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끝나기 직전에 글을 씁니다.
제 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빠른 91년생 직장인 남자입니다.
제목부터 설명드리자면 아내와 맞이하는 첫 크리스마스인데
뱃속에는 2주뒤면 태어나는 아이가 있어요. 올해 3월에 처음만나 사귀었는데 바로 아이가 생겼어요(부끄) 그래서 10월 10일자로 6개월만에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식은 아직 못올렸어요. 무사히 아이 낳고 올릴 생각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뱃속에 있는 태아와 함께 첫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다는 거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설렘은 무언가를 긍정적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인 것 같아요.
지금 제 기분이 그래요. 아내와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라서 그런건지 밤하늘의 별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잠이 오지 않아요. 아니 그녀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 Moment를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가 않아서 자고 싶지가 않아요. 그녀와 올해 처음 만났고 첫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데 그녀는 제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새하얗게 세상을 수놓은 지금의 따스한 겨울이 아닌 싱그러운 새싹이 피어오르는 봄에 미리 주었어요. 근데 그 선물을 열달 동안은 개봉해 볼 수가 없네요. 궁금해 미칠 것 같고 빨리 보고 싶은데ㅠ 약 2주 뒤에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때를 설명해드릴게요. 운명인지 우연인지 몰라도
2월 8일 제 생일에 그 해 겨울 가장 추웠던 날 옥상에서 그녀를 처음 봤어요. 첫인상이 굉장히 좋았어요. 누구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만한, 누가봐도 착해보이는 귀여운 스타일이었거든요. 가장 시린 날로 기억될 뻔한 하루를 가장 따뜻하게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앞으로 당신 덕에 내 인생에 추운 날은 없겠다고 너스레를 떨며 표현해 주고 싶어요. 우리 결혼했으니까 그렇게 말해도 아무도 안 비웃을 거에요 ㅎ
평소에 기념일도 제대로 챙겨준 적도 없고 이벤트 한 번 해준적 없던 게 미안해서 글쓰는 재주는 없지만 이렇게 마음을 전할게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와 준 우리 여울이
여울아 난 니가 너무 기특하고 고마워. 건강하게 자라서 아빠에게 너의 그 앙증맞고 이쁜 목소리로 "아빠! 나는 어떻게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어?" 라고 묻는 날이 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거야. 그건 아빠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엄마의 26살 이전의 삶을 너무 보고 싶어서 오늘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별하늘에 환생시켜 달라고 소원을 빌었다고.
내사랑 소윤아
웨딩드레스를 먼저 입혀줬어야 했는데 혼인신고를 그리고 여울이를 먼저 갖게해서 미안하지만 대신 더 잘할게.
그리고 앞으로도 나에겐 여울이엄마가 아닌 여자 김소윤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평생 예뻐할게. 진작부터 하고싶었던 말이 있는데 막상 쓰려니 너무 떨려.
아직 프로포즈도 하지 못했는데 이 말은 먼저 해주고싶어.
갑자기 눈물이 나서 쓰기 힘들지만,
비록 이승기 같은 남자는 아니지만, 한효주 같은 여자가 되게 해줄게. 우리 평생 연애할래?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꽃다운 나이인 26살의 모습을, 그리고 앞으로 엄마가 되어가는 거룩한 과정을, 숭고한 희생을 평생 이 자리에서 지켜봐주고 기억할게
사랑해
This love is so sweet that it hurts,
will you marry me ?
2017.12.25 PM 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