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등 여러신하들이 건의했다.
"제후들을 모두 멸하여 그 땅에 처음으로 군현을 설치하였으나 연.제.형(荊.초나라) 땅은 모두 이곳에서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곳에 왕을 두어 다스리지 않으면 안정시킬 수 없습니다.
청컨대 황자들을 그곳의 왕으로 세우기를 청하오니 허락하시옵소서."
시황이 왕관 등이 건의한 내용을 군신들끼리 의논하도록 했다. 군신들은 모두 찬성했으나
정위 이사만이 반대하였다.
"주무왕이 은나라를 멸하고 주나라를 세웠을 때 무왕의 수많은 자제와 동성의 친족들을 분봉하여
각 나라의 제후로 봉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왕실과의 관계가 소원해 지고 서로 간에 싸움이 일어나 원수지간이 되고
심지어는 전쟁을 일으켜 정벌하고 서로 죽이기까지 했습니다만 주천자는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에 이르러 천하는 폐하의 조상들 신령에 힘입어 하나로 통일되어 모두가 군현이 되었습니다.
폐하의 자제들과 공신들에게는 걷어 들이는 부세로 큰 상을 내리신다면 그들을 어려움이 없이
다스릴 수 있습니다.
천하가 다른 뜻을 품지 않도록 함이 곧 천하를 안정시키는 방법입니다.
제후들을 세우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시황이 말했다.
"천하의 제후들이 쉬지 않고 싸움을 계속하여 백성들이 고통을 많이 받아왔음은
모두 제후들이 할거했기 때문이다.
조상들의 신령에 힘입어 천하를 처음으로 안정시켰는데 다시 제후들을 세운다면 그것은
곧 다시 전쟁의 씨앗을 심는 일과 같다.
그렇게 한다면 어찌 평화와 안녕을 얻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정위가 한 말이 옳다."
시황은 이사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래서 이사의 권세는 더욱 커졌다.
이사가 진나라의 승상이 되었다.
시황은 천하를 36군으로 나누고 각 군에는 수.위.감등의 벼슬을을 두었다. 백성들을 검수라고 바꾸어
부르게 하고 천하에 큰 잔치를 벌이게 하였다.
다시 천하의 병기를 거두어 함양에 모아놓고 녹여서 종과 악기를 만들고 다시 12개의 동상을 만들었는데 무게가 각각 1000 석으로 모두 궁전의 뜰 안에 세워 두었다.
법률과 도량형을 통일하고 수레와 그 폭을 표준화 시켰다.
또한 문자의 서체는 한 가지만 쓰도록 했다.
진나라의 영토는 동쪽으로는 바다에 이르러 조선에 닿고 서쪽으로는 임조와 강중에 이르렀고
남쪽으로는 북향호. 북쪽으로는 황하를 천연의 방어선으로 삼아 음산에서 요동에 이르렀다.
천하의 부호들을 모두 함양에 옮겨 살게 하여 그 호수가 무려 12만 호에 달했다.
이사는 시황에게 상주하여 시경.서경등 제자백가의 모든 서적을 불태우게 했다.
이러한 학문들이 저마다 자기의 설이 옳다고 하며 황제가 새로이 하려는 일을 비방한다는 명목이었다.
이사는 이 분서의 명령을 시행치 않는자들을 모조리 잡아다가 성을 쌓는 노역에 종사하게 하였다.
또한 모든 문자와 도량형을 통일하고 율령을 제정하였다.
이런일이 있은후에 이사의 권세와 영화가 극에 달했다.
이사의 장남 이유는 삼천군의 태수가 되었으며 여러 아들들은 모두 시황의 황녀들과 결혼 했고
딸들은 모두 시황의 황자들에게 시집갔다.
이사는 스승인 순경이 경고한 말.즉 "지나치게 성대한것을 경계하라"는 말이 생각났다.
"나는 일개 포의의 시골출신인데 이제 신하된자로서 나보다 높이 있는자가 없고
부귀영화는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그러나 사물이 발달함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다시 쇠락하기 마련이거늘
내가 돌아갈곳은 어디인줄 나도 모르겠다."
이사는 길이 탄식하였지만 스승의 경고는 곧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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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37년 시월이었다.
황제는 순행을 나가서 회계에서 노닐다가 바다로 향하여 해안을 경유하여 낭야에 당도했다.
