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제 친구로 말하면 누가 뭐래도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는 녀석입니다 부모님은 물론 할머니까지 잘 아는 사이고 서로 집안도 알고요 중학교 때 부터 함께 해왔으니 이미 10년 훌쩍 넘은 친구 사이구요 어려울 때 힘들 때 같이 해왔던 친구입니다
중2무렵에 녀석의 아버지는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셨습니다 아직도 눈에 그려져요 또 다른 친구 품에 안겨서 서럽게 울던 그 녀석이 우린 그 촌스러운 우리학교 하복을 입고 3일 내내 음식을 나르면서 장례식장을 지켰었죠... 그 후부터 우리는 뭘하든 함께였습니다
그 후에 녀석은 어머님이 힘들게 일하시면서 공부를 시키셨습니다 고등학교 땐 어머님도 하시는 일이 잘 되시고 학교를 자퇴하고 인디밴드 한다고 잉여처럼 살던 형도 동거하는 여자와 동대문에 번듯한 매장 하나 하면서 구제 옷장사 해서 다 화목해보였습니다 어머님은 애인도 한 분 계셨다고 들었어요
그녀석은 평소부터 여행사에 취직하고 싶어했고 그 꿈을 위해 영어랑 일본어도 열심히 했고 컴공과라는 전공이 그닥 적성에 맞진 않아 했지만 학교도 열심히 나갔습니다 알바하면서 제 앞가림은 자기가 하고 제 친구라서 그런게 아니고 특출나게 뛰어난 애는 아니어도 성실하고 착한 녀석이었습니다
문제는 작년 1월 그 녀석이 전역을 하고 나서부터였어요 새아버지라는 사람이 폐차장과 작은 버스회사 같은 걸 하는데 거기서 일을 하라고... 사실상 복학할 학비도 대줄 수 없다고 못 박았으니 반강제나 마찬가지였죠 (어려워서 안 대준 것도 아닙니다...) 반만 일하고 나머지는 자기계발을 하라면서 70만원을 준다고 했지만 실상은 종일 일했죠... 그 아저씨는 집에서 먹고 자는 게 50만원이라느니 헛소리를 했지만 옆에서 우리가 볼 땐 그냥 착취였습니다 7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녀석이 하는 일들에 비하면 우리가 볼 땐 너무 적은 돈이엇고 무엇보다 일을 하면서 비정상적으로 욕을 들어먹었습니다 당장 회사 때려치우라느니 도움이 전혀 안된다느니 하는 폭언은 예사였고 쌍욕도 때론 들었구요... 그러다 보니 새아버지가 같이 사는 집이 너무 들어가기 싫다고 하면서 친구들 자취방을 전전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1년 저는 외국에 나와있어서 그 친구를 보지 못했지만 친구들 얘기로는 항상 표정이 어둡고 주눅이 들어있고 전화로 대화해보면 적성에도 안 맞는 일에 매일 욕 들어쳐먹는 것을 괴로워하면서도 점점 '그래 내가 못해서 그런거야 틀린말 없지 뭐' 같은 마인드를 가지게 되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다 이번 설에 그녀석의 어머니를 통해서 새아버지가 준 월급은 30만원... 회사에는 도움도 안되고 방해만 됐다면서 그것도 감지덕지 여기라는... 그 말을 들을 때 저는 진짜 몸이 부들 부들 떨렸어요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지 아 진짜 새아버지라는 사람 맞는지 참...
1년간 저와 제 주변 친구들은 그야말로 지랄을 했습니다 도대체 그게 뭐냐 배우는 것도 없고 죽도록 부려먹고 월급은 짜고 욕은 욕대로 쳐먹고 어디서 쉬지도 못하고(집이 불편해서) 당장 그만둬라 해도 새아버지와 어머님의 미묘한 관계 때문에 선뜻 그얘기도 못하고 애가 너무 소심해서 그런지 확 지르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1년간 고시원 살면서 어디가서 아르바이트만 빡세게 했어도 등록금 모았을텐데 아 진짜 너무 짜증이 나요... 듣고있던 제 친구도 자기가 스타벅스에서 주말만 알바뛰었는데도 한달에 30만원은 넘게 벌었다며 같이 분노했습니다
저희는 진짜 이친구가 당당하게 그만두겠다고 하길 바라면서 독설도 해보고 자존심 긁을 샘으로 무시도 해보고 별 걸 다 해봤는데 전혀 안 됐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저히 모르겠어요
세줄요약 친구가 복학할 등록금도 안 대주는 새아버지 회사에서 반강제로 1년간 일함 죽도록 부려먹고 욕은 욕대로 쳐먹고 70만원이란 박봉 받다가 심지어 이번엔 30만원 받음 나를 포함 주변 친구들은 그만두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도 방법을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