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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sisa_10071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늘은
추천 : 135
조회수 : 2669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7/12/26 16:56:17
* 꼭 한번씩 읽어봤으면 하는 글이여서 퍼왔습니다
(정치적으로 이용할려는 쓰레기들 때문에 시게에
올리고요)
10년차 현직 소방관입니다.
자게에 처음 장문의 글을 올립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두서없이 이야기합니다.
먼저 아래 글은 지극히 저 개인의 의견임을 밝혀드립니다.
이제 40살 3남매 아빠입니다.
소방관 10년차이지만,
화재, 구조, 구급, 행정, 119종합상황실 전부 근무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소방관이 되기 전에
10대부터 신문배달, 식당알바, 공사장 잡부, 공장 실습생부터 해서
군대 갔다와서는 공장 근로자, 화물차 운전기사, 건설현장 노가다, 비정규직 아웃소싱 업체 등을 전전하다가
서른살에 힘겹게 소방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공직이 전쟁터면 사회는 지옥이라는 것도 이미 잘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요근래 국민적 관심인 소방에 관련된 뉴스를 보면
아직도 많은 분들이 소방관에 대해 제대로 잘 모르기에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얼마전 발생한 제천의 화재을 보면 평소와는 다르게
전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 소방관이 그렇게 많이 죽어가도 전혀 관심이 없던 국민들이고 국가인데 말이죠. (비아냥이 아니라 현실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로 자칭 진보이건 보수이건
재난이 발생하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현실태에
왜 소방관이 욕을 먹어야 하는지 참 안타깝습니다.
잘못했으면 욕을 먹어야 하겠지만,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는 사안으로
알지도 못하면서 욕하지 말아주시기 바라는 마음에 적습니다.
까도 알고 까야죠.
우선, 백드래프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백드래프트는 일반적인 화재현장에서 항상 발생하는 순발연소라고 불리는 플래시오버와는 달리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플래시오버는 건물내 모든 가연물이 발화하는 최성기에 일어납니다.
하지만 백드래프트는 이번 화재처럼 무창층 즉 개구부가 없는 건물에서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훈소가 일어날때 급격한 출입구 개방, 창문 파괴로 산소가 급격히 유입되어 폭발하는 현상입니다.
소방관 살인현상이라 부릅니다.
발생 즉시 현장에 있는 소방관들은 그 폭굉현상으로 즉사합니다.
초속 3,500미터의 폭발력을 마주하고 살아남을 생명체는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가장 두려워하죠.
화재현장에서는 방화문도 대각선 방향에서 앉은자세에서 조심스럽게 훔쳐보듯이 살며시 개방합니다.
제천 현장의 2층 목욕실이 전부 타일이라 창을 개방해도 탈 수 있는 물질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플래시오버와 백드래프트의 주요 가연물질은 바로 가스입니다.
바로 불이 난 건물을 가득 채우고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그 시커먼 연기가 가스입니다.
연기는 소량의 그을음과 수증기, 미립자 외에 다량의 가연성 가스가 섞인 것입니다.
목재가 완전연소가 아닌 불완전 연소상태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가 포함된 연기인 가스에 불이 붙는 것입니다.
완전연소 상태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불연성가스이지만,
일산화탄소는 가연성 가스입니다.
창을 개방해도 백드래프트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연기의 농도가 연소상한계 이상이었다면 폭발이 바로 일어나지 않고
공기가 유입된 후에 연기가 급격히 연소하였을 겁니다.
하지만 2층에 있는 분들은 살아있지 않았을 거라 추정됩니다.
화재 현장의 연기 속에서 생존 가능한 시간이 얼마가 될꺼라 생각합니까.
우리 뇌는 3분만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도 생존하지 못합니다.
농연에서 연기를 한모금이라 흡입하면 몇번 기침을 하고 정신을 잃은 후 죽습니다.
유족들은 그 농연속에서 본인의 가족들은 몇시간이고 생존했을거라 믿고 싶겠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공기호흡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소방관도 농연속에서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그럼 그 안에 있는 분들을 구하지 않고 그냥 두어야 하냐고 유족들은 말하겠죠.
