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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증, ADHD 아이 땜에 속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4148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Zua
추천 : 13
조회수 : 4561회
댓글수 : 205개
등록시간 : 2015/04/23 19:16:18
어젯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의 학원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잘 들어갔냐고, 별다른 것은 없냐고요  
  
전 아이가 몇 시간 전부터 좀 어지러워하고 있어서 집에선 바로 쉬게 하던 중이었던지라
그래서 그냥 평소랑 딱히 다르진 않지만 컨디션이 좀 안좋은 것 같다고만 말씀드렸습니다.  
아이가 화장실에서 위로 토하고, 아래로 쏟고 난 후 속이 너무 안좋았나보구나 싶어  
재우고 나서야 선생님 말씀이 마음에 걸려서 학원에서 수업하고 온 자료를 봤는데  
그거 보니까 다시 한번 참 사는거 자체가 갑갑하고 싫으네요.
 
그냥 속이 다 너덜너덜해졌습니다  
   
평소 과묵한 애 아빠가 퇴근후에 분위기 이상함을 감지하고 제게 몇번 말을 붙여봤지만   
정말 수다가 삶의 비타민인 제가 입이 딱 붙기라도 한듯 한 마디도 하고 싶지 않는 경험을 했네요.
 
 
오늘의 수업은 가족신문을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자기 가족을 소개해보자 였는데  
아이가 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 가족의 이름과 생일, 외모, 성격 취미를 쓰세요
 
 
아빠 : 나랑 하는 행동이 비슷하다. 담배를 엄청 많이 피신다. 엄청 늦게 들어온다. 우리랑 안논다  
엄마 : 나를 잘 혼낸다. 화가 나면 나를 때린다. 안경썼다  
동생 : 마녀 웃음, 화나면 발길질, 운동을 좋아한다  
: 공부는 보통, 그림은 못그림, 과학을 좋아한다
 
 
2. 재미있게 본 영화가 있나요? 어떤 점이 재밌고 감동인지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세요
 
 
트랜스포머 4 : 기본적으로 엄청 잔인하다. 마지막 부분에 인간과 동맹을 맺은 옵티머스 프라임이   
적 락다운을 죽일때가 제일 잔인하다
 
 
3. 신문을 만들고 난 느낌
 
 
토론을 할만한 점을 찾아냈고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빠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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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에는 엄마 아빠 동생이 저렇게 보였나 봅니다  
너무 집착하는듯하기도 하고 이게 딱히 어린이에게 관람 추천할 만한 좋은 영화는 아닌 듯해 요새는   
아예 못보게 한지 꽤 된 트랜스포머가 재밌고 감동인 이유가 저거였나 봅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쓴 글이 내용이 너무 다크하니, 혹 아이가 폭력적이고 좋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불우하게 사는 건가 싶어 깜짝 놀라셨는가 봅니다. 실제론 첫째 때문에 온 집안이 허물어지고
있는데도 아이의 입장에선 아직도 더 더 많은 것을 원하나 봅니다. 만족하지 못하나 봅니다.
 
참고로 아이 아빠는 하루에 담배 2~3까치 피웁니다. 금연은 안하지만 많이 핀다고 할 수는 없는
양이고, 절대로 집에서 피우지 않고 아파트내 흡연 허용 공간에서만 핍니다.
출근은 9시 넘어서 하고, 아이들이 어렸을땐 맨날 11시 넘어서야 돌아왔지만 이젠 9시 전후면
들어 옵니다. 주말엔 피곤해서 늦게까지 자곤 하지만 그래도 아이랑 캐치볼도 하고 배트민턴도
하고 인라인 탄다고 하면 따라가 주고 뭐 자발적으로 나서서 아이랑 즐겁게 놀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라면 다 할 건 합니다.
 
전 아이를 때리는게 맞습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아이지만 요즘은 아이에게 효자손으로
엉덩이 3~5대 때리기를 합니다. 화가 너무 심하게 나면 더 때리기도 합니다.
 
동생은 웃음 소리가 큽니다. 그래서 마녀 웃음으로 들렸나봅니다.
 
그럼 우리 가족을 이렇게 다크하게 묘사한 첫째는 어떨까요?
일단 저희 아이에 대해 말하자면 7살때부터 소아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해 이제 4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충동억제 ADHD, 강박증, 극심한 소아 우울, 자존감 결핍이 진단명이었고 지금도 ADHD약과 강박증
약을 먹고 있습니다.
 
