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중대본이 제대로 돌아가는구나. 나는 안도했다. 그런데 오후 11시43분쯤 인천 청해진해운에 나가 있는 동기 이서준 기자가 “해양경찰과 청해진해운이 숫자를 다시 세고 있다”고 알려 왔다. 나는 당장 중대본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까 불러준 숫자가 맞아요? 실종자 명단도 공개하세요.”
이 관계자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실종자 명단은 없습니다.”
뚝-. 전화는 그렇게 끊기고 말았다. 시계는 자정을 향했다. 3층 브리핑룸에 있던 나는 1층 상황실로 뛰어갔다. 그런데 상황실 문을 연 순간, 치킨 냄새가 풍겨 왔다.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등 중대본 고위 관계자들이 야식을 먹고 있었다. 실종자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 못한 마당에 치킨이 넘어갈까. 나는 치킨을 권하는 손길을 뿌리친 채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후로도 중대본은 탑승자·실종자·구조자 숫자를 또 다시 수차례 정정했다. 그날 밤 치킨을 앞에 둔 강병규 안행부 장관 곁에선 잠수부의 심야 수색이 곧 시작된다는 방송 뉴스가 흘러나왔다.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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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새끼들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