승상이사는 중거부령겸 부새령 조고와 함께 황제를 수행했다.
시황은 20여명의 아들을 두고 있었는데 그중의 장자 부소가 여러번 황제에게 직간했으므로
황제는 이를 귀찮게 여겨서 그를 상군으로 보내어 장군 몽염의 군대를 감독하게 하였다.
원래 시황은 불로장생을 위해서 금석지재의 불사약을 오랫동안 복용하였다.
그래서 점차 건강이 상하였는데 이제 순행을 떠나기전에 중거부령 조고는 시황의 건강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조고는 원래 장자 부소와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고 또한 말자 호해가 어렸을때부터
조고에게서 법률과 형법등을 공부한 바가 있었기때문에 둘의 사이는 각별했다.
조고는 호해에게 이번 시황의 순행에 호종하라고 권유했다.
호해가 아버지 시황에게 순행에 호종할것을 청하였고 호해를 사랑하던 시황이 이를 허락했다.
그 외의 다른 아들들은 아무도 순행에 따라가지 못했다.
그해 7월에 진시황이 사구에 이르렀을때 병세가 위독했다.
시황은 조고를 시켜 황태자 부소에게 보내는 조서를 쓰게 하였다.
ㅡ군사는 장군 몽염에게 맡기고 부소는 함양으로 돌아와 나의 유해를 맞이하여 장례를 지내라.ㅡ
국서는 밀봉되었다.
그러나 그 국서가 사자의 손에 전해지기전에 시황이 붕어 하였다.
국서와 옥새는 아직 부새령 조고의 손에 있었다.
황제의 붕어를 아는 사람은 승상 이사와 부새령 조고.황자 호해.그리고 서너명의 내시들 뿐이었다.
조고와 이사는 변방 외지에서 국상을 발표했다가 변란이 일어날까 두려워서 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시황제의 유해는 온량거에 실려 급히 함양으로 향해 달렸다.
시황의 시신 옆에 내시를 동승시켜서 가는곳마다 황제의 수라상을 올리게 하고
모든 결재도 온량거 안에서 조고가 대신 하였다.
여름철이라 시신이 썪는 악취가 심했지만 조고는 전혀 미동도 하지않고 온량거에서 시황을 보필하는듯이 행동했다.
승상 이사는 시신이 부패하는 악취를 속이기 위해 온량거 뒤에 소금에 절인 생선을 실은 수레를 뒤따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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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고는 그 국서를 사자에게 주어 부소에게 보내지 않고 호해를 찾아가서 은밀히 말했다.,
"황제께서 붕어하실때 조서를 장자에게 내리셨습니다.
만약 부소가 와서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면 황자께서는 한치의 땅도 가질수 없습니다.
장차 어찌 하시겠습니까?"
호해가 대답 했다.
"그야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제가 듣건대 명군은 신하를 잘 알고 현부는 그 자식을 잘 안다고 했소.
부친께서 장자를 택하여 황제로 삼으시겠다고 하셨는데 내가 더 무슨 할말이 있겠소?"
"그렇지 않습니다.
황자께서 천하의 존망을 결정할수 있는 기회가 이 고 와 승상의 손 위에 있습니다.
무릇 남의 신하가 되는것과 남을 신하로 두는것이 어찌 같다고 할수 있습니까?
그러니 황자께서는 이 기회를 잘 도모해 보시기 바랍니다."
호해는 두려움에 자꾸 거절 하려 했지만 조고는 끊임없이 황제의 자리를 종용했다.
결국 호해는 결정을 하지 못하고 조고에게 모든것을 맡겨버리고 말았다.
호해 황자를 설득한 조고는 즉시로 승상 이사를 찾아갔다.
이사는 처음에 펄쩍뛰며 반대했지만 조고의 끈질기고도 집요한 설득에 넘어갔다.
사실 이사도 부소태자와 함께 있는 몽염장군의 권세가 커지는것을 원치 않았으며
자신의 부귀영화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갈등했을 것이며
결국 조고의 터무니없는 모략에 빠져들고 만것이었다.
이사는 길이 탄식하며 말했다.
"난세를 만나 능히 죽지도 못하니 나의 목숨을 어디에 맡겨야 한단 말인가?"
결국 이사는 조고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말았다.
조고와 이사.호해황자가 한자리에서 만났다.
