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사내의 걸음걸이 바지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은체 넘어질듯 아슬한 곡예를 보이며 어둠이 눅눅한 거리를 흘러간다. 빨간집들이 그의 주머니를 조롱한다. 드르륵 문여는 소리가 거슬리듯 익숙하다. 히죽거리는 노파 뒷켠에 노골적으로 짜증을 드러내는 젊은 아가씨가 있는 듯하다. 그는 눈을 한번 흘깃하고는 이내 노파의 뒤를 밟는다. 돈을 셈하는 노파와 스치듯 지나치는 여인, 속옷을 걷어내는 그녀의 표정에 거리낌이라고는 눈씻고 찾아 봐도 없다. 무시하는 쪽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서로 알 길 없다. 주섬주섬 버려지듯 팽겨쳐진 옷가지를 여미며 이내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보는 그의 시선이 다른 사내에게 달려드는 노파의 뒷모습과 화장을 고치는 여인에게 잠시 머물다 이내 검푸른 어둠속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