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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oop_141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이내린미모
추천 : 35
조회수 : 12519회
댓글수 : 63개
등록시간 : 2023/06/21 20:20:06
하 진짜 인생...
뭘 잘못 먹었는지
집에서 물설사 5번하고
집에 있는 지사제를 먹었죠
한참이 지나니
배도 덜 아프고 방귀도 정상으로 나오기에
(그전까지 방귀(=물)이었음)
지사제는 임시일 뿐이다
병원에 가자 싶어
서둘러 집을 나섰죠
이때 나서지 말걸
그냥 집에서 비빌걸
하..
무사히 병원에 도착해 접수하고
불러주길 기다리는데
방귀가 나오려는데..
뭔가 쎄한 기분에
당장 일어나서 병원을 뛰어나와 화장실로 뛰는데
이 병원 처음 와볼 뿐이고
어디가 화장실인지 모를 뿐이고
이미 엉덩이는 참사가 났을 뿐이고
급한 마음에 손으로 틀어막은 내 무의식을 처죽이고 싶을 뿐이고
눈앞에 남자화장실이 보이기에 무작정 뛰어들어감
(이 건물 남자,여자화장실이 안 붙어있음)
다행히 아무도 없었지만
이미 대형참사가 났고
남자화장실이 원래 그런 것인지
휴지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냄새는 왜 그렇게 고약한지
그래 더 살아서 무엇하리
43년.. 살만큼 살았다...
여기서 그냥 생을 마감해버리자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럼
질식사인거냐
수치사인거냐
부검 결과가 어찌 나올지 궁금해지곸ㅋㅋㅋㅋㅋㅋㅋㅋ
겨우 정신을 차리고
왼손으로 힘겹게 엄마한테 전화함.. (내 오른손 지못미)
뫄뫄건물 2층 남자화장실 SOS!!!!
엄마는 아빠를 보내겠다고 했다
남자화장실인데 누가 있으면 어떡하냐고ㅋㅋㅋㅋㅠㅠ
아빠가 오기까지 십분
밖에는 세분의 남자분이 다녀가셨다
죄송해요 신사분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냄새에 깜짝 놀라셨죠?
바지의 멀쩡한 부분으로
어찌저찌 해결해보려 최선을 다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답니다..ㅠㅠ
십분후
칠순이 넘은 아빠가 드디어 오셨다
물티슈 반통을 쓰고
바지와 속옷은 버리고
티셔츠 하나 겨우 구조해서 돌아오는 길
아빠는 조용히 마흔 넘은 딸의 어깨를 두드리셨다
그리고 속삭이셨지
집에 가자마자 샤워해라;;
후
정신적 충격 때문이지
더이상은 괄약근이 지랄하지 않는데
뱃속도 평안하다 아직은;;
접수한 병원에서는 광년이처럼 뛰쳐나간 환자가 돌아오지 않거늘
매정하게 연락조차 없다
아닌가 다정한건가
설마 참사가 난 뒷모습을 본 건가
다시는 절대
그 병원 근처도 지나가지 않아야겠다
혹시나 복도에 흘렸을까..
염려가 되어 오는 길 살폈지만 괜찮아보였다
신발이 멀쩡하니 괜찮을거라고 정신승리를 해본다
13세 먹은 아들놈이 깔깔대며 비웃는다
내일까지 웃어댈 기세다
어이가 없다
지는 2살때 지 똥도 찍어먹은 주제에;;
지 인생은 평탄할 줄 아나보다
나도 43년 34일인 어제까지는 나름 평탄한 인생이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남편은 회식을 갔다
아직 이 소식을 모른다
내일 이 소식을 들으면
내일모레까지 웃어대겠지
오늘 회식에서 남편도 똥지리면 좋겠다
그럼 감히 웃지 못할 텐데
내일 모레 대장내시경인데
그냥 해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지금 놀랍도록 뱃속은 평안한데
심리적 충격으로 최면에 걸렸을수도 있으니까
ㅎㅏ
분명 존대로 정중하게 시작한 글인데
왜 이따위로 마무리되는걸까
오늘부터 좌우명을 바꿀거다
설사 중엔 병원 간다고 깝치지 말자
늘 화장실 1미터 안에 상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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