 
11 개인 심리 상담 및 놀이치료를 2년 정도 진행했고, 개인 상담 2년차 중반부터는 사회성 치료라고  
4~5명이 한 팀이 되어 듣는 수업을 1년 정도 진행했으며, 병원에서는 계속 학습 인지 수업을 병행하라고  
하는데 4년정도 되니까 경제적인 부담도 너무 심하고, 슬슬 자꾸 뭔가 수업을 추가하거나 갈아타라고   
하는 것이 호구 물주 잡았다 싶어 펼치는 상술처럼 느껴지고해서 수업은 쉰채 약만 제가 가서 타온지  
한달이 좀 안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첫째 때문에 세살 터울의 둘째는 4년째 주말마다 엄마 없이 한나절 이상을 보내야하고  
애 아빠는 늘 피곤에 쩔은채 반쯤 드러누워 주말 오전중에는 둘째랑 지내면서 아침 점심도 제대로   
못차려 먹고, 결국 거의 매주 점심을 둘째랑 나가 매식하고 제가 첫째랑 집에 오후 3시쯤 돌아오면   
그제서야 어디 놀러나가려고 하는데, 주말 그 시간대에 어디 출발해서 가기도 힘들어 보통   
주변 공원이나 놀이터, 키즈카페나 좀 돌아다니고 그런 상황인지라 첫째 정신과 치료 받자고  
가족이 망가져 가는게 눈에 보일 지경이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아토피, 천식, 비염을 달고 다니고, 만성 구토로 대학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잠이 너무 없어서 태어나서 5살 후반 무렵까지 새벽 2~3시에나 잤고, 7살때까지 1년중 100번 이상
새벽마다 우동 대접 한 대접 가득한 양으로 먹은걸 다 토해냈습니다.
 
덕분에 전 첫째낳고 지난 10년 중 7년을 밤에 하루 3~4시간 이상 자보지 못했습니다  
애 아빠랑 둘째는 다른 방에서 자고 저는 밤마다 애가 특정할 수 없는 시간과 사유로 갑작스런   
구토를 하면 토사물을 잘 받아내거나 실패할 경우 이불을 다 들어내고, 새벽이라 세탁기   
돌리진 못하니 역한 냄새가 나지나 않게 손이나 발로 욕조에다 이불 빨래를 해야 했습니다.
 
옷 이불은 물론이고 가구나 책 등 각종 기물에 튄 토사물 처리 하다 보면 잠은 다 달아나고   
아침이 되곤 했어요.
 
 
딱히 도와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멀리 사는 친정 어머니는 뇌출혈 후유증으로 저희 사는데   
한번 올라오시는 것도 힘들고, 시부모님은 신랑이 늦둥이 인지라 팔순을 바라보는 연로하신  
분들입니다.
 
 
충동억제 ADHD이다 보니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과잉행동 ADHD랑은 달리   
교실에서 막 뛰어다닌다거나, 남들 수업할때 소리를 지르거나 뭘 먹거나 하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하는 행동을 잘 멈추지 못합니다. 강박증이 병행하기 때문에 집요할 정도로  
뭔가를 후비고, 파내고, 비벼대거나 뜯어내거나 합니다. 손톱은 닳아서 거의 없고, 눈이나 입술을  
피가 나고 고름이 줄줄 흘러도 아프다고 악을 써가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잠도 못자게,
밤낮으로 정말 피가 마르게 들들들 볶으면서도 계속 상처를 후벼파고 뜯어냅니다.
저는 지난 10년간 아이 때문에 맘대로 밖에 한번 나가질 못했습니다.
집 앞 놀이터에 나갈때조차 신문지, 물티슈 2~3통, 물청소할 물 1,5리터 한병
갈아입을 여벌옷 위아래 세트, 기저귀 등등 가방이 미어터질 지경이었고, 차 타고 이동하는
1~2시간 이동하는게 안되는 아이라 친정조차 10년간 5번 정도 밖에 못갔습니다. 
명절에 길막힐때 내려가는거 꿈도 못꾸죠. 뇌출혈 후유증으로 장거리 이동 못하는 친정
엄마도 올라오시기가 여의치 않구요.  그런 상황에서 친구들을 만나서 나가거나
영화보러 가거나 엄마들끼리 브런치...뭐 그런건 포기하고 살았네요.
 