그들은 이번일에 최대걸림돌은 결국 부소태자라는데 생각을 같이하고 서로 모의 하여
거짓 국서를 꾸며 호해를 태자로 세웠다.
또한 부소에게 보내는 거짓 조서를 새로 꾸며 상군에 있는 부소에게 보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ㅡ짐이 천하를 순행하며 명산의 여러 신들을 위해 사당을 짓고 내 수명을 빌고 있다.
지금 부소는 장군 몽염과 함께 수십만의 군사들을 이끌고 변경에 주둔하기를 10년이 넘었건만 앞으로 전진하지도 못하고 수많은 군사들만 잃어 한치의 강토도 넓히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러 번 상소를 올려 내가 하는 일을 비방하면서 감군의 일을 그만두고 돌아와 태자가 되지 못함을 매일 밤마다 원망하고 있다.
부소는 불효했으니 이에 칼을 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하라.
장군 몽염은 부소와 변경에 거하면서 마땅히 그가 도모하고 있는 바를 알고 있었음에도
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했으니 불충을 행했다.
이에 죽음을 내린다. 군사들은 비장 왕리에게 맡긴다.ㅡ
이러한 칙서를 받은 부소와 몽염은 청천벽력을 맞은 기분이었다.
몽염은 분개하였고 부소는 하염없이 울었다.
부소는 황제의 명령이므로 거부하지 못하고 자결을 하려 하였다.
그러나 몽염이 부소를 말리며 말했다.
"폐하께서는 지금 순행중이시라 도성밖에 거처하는데 어느여가에 태자를 교체하시겠습니까?
또한 저는 30만의 대군을 거느리고 변방을 수호하고있습니다.
이것은 천하의 중임인데 이러한 저에게 칼한자루를 내려 간단히 죽게 할수는 없습니다.
이는 필시 음모가 있는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구차한 목숨을 연명하려 칙서를 따르지 않을수는 없소,"
"일단은 다시한번 명을 청하고 그때 죽어도 늦지 않습니다."
둘이 이러한 대화를 하고 있는사이에 밖에서 칙서를 가져온 사자가 계속 재촉하였다.
"부소와 몽염은 속히 어명을 받들라."
평소에 효심이 깊고 어진 성격이었던 부소는
"아버지가 자식에게 죽음을 명한 이상 다시 용서를 청할수는 없다."고 말한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몽염은 끝까지 명을 다시받겠다고 고집했고 결국 목숨은 연명했지만
장군의 인수를 빼앗기고 양주의 옥에 수감되었다.
사자가 돌아와서 부소의 죽음과 몽염의 구금을 보고하였고 호해와 조고.이사 등은 크게 기뻐하였다.
이윽고 함양에 당도한 그들은 진시황의 국상을 발표하고 호해를 이세황제로 세웠다.
조고는 낭중령이 되어 이세황제의 곁을 떠나지 않고 국사를 전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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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된 호해는 자기의 형제들.즉 시황의 자식들이 이번 순행에서의 일을 의심하고 있는것이 두려워서
조고와 모의 하여 군신들에게 죄를 주고 여러 공자들에게 역모의 혐의를 씌워 잡아들였다.
몽의.몽염등이 주살되고 황자 12명이 함양의 저자에서 참수했으며 열명의 황녀들을 두현에서 책살 했다.
여기에 연루된자는 그 수를 헤아릴수 없을정도였다.
황자 고 가 달아나 망명하려 하다가 연좌제에 걸려 가족들이 몰살될것을 염려하여 일족이라도 살려보려고
황제에게 상소했다.
ㅡ선제께서는 제가 궁에 들어가면 음식을 하사하시고 나갈때는 수레를 타게 해주셨으며 좋은 옷을 입게 하시고 마굿간의 명마를 하사하셨습니다.
신이 부황을 따라 순사하지 못한것은 아들된자로 불효이며 신하된자로 불충입니다.
이제라도 뉘우쳐 늦게나마 순사하려 하오니 여산에 순장하여 주시기를 청하옵나이다.ㅡ
이세는 이 상소를 받고 천하가 자신을 두려워하는것에 크게 기뻐하여 황자고의 뜻대로 순장할것을 허락하고 십만전을 하사하여 매장의 비용으로 쓰게 하였다.
황자 장려는 내궁에 갇혀 있었는데 집행관이 찾아와 불충의 죄로 사형을 통보하였다.
장려가 집행관에게 물었다.
