세요. 제가 뭘 잘못 했다고 그래요?”
주변 사람들이 말려준 덕분에 아무 일도 없었지만, 영희는 큰 충격에 빠졌다. 하루 종일 상담도 하지 않고, 가만히 사무실에 앉아 곰곰이 생각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상담 기록을 뒤져봤다.
말기 암 환자인 남편을 집에서 간병해도 되겠냐는 상담이었다.
영희는 자신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자신이 하는 대답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자신을 믿으세요.”
그날 이후로 영희는 종종 자신을 위협하는 상황들과 마주쳤다. 물건을 휘두르는 사람도 있었고, 전화로 욕설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사무실에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안전하다고 믿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소리를 지르며 경찰에 항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주변의 비웃음뿐이었다.
저기 저 구치소에 있는 사람 보이죠? 저 사람 영희 씨 말만 믿고 자기 여자 친구를 강간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하면 여자 친구 마음이 돌아올 거라고 그렇게 믿었던 모양이에요.”
영희는 도망치듯 경찰서에서 나와 집으로 갔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상담소에 출근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집에 틀어 박혀 자신을 다독거렸다.
괜찮아. 자기 자신을 믿으면 돼.”
이 또한 다 지나 갈 거야.”
그렇게 자기 자신을 감췄지만, 세상은 영희를 가만 두지 않았다.
“NBC 기자입니다. 죄송하지만 말씀 좀 듣고 싶은 데요.”
한 마디만 해 주시면 됩니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TV에서는 연일 영희의 사기극에 대해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해 떠들고 있었다.
피의자들은 모두 이러한 범죄들을 저지르기까지 부족했던 용기를 강영희 씨를 통해 받았다고 진술했는데요, 이런 경우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 혹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요소가 있는지 전문가 선생님을 오늘 모셨습니다.”
, 이런 경우에는 여러 가지 많은 상황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영희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 줬던 TV는 더 이상 영희의 편이 아니었다. 구름처럼 몰려들어 영희를 떠받들던 사람들은 어느 새 광적인 사기꾼의 피해자가 되어 있었다.
영희의 가족들은 사람들을 피해 뿔뿔이 흩어졌다. 친구들과 연인들 역시 사람들의 질책이 두려워 영희를 모른 척 했다.
자신을 믿어 주는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자, 영희는 아파타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바람에 몸을 맡겼다.
자신을 믿어야 해.”
떨어지면서 영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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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어떻게 하는게 가독성이 좋을까요 ㅠ_-
인터넷은 뭘 해도 보기 불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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