아이 역시 워낙 많이 토하다 보니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 놀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이유로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이랑 좀 놀게 시켜도 금세 무리에서 뒤쳐지고
따돌림 당하다간 저한테 와서 계속 놀아달라고 징징거리고 매달리는 스타일입니다.
혼자 놀지를 못하고 계속 엄마가 놀아줘야 하는 아이였어요. 그나마도 지금은 놀이터에 혼자
나가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며 레고 만들기 하는게 제일 좋은 아이입니다.
단 레고 만들면서도 정말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내고, 히스테릭하게 신경질 부리고, 조금만 뭐가
심사에 뒤틀리면 사람 들볶아 대면서 합니다. 죽을 맛이에요. 당하는 제 입장에선.
 
재밌자고 하는 레고인데 그렇게 짜증부리면서 하면 좋으냐? 그냥 그만 두고 다른거 해라
지금은 너무 신경질 나서 잘될것도 안될거 같다 하면 바로 tv 틉니다. 그리고 한무정 세월없이
봐요. 시댁에선 거의 10시간 가까이 아무것도 안하고 뒹굴어 다니며 tv만 보기도 합니다.
 
tv 중독이 너무 심한거 같아서 집에선 tv시청 시간을 조절하고 있는데, tv 보지 말고 다른거
재밌는거 없을까? 하면서 이야기 꺼내면 휴대폰 달라고 달려듭니다. 게임만 주리줄창 하고
싶은거겠지요. 전에는 게임을 주말에만 1시간씩 허용해줬는데 게임 코인 결제나 핸드폰 훔쳐가서
밤에 몰래 안자고 계속 게임하던걸 발각해서 지금은 게임 불허하고 있습니다.
 
소아정신과에서도 저희 아이의 TV 중독성이나 게임 중독성에 대해선 좀 심각하게 보고 있는
정도 였습니다. 요즘 애들 다 TV 게임 좋아하죠...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현실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으니까요. 타인에 대한 관심 (친구를 비롯한 가족이나 주변인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고 오로지 가상 현실의 세계에서만 위안을 찾고 매달리는 정도가
너무 심해서 성인 히키코모리의 소아판이지 않나 조언하실 정도였습니다.
 
tv, 게임 말고 다른거 할거 없을까? 하면 친구들은 자기랑 안논다고 이야기하고, 레고는
하면 다른 사람들을 들볶고 자기도 스스로를 피폐해질때까지 들볶고...그럼 엄마랑 나가서
배트민턴 할까? 줄넘기 할까? 해도 시큰둥합니다. 아이는 다니던 소아정신과에서 발달
체육을 해볼것을 권했을 정도로 지독한 운동치입니다. 태권도 학원 2년을 보내도
(요새는 태권도에서 생활 체육도 하니까) 줄넘기 10개를 못하고, 관장님께 따로 특별 과외를
받아서 간신히 최하등급 통과했었더랬어요. 남자애들 사이에선 학교 줄넘기 급수가
얼마 나왔냐도 중요한가 봅니다. 전 다른거 안바라고 최하등급 넘자가 목표였는데
그나마 되어서 아이도 좋아하니 저도 좋았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분위기가 초등 1학년때 남아들은 축구 클럽을 반 전체 애들이 하면서
같이 노는 분위기인데 (이게 3~4학년까지 유지되요) 아이는 공을 따라 뛴다라던가
달리며 공을 찬다라는 기본 행위 자체가 안되는 지라 축구 시작 3개월 만에 즐겁게
어울리라고 시작한건데, 막상 가보면 애들이 저희 애랑 한편 되면 티나게 우우~~거리고
**이는 깍뚜기 하면 안되요? 하거나, 가위바위보해서 이긴 주장이 팀원 뽑으면 끝까지
안 뽑히고, 뭐만 하면 실수 연발에 팀에 도움이 안되니 애들이 너 때문에 졌잖아!!하고
몰아세우고....그럴거면 왜 축구하나..싶어 그만뒀어요.
 
덕분에 엄마들 커뮤니티에서도 저 역시 소외 되어 버렸네요.
 
아이가 학교를 가면서부터는 숨통이 트이나 싶었는데 1학년때부터 전 5분 대기조였습니다.
매일이다시피 자잘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어요.
 