"나의 불충한 죄란것이 무엇이냐?"
"저는 조서를 받들어 집행할뿐 제가 대답할 일은 아닌듯 합니다."
"나는 법을 어지럽힌적이 없고 실언을 한일도 없다.
죽더라도 죽는 이유라도 알아야 할것이 아닌가?"
"황자로 태어나신것이 죄인듯 합니다."
"그렇다 이것이 천명이라면 하는수 없지.
그러나 나는 죄가 없다."
황자 장려는 죽음을 피할 길이 없음을 알고 스스로 칼을 빼어 자결 하였다.
법령과 주벌은 날로 가혹해 졌다.
이세는 아버지 진시황의 능묘를 여산에 조성하였다.시황의 능묘는 마치 큰 산과도 같아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다.
이세는 아버지 진시황이 짓던 아방궁을 다시 짓기 시작하였고
부세는 점점 무거워 졌으며 백성들의 노역은 끝이 없었지만 이세의 귀에는 백성들의 신음이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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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이러하니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노역에 징발됐던 진승과 오광이 초나라에서 봉기하여 군사를 이끌고 홍문이란곳까지 쳐들어 왔다가
물러났다.
이때 이사의 장남 이유가 삼천군의 태수로 있었는데 진승과 오광의 난을 막지 못했다.
진나라 장수 장한이 진승과 오광을 쫓아냈지만 이유는 적을 막지 못한 책임을 피할수 없었다.
이세는 이사를 문책했다.
이사는 두려웠으나 작록을 잃는것이 싫어서 이세에게 용서를 비는 표장을 올렸다.
이사는 황제에게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욱 가혹하게 법을 집행할것을 주청했다.
이 상소를 읽은 이세는 매우 흡족하여 백성들을 더욱 혹독하게 처벌 하였고 세금을 더욱 올려받았다.
처형된 시체들이 날마다 시장바닥에 쌓였고 백성의 원성은 높아갔지만 형벌이 두려워
아무도 입밖에 내어 말하지는 못했다.
법을 가혹하게 집행하여 형벌을 내리는데는 조고가 월등했다.
자기의 권세를 이용하여 수많은 관리들을 처형 하였고
그중에는 법을 빙자하여 자신의 사사로운 원수를 갚는일도 허다했다.
조고는 이러한 자신의 행위가 발각될것이 두려워 이세를 설득했다.
"천자가 존귀한이유는 뭇 신하들이 함부로 배알할수 없기에 그러합니다.
그러하니 폐하께서는 신하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마시고 궁궐깊이 계시옵소서
천자는 쾌락과 즐거움을 추구하시어 세상의 미녀들과 함께 즐기시고 좋은 음식을 드시며
눈과 귀가 좋아하는것을 빠짐없이 추구하고 마음에 기쁜것을 철저히 추궁하시는것이 현명한 군주입니다
여러 신하들의 주청은 저와같은 시중들과 상의하여 처리하시면 되옵니다."
이세는 이런 조고의 말에 현혹되어 궁중 깊이 들어앉아버렸다.
어떠한 대신들도 이세를 만날수 없었으며 모든 나랏일은 조고를 통해서만 처리되었다.
당시에 전국에 반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던 때라서 승상이사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사역시 황제를 만날수 없었다.
그래서 이사는 낭중령 조고와 일을 상의 하게 되었고 조고는 이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폐하께서 항상 바쁘시니 제가 보고있다가 여가가 생겨 한가해지시면
그때를 보아 승상께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사는 그방법을 좋다고 하고 기다렸다.
며칠후 궁에서 조고의 심부름으로 사람이 나왔다.
"폐하께서 지금 좀 한가하시니 서둘러 궁으로 드십시오."
이사는 멋도모르고 서둘러 궁으로 들어갔다.
이사가 황제에게 배알을 청하였고 잠시후 한 내시가 나와서 말했다.
"지금은 폐하께서 심신이 번거로우셔서 배알을 허락하지 않으신답니다."
이사가 내시에게 물었다.
"지금 폐하께서는 무얼 하고 계시는가?"
"정사에 지친 기분을 푸시려고 주연을 베풀어 여인들과 즐기고 계십니다."
이사는 입맛이 썼지만 하는수 없이 그냥 돌아갔다.
이런일이 세번이나 계속 되었다.
이사는 매번 허탕을 치고 돌아갔지만 사실 이것은 조고의 계략이었다.