하지만, 생존가능성이 없는 분보다는 생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구하는게 구조의 원칙입니다.
2층 창을 개방하면, 바로 산소가 유입되고 건물 전체로 불길이 돕니다.
소방관이 말하는 불이 돈다는 표현은 바로 플래시오버 상태가 되는 거죠.
그럼, 그 당시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분들은 말그래도 수천도의 가스불을 아래서 피워올리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제천 현장에서 2층 창문 미개방은 진압대장의 현명한 판단이라고 단언합니다.
2층 창을 개방했다면, 아마 건물에서 단 한사람도 살아서 못 내려왔을 겁니다.
그리고 화염에 휩싸인 철골조 건물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무너졌을거라 생각합니다.
불이 돌아서 2층에 가스가 연소되었다면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그 주검들도 모두 불에 타서 흔적도 없어졌을 겁니다.
700도가 넘는 고온의 가스에 공기가 들어가면 바로 불이 붙습니다.
순식간에 수천도의 아궁이 불지옥이 펼쳐집니다.
백드래프트가 아니라도 롤오버나 플래시오버 상태가 바로 일어나는 거죠.
그곳이 타일로 도배되고 물이 가득 들어있는 목욕탕이라 해도
밑에서 올라와서 공간을 가득 채운 뜨거운 "연기"에 순식간에 불이 붙습니다.
아니라고 믿고싶으신 분은 유튜브에서 백트래프트, 플래시오버라고 검색하시고
미국소방에서 재연하는 영상 찾아서 보세요.
눈으로 보고도 정치적이 이유로 부정하신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불이 나고 목숨 바쳐서 진화한 대원들을 욕할 것이 아니라,
불을 낸 사람을 혼내주고 나무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소방관은 죽어서 영웅이 아니라, 현장에서 죽지 않고 살아서 활동하기에 영웅입니다.
2층 창을 파괴하고 화재가 급격히 확대되었다면,
이 나라 언론에서는
미숙한 소방관들의 섣부른 창문 개방으로 화재를 더키워.
라고 보도하였겠죠.
숭례문 화재때 똑똑히 보았습니다.
국보1호의 파손에 유의하여 작업을 했으면 한다는 앵커의 멘트가
적심과 기와를 두께가 얼마인지도 모르면서
화재가 끝나고 나서는 왜 파괴를 하지 않았냐고 소방관을 나무라더군요.
아니 그때 전 국민이 소방관을 방화범 취급했었습니다.
우리가 죄인입니까. 방화범인가요.
불을 지른 사람이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 되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소방관 현장활동의 제1원칙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잘 지켜지지 않지만, 소방관들도 가끔 잊고,
전 국민들이 전혀 모르고 있고, 알려줘도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매뉴얼에는 "대원안전"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소방관도 사람입니다.
본인의 안전을 먼저 지켜야 합니다.
불길이 오르는 곳에 들어가면 공기호흡기와 고무로 된 면체, 방화복을 입고 있어도 죽을 수 있습니다.
구조대원이 사람이 먼저 살아 있어야 구하려는 사람(요구조자)를 구할 수 있습니다.
살신성인을 바라겠지만, 내가 죽고 수십명을 구했으면 하지만, 화재현장에서 거의 불가능합니다.
가능하다면 그런 선택을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날 제천현장에서 소방관 한명이 아닌 출동한 대원 모두 죽었다고 해도 2층에 갇힌 사람은 구할 수 없었습니다.
유족에게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현장의 소방관의 마음은 유족보다 더 애가 탔을 겁니다.
구하고 싶은 마음은 유족들보다 더 간절했습니다.
불낸 사람이 조금 일찍 신고했더라면, 출동로가 활짝 열려있었더라면 구조가 가능했을 겁니다.
아니 불을 내지 않았다면 살아있었겠죠.
분노는 불낸 사람에게 해야 한다는 것 알아주세요.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적인 화재 현장에 대해 알려드릴까요.
119상황실로 전화를 하면 수보대원은 60초 안에 출동지령을 내려야 합니다.
출동지령이 내려가면 모든 대원은 1분안에 차고를 탈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장까지 5분안에 도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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