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몸이 좋지 않았고 그래도 잘 먹고 여기저기 참견하던 녀석인데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다리 힘이 빠지더니 갔다. 멀리. 어제부터 화장실도 안 가고 강제 급여도 거부하더니 새벽 4시, 내가 왜 갑자기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나를 쳐다보는 내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으니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소리를 냈다. 고통스러운 느낌. 몇 차례 울음 후에 품에서 벗어나려 기에 내려주니 또 몇 차례 발버둥과 허우적거림. 비명, 가뿐 숨, 그리고 토. 안녕, 내 고양이야. 네가 온 08년 5월 25일부터 함께한 9년 9개월 그 모든 날에서 단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내가 목을 매고 싶었던 그 날들에 네가 있어서 나는 오늘까지 숨을 쉴 수 있었고, 내가 아파 힘든 밤을 보낼 때 머리 맡에서 나를 지켜봐준 단 하나의 생명이 바로 너였다. 따뜻한 볕 아래에서 나태하게 누워있는 걸 좋아하던 너에게 좋은 환경을 주지 못한 것, 먹는 걸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것저것 가리고 마음껏 주지 못한 것, 내가 마음이 아파 집에 와도 현실을 피해서 또 너를 외롭게 한 것, 그 모든게 나는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고 괴롭단다. ‘엄마 휴가니까 가더라도 29일에 가야되..’ 나는 그 말을 왜 했을까. 너는 그 와중에도 내 부탁을 들어주었구나. 그냥 네 멋데로 더 있다가 가지 그랬니.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하지? 그 세월동안 너는 내 삶의 모든 것이 되었고 네 털은 그 흔적은 내 모든 것에 묻어서 떼어도 떼어도 아마 계속 남지 않을까, 나는 그때마다 너를 기억하겠지. 이제 어떻게 하지. 해가 뜨면 전화를 하고 너는 정말 내 곁을 떠날텐데, 남은 우리는 다시 돌아올 이 집이 나무 고통스러울 것 같구나. 잘 가, 우리 준이.
이제 막 한 시간 되었어요 익명의 낯선 곳에 이런 이야기를 풀어 죄송해요 마음에 구멍이 생겼는데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위로나 그런 눈빛도 싫고, 근데 말하지 않으면 터질 것 같고. 동게의 모든 강아지와 고양이, 동물 친구들은 엄마 아빠 형 누나들과 헤어지지 말고 꼭 붙어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