조고는 하필이면 이세황제의 주흥이 최고로 무르익었을때를 골라 이사에게 연락을 했던 것이다.
이세는 이사에 대하여 대로했다.
"내가 한가할때는 한번도 찾아오지 않다가 내가 연회를 베풀고 즐기려하면 승상이 찾아와서 간할것이 있다하니 이것은 승상이 나를 어리다하여 무시하는것이 아닌가?"
황제가 화를 내자 옆에서 조고가 거들었다.
"승상 이사는 저 사구의 음모때에도 함께하여 폐하의 등극에 공이 큽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일개 황자의 신분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셨으나 이사는 승상의 지위에서 조금도 높아진것이 없습니다.
이사는 그것에 불만을 품고 진승.오광등의 역도들과 내통하여 역모를 꾀하는듯 합니다.
일전에 이사의 아들 이유가 삼천군의 태수로 있으면서도 도적들을 막지않은 이유를 잘 생각해보십시오."
"황제가 깜짝놀라 다시 물었다."
"낭중령은 그런걸 알면서 어찌 보고하지 않았는가?"
"승상의 권세는 폐하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제어하지 못합니다.
승상이사가 모든 신하들을 억압하므로 다들 두려워서 쉬쉬하고 있는것입니다."
이세는 대로하여 낭중령 조고에게 명하였다.
"이것은 반역이다. 삼천군태수 이유를 조사하고 승상의 죄를 낱낱이 밝혀내도록 하라."
이리하여 이사는 옥에 같히고 말았다.
조고는 이사에게 역모를 자백하라고 강요하며 채찍으로 천번이나 내리쳤지만 이사는 자백을 하면 그 즉시로 죽을것을 알고 있었기때문에 끝까지 자백하지 않았다.
초조해진 조고는 허위로 이사의 자백을 날조하여 황제에게 상주했다.
황제가 이사의 처형을 명하였고 이사는 아들과 함께 형장으로 끌려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사는 형장으로 가는길에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다시한번 너와함께 상채의 동문밖에나가서 황견을 끌고 토끼사냥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 모두 허사가되었다. 잘가거라."
이세2년 7월에 승상이사는 오형(경.의.비.궁.대벽)을 갖추어 받고 함양의 저자에서 요참형을 받고 죽었다.
삼족이 모두 주살된것은 물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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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 죽자 이세황제는 조고의 벼슬을 높여 중승상으로 삼고 모든 정사를 조고에게 맏겼다.
조고는 스스로의 권세가 얼마나 확고한지 궁금했다.
그래서 어느날 조고는 사슴을 한마리 구해서 이세에게 바치며 말했다.
"폐하 아름다운 명마를 구했기로 폐하께 바치나이다."
이세가그 것을 보고 말했다.
"이것은 사슴인데 말이라 하니 승상의 농담이 참으로 재미있소."
"아닙니다 이것은 말입니다.
좌우의 대신들에게 물어보십시오 이것은 분명히 말입니다."
조고가 정색을 하고 말했기때문에 이세는 매우 의아했다.
그래서 주변의 여러신하들에게 이것이 사슴인지 말인지 물었다.
몇몇은 이것을 사슴이라 하고 몇몇은 말이라 했다.
또 몇사람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조고의 눈치만 살폈다.
그날밤. 어전에 있던 신하중에 사슴이라 말한사람과 아무말 않고 눈치만 보던 신하들은 모조리 피살되었다.
다음날 다시 어전회의가 열렸다.
조고가 다시 여러 신하들에게 이것이 사슴인지 말인지를 물었다.
모든 신하들이 "그것은 말이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조고는 자못 의기양양하였다.
이세는 자신의 정신이 혼미해졌다고 생각하여 태복에게 시켜 점을 치게 하였다.
조고를 두려워하던 태복은 이렇게 아뢰었다.
"폐하께서 봄가을로 제사지낼때 정성이 부족하고 재계가 모자라서 그러하옵니다.
그러니 마땅히 덕을 쌓아 재계하셔야만 하옵니다."
이세는 자기의 정신이 혼미해졌다고 생각하고 망이궁으로 옮겨갔으나 아무래도 사슴을 말이라하는
조고가 의심스러웠다.
그때 마침 관동에서 유방의 무리가 나타나서 무관성을 함락시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진노한 이세는 승상조고를 불러 질책했다.
