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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짜피 묻히는 글#6.햇빛보다 더 밝은.
게시물ID : freeboard_16913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얼굴이아파요
추천 : 1
조회수 : 21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12/23 02:01:57
아침부터 핸드폰이 울린다.
'오빠 아직 자요?'
반쯤 덜깬 목소리. 시계는 어느새 7시를 지나고있었다. 어제밤 끊어지지 않았던 전화덕에 알람은 제 기능을 잃어버렸고, 나도 늦게일어나버렸다.
'아냐, 막 씻고나왔어. 오빠 출근준비해요'
'다행이다. 전화 안끊었었나봐요. 자는거같아서 전화했어요.'
부리나케 출근준비를 하고 머리도 다 말리지 못한채로 집을 나섰다.
'있다가 몇시쯤 봐요?'
다행이다. 어제 취하기전에 한 오늘 점심먹자는 약속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오빠 아침회의 끝나고 출발할 때 톡할게'
너의 직장근처에서 미팅이 있다고, 점심같이 먹자고 얘기했었지만 사실 미팅은 없었다. 그냥 너를만나는게 미팅이였지..ㅋ

아침부터 작가세포가 시나리오를 쓰느라 바쁘다. 팀장님의 눈치를 보며 열심히 일한 작가세포 덕분에 회사밖으로 나갈 기회를 얻었다.
'오빠 12시쯤 도착할것같아.'
'응. 차 가져오죠? 그럼 여기서봐요~'
한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 강남역의 교통지옥은 자꾸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어짜피 누르지 않을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손이 크락션위를 오르내린다.

'나 도착했어요. 천천히와요'
아침에 늦잠자서 급하게 나오느라 후드티입고 나왔다는 너. 아마도 날 깨우고 다시 잠들었나보다. 자꾸 옷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투정부리는 너의 카톡을 보며 내 마음이 급해진다.
주차하고 서둘러 간 식당. 대기석에 앉아 얼굴보다 큰 메뉴를 보며 고민하는 작고귀여운 네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미 꽤 많은 앞팀에게 순서를 양보한 모양인지, 바로 자리가 나왔다.

오늘의 메뉴는 쌀국수. 평소 거의 먹지않는 음식이였지만 능숙하게 국수가 입으로 향한다.
어제 전화로 했던 얘기들이 전부는 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이것저것 묻는 너. 오전에 회사에서 투닥투닥 한 일, 친구와 여행가서 쌀국수에 매력에 빠졌다며 조잘대는 너의 모습을 눈에 담느라 국수의 양이 줄어든질 않는다.
결국 배가 부르다고 핑계대며 남기고 말았다. 평소였으면 두그릇도 먹을텐데. 보내기아쉬워 배부르냐고 묻자
'음..디져트가 고프기도 한것같고~'
라며 내 눈치를 보는 너.

바로 옆 까페로 가 아이스크림 하나와 아메리카노를 하나 주문했다. 커피를 무슨맛으로 먹는지 몰라서 싫다며 아이스크림을 한입물고 웃는 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자꾸 나온다.
갑자기 준 아이스크림 한스푼에 올라간 내 입꼬리가 내려오질 않는다.
'맛있죠? 나 여기 아이스크림 좋아해요'
영화얘기를 할 때처럼 반짝반짝 거리는 눈을 보며 그 모습을 담지못한 것이 아쉽다.
장난삼아 커피를 한모금 권했다. 짧은 한모금에 쓰다며 얼굴찌푸리는 네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도모르게 이마를 스다듬었다.

각자 회사로 돌아가는 길. 주차장으로 같이 가는 길에 나란히 걸으며 손을 잡을까 말까 고민하는사이 주차장에 도착해버렸다. 걸어서 15분 남짓하는 짧은 거리지만, 강남역의 교통체증덕분에 차로 15분이 걸린단다.
따뜻한 히터바람과 어제의 피곤함이 너를 나른하게 만들었는지 졸기시작하는 너. 손을 잡고싶었지만 머리를 스다듬어주는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너를 내려다주고 오는 길. 
햇빛보다 더 밝았던 너의모습.

-2017.12.21 어느 햇빛좋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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