알림장 보고 학교갈 준비 아이가 스스로 하는건 바라지도 않고 제가 다 해주고, 애랑 같이
재확인하고 보냈지만 애는 실내화 가방을 휘두르며 가다 가로수에 부딪혀 신발은 날아가
버린채 등교하질 않나, 반대로 신발을 아무데나 벗어둔채 실내화 신고 집에 와서는 제가
신발 어딨냐고 하면 모른다며 룰루랄라 tv만 보질 않나
 
전반적으로 뭔가를 잃어버렸다는것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없어요. 잃어버리는 족족 새걸
사주는 것도 아니고 주의 하라고 교육하고 물건이 없으면 실제로 불편하다는것 강조하고
나중엔 없으면 네가 직접 겪어봐라하고 안사준채 버텨도 아무런 반성이 없어요.
 
우산은 사주는 족족 잃어버리거나 자기가 집요하게 뜯거나 땅을 계속 우산으로 후벼 파대는
바람에 망가져서 못쓰게 되거나, 공책이나 교과서는 한달이 채 못가 걸레짝이 되고,
기본적으로 주의 산만하다보니 교실에 있는 화분 쳐서 쓰러뜨려, 급식용 우유 당번인데 들고
질질 끌다가 계단에서 엎어서 우유팩 터뜨려, eva소개 실내화의 타공들 (구멍 뽕뽕 난것들)마다
연필을 집어 넣어 집요하게 후벼 파내다 찢어먹어, 필통 연필 지우개 무수히 잃어버리고,
방과후 수업 교실 못찾아가서 애 없어졌다고 난리나, 수업 준비물 언어전달 한건 저한테 전달되어
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매번 반 카톡에 준비물 있나요? 구체적으로 뭔가요 물어봐야 했더랬어요.  
 
3학년 되면서 부터는 자습서를 사서 예습 복습을 조금씩하고 있지만 난독인지....
글의 내용자체 파악이 거의 안되는거 같이 보입니다. 문제를 풀면 반 이상은 틀려요.
바로 옆에 설명 나와있고 그 옆 페이지에 기본 개념 알기 뭐 이런 문제조차 문제 내용 이해가
안되는건지 엄청 틀립니다. 늘 아이 옆에 일대일로 붙어서 마크하고 먼저 내용 읽어봐라
내용 확인 체크하고 문제 풀어봐라 하고 틀린 문제 왜 틀렸는지 이야기 하고 고치고
남들 5분이면 풀 양이 1시간은 기본이고 이러다보니 둘째는 어린이집 하원후엔 거의 방치
모드입니다. 자식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어찌 둘째가 마음에 신경 안쓰이겠습니까
 
사소한 것들이긴 하지만 이런 일들이 매일매일 끊이지 않고 일어나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애들이 어릴땐 다 그렇지 뭐 남자애들은 커서도 그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간 아이 때문에
겪어야 했던 지옥같은 나날들이 있으니 그렇게 쿨하게 넘어가 지지가 않네요.
 
아파트 관리실로부터 CCTV 좀 확인하러 내려와봐라하는 연락만 받아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초2때 엘리베이터에 상습 방뇨로 범인을 잡으려 벼르던 주민들이 개도 아니고, 어린 아이도 아니고
초2나 된 아이라는것에 경악을 금치못해 저에게 뭐라고 했을때도....
 
아이가 우산으로 아파트 내 조경 나무의 아랫부분마다 두더지처럼 파헤쳐 놔서 나무 다 죽게
생겼다고 좀 관리사무소로 나와보라고 연락 받았을때도....
 
이런 일이 몇번 있다보니 뭔 일나면 저희 집에 부터 인터폰 넣는것도 너무 힘듭니다.
 
아이는 물론이고 저도 그간 너무 지쳐서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하곤 했는데
우울증 검사나 다른걸 해봐도 좀 기준치보다 낮아서 그렇지 우울증 범위 밖에 있는지라
약 처방 두어번 해주긴 해도 그거 먹고 저는 후유증이 더 커서 (잠이 너무 쏟아지거나 구역질 나거나
약을 바꿔도 그러더군요) 처방도 못받고 있습니다.
 
그냥 마음이 터져나갈거 같아서 글 씁니다.
 
그냥 대나무 숲에 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외쳤던것처럼 그냥 한번 내지르고 싶습니다. 그냥...
그냥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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