다급해진 조고는 먼저 선수를 쳐서 황제를 갈아치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조고는 조서를 위조하여 군사들에게 하얀 옷을 입혀 궁으로 쳐들어오게 하고는 자기가 먼저 궁으로 들어가서 황제에게 고했다.
"폐하 큰일 났습니다. 도적들이 크게 쳐들어와서 이곳 궁궐까지 들이닥쳤습니다."
너무도 놀란 이세는 어찌할바를 모르다가 망루에 올라서 살펴봤다.
과연 저 멀리서 흰 옷을 입은 군대가 궁궐로 쳐들어오고있는것이 보였다.
조고가 옆에서 말했다.
"폐하
적에게 사로잡혀 수모를 당하느니 차라리 자결하시는것이 나을듯 합니다."
두려움에 떨던 이세는 조고의 위협에 겁을 먹고 자살했다.
이세가 죽자 조고는 옥새를 꺼내어 자신의 허리에 찼다.
그러나 주변의 신하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감이 붙은 조고는 옥새를 차고 전상의 옥좌를 향해 걸어갔다.
자신이 황제가 되어도 아무도 제지할 사람이 없었다.
그때 지진이 일어나 궁궐이 크게 뒤흔들렸다.
조고는 비틀거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옥좌를 향해 가려했다.
그러나 지진이 연이어 세번이나 일어나서 궁궐이 무너질듯 하였다.
조고는 아직 때가 아니라 생각하여 아쉬움을 뒤로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를것을 포기했다.
조고는 시황제의 아우 자영을 삼세의 자리에 올렸다.
자영은 황제의 자리에 올랐지만 조고가 두려웠다.
자영은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조정에 나가 즉위식을 치르지 않았다.
궁궐의 환관중에 한담이라는자가 있었다.
한담은 자영의 속내를 알고 자영과 상의하여 조고를 제거할 계책을 세웠다.
자영이 병을 핑계로 즉위를 미루고 있자 조고가 몸소 자영을 달래러 입궁했다.
한담과 그의 자식들이 그때를 놓치지 않고 뛰어나와 조고를 찔러 죽였다.
동시에 조고의 삼족을 멸했다.
자영이 진나라의 황제로 즉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유방이 함양성까지 점령하였다.
진나라 관리들과 신하들은 자영을 배반하고 모두 유방에게 항복하였다.
자영은 하는수 없이 일족을 거느리고 나와 목에 옥새를 걸고 지도 땅까지 나와서 유방에게 항복했다.
유방은 자영의 처리를 미루었다가 뒤에 항우가 함양에 당도했을때 그 처리를 맏겼는데
항우는 도착하자마자 자영의 일족을 모두 죽여버렸다.
그리하여 진나라는 마침내 멸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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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전의 말미에 사마천은 이렇게 평하였다.
이사는 미천한 신분이었지만 현명한 눈으로 관망하는 바가있어 진나라로 들어가 진왕을 섬겼다.
그 재능을 이용하여 시황제를 보필하고 마침내 천하통일의 제업을 이루는 일등공신이 되었으며 삼공의 지위에 올라 중신으로 존귀되었다.
그러나 이사는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군주에게 아첨하는 글을 올리는등 비굴한 인물이었다.
조고의 간악한 계책을 받아들여 적사를 폐하고 첩복을 즉위케 한점도 용서되지 않는다.
세상사람들이 '이사가 충성을 다하고도 오형을 받아죽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만일 이사가 그 마지막을 잘 판단했다면 그의 공적은 주공.소공에 견줄만 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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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이사의 이야기를 모두 살펴보았다.
필자가 보통 열전의 인물들을 소개할때 웬만해서는 처음에 좋은 말부터 시작을 한다.
훌륭한 인물이야 칭송으로 시작해서 본받는 마음으로 마무리하게되는것이 당연하겠지만
설령 좀 안좋은 인물을 말할때도 첫머리부터 비판을 하고 시작하는경우는 드물었다고 할수있다.
그러나 이사의 차례에 와서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주체하지 못할 울화가 치밀어
처음의 소개부터 악평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사는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였던듯 하다.
평범한 인물들이 깨닫지 못하는것을 측간의 쥐를 보고 스스로 깨우쳐서 자신의 처신을 개혁할 정도라면
일반 범인의 사고와는 다른 무엇이 있었다 할수 있다.
그는 명석한 두뇌를 소유하고 또 당세의 석학인 순경의 밑에 들어가서 학문을 닦아
마침내 진나라에 들어가 자신의 포부를 펼쳤으니 가히 입지전적 인물이라 할수있다.
그러나 이사는 자신의 학문을 사용함에있어서 세상을 경영하여 천하인민을 구제하고
덕을 펼쳐 군주를 드높이는데 쓰지 못했다.
이사는 자신의 동문인 한비자를 질시하여 그를 모함하여 죽게 하였으니
이것이 포숙아가 관중을 도운것과 비교하여 어떠한가?
이사는 진시황의 축객령에 맞서서 태산불사토양을 외쳤지만 국가를 위해 현인을 등용하는데 인색했으므로오로지 자신의 영달만을 추구한 인물로 볼수밖에 없을것 같다.
여러 신하들과의 논쟁으로 봉건제도를 혁파하고 군현제를 도입할때도 정연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였지만 그 와중에 군주의 좋아하는것을 찾아서 아첨하였고
다른 대신들이 군주를 비방하는것으로 몰아붙여서 여러 신하들을 숙청당하게 하였다.
진나라 적사를 폐하고 말자호해를 옹립한것은 조고의 간계에 당한것이라 하는사람이 있지만
실은 적사인 부소가 즉위하면 자신의 권세를 잃을까 우려하여 조고의 뜻에 동조한것이니
조고의 농간에 당했다는말은 가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 불의를 바로잡을수 있는 힘이 있었음에도 이사는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였다.
그리 하였으니 자신도 말년에 조고의 간계에 속아 숙청되는 비극을 맞이하고
스스로 불명예를 자초한것이 아니겠는가?
무릇 벼슬하는자는 항상 자기의 이익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선공후사의 자세를 가져야 함에도
일신의 영달만 꾀한자의 말로가 어떠한지를 잘 보여주는 일례라 할수 있겠다.
조고는 애초에 궁궐의 내시로 출발하여 진왕정의 눈에들어 궁궐내 고위직까지 오른사람이다.
조고역시 현명하고 명석했지만 본시 그 성정이 간악하고 야욕이 과해서 스스로의 성공에 만족하지 못했다.
잔꾀로서 일국의 왕권을 좌지우지하고 자신의 주군을 농락하여 스스로 권력을 탐했으니
이사람은 후세에 간신배의 표본으로 불리워질정도로 악명이 높다.
그러한자가 대 진제국의 황제의 자리까지 넘보았으니 어찌 하늘이 그대로 보고만 있었겠는가?
난데없는 지진이 그의 뜻을 꺾었으니 이또한 천명이라 할수 있는것인지?
그저 권력과 재물밖에 모르는 소인배의 성취가 옥좌 앞에까지 이르렀다는것만 해도
조고에겐 과분한 홍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그저 웃음이 터져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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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이사는 결국 진나라의 천하통일에 일등공신이면서 또한
진나라 멸망의 책임을 벗어날수 없을것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다하지 않으면 어떠한 참사가 벌어지는지
위정자라면 모두 똑똑히 알고있어야 할것이다.
요즈음 들어 이 글의 말미에 긴 이야기를 하는것이 시들해진 느낌이다.
백번천번을 말해도 모자람이 없는 저 천박한 정권과 기득권에대해 어찌 할말이 없겠는가만은
결국 한말 또하고 한이야기 또하는 쳇바퀴의 연속인듯 하여 스스로 지겨울때도 있다.
그러나 그래도 꼭 말해야 할것은 단 한가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향해 달려가는 불나방들의 최후는 그 화려한 불에 타죽는것 뿐임을 알아두기만을
바랄뿐이다.
하기사 저 조고같은 자가 옥좌 앞에까지 갔을때 그 기분이 어떠했겠는가?
그 마약과도 같은 권력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는것이 어찌 쉽겠는가?
천한 내시주제에 권력의 맛을 알게된 조고가 만약 불과 며칠후 주살될것을 알았다면
어찌 감히 옥좌를 노려볼수가 있었겠는지?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조고와 이사의 역사가 가까운곳에서 빠른 시일내에 반복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면서
오늘의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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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모처에서 미처 다 피어나지도 못한 젊은 학생들의 참변소식이 들려온다.
이러한 사고의 책임이 누구의 잘못으로 생겼는지에대해 반드시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