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조종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묘호를 짓는 방식인데요. 묘호라는 것은 흔히들 우리가 알고있는 태조 세종 세종 같은 왕의 명칭입니다.
임금이 죽은 뒤에 그 일생을 평가하여 호칭을 붙여 주는것으로 알고있지요.
'조'는 국가의 공이있는 왕 '종'은 덕이 있는 왕에게 붙여준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공이라는것은 다른 공이 아닌 나라를 세운 건국의 공만 인정이 되어서 창업군주에게만 조라는 묘호를 붙여줄수가 있습니다. 한고조 당고조 명태조 청태조 이와같이 말이죠. 그리고 나머지 왕들에게는 종을 붙여주는 것입니다.
이게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원세조 쿠빌라이칸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우리가 알고있는거와는 다르게 몽골제국을 건설했던 징기스칸은 결코 중국 대륙을 제패한 적이 없습니다. 진정한 대륙통일을 이룩한 것은 손자인 쿠빌라이칸때가서 정복하고 중국대륙의 황제가 되죠.
여기서 원나라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세조라는 묘호가 붙게됩니다. 새로운 건국자나 마찬가지 라고해서 징기스칸을 태조의 해당하는 위치로 보고 쿠빌라이칸이 죽은뒤에는 세조라는 묘호를 붙여준거지요. 여기서 부터 조종의 원칙이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이걸 교묘하게 이용해 먹은게 한명회와 훈국파 일당들이지요. 단종으로부터 정권을 찬탈하고 왕이 된 세조는 자신들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공을 세우기 위해서 세조가 죽은 뒤 쿠빌라이칸의 예를 따서 세조라는 묘호를 붙여버리게 됩니다. 제 생각에는 이때부터 조선정치가 무너지지 않았나 합니다. 세종이 구축해 놓았던 철저한 공과사의 분리가 한명회라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위해 국가권력을 사유화했던 인물로 인해서지요. 한명회의 대한 일화는 이것저것 많으니 관심 있으신분들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요새 영화나 드라마에 비춰지는 풍운아 천재지략가와 같은 모습이 절대 아니죠.
세조 이후로는 심심찮게 조라는 호칭을 가진 왕들이 생겨납니다. 선조는 방계출신의 왕이죠. 직계가 아닌 중종의 일곱번째 아들의 셋째아들입니다. 하지만 임진왜란의 공(?)을 세웠다해서 선조로 추존됩니다. 인조 또한 방계출신의 왕이고 병자호란의 공을 세웠다해서 조가 붙었고요. 영,정조는 고종이 대한제국의 뿌리를 세우기 위해 조로 승격시킨 케이스 입니다.
혹자는 정상적인 왕위계승이 아니면 조, 정상적인 계승은 종이라고하는데 아니죠. 중종 효종은 정상적인 왕이여서 종이 붙은게 아니니까 말이죠. 왕이 죽은 뒤 당대의 신하들이 당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과장하다보니까 조선시대에 와서 조종의 원칙이 깨진겁니다. 웃긴건 조선에서 이 원칙을 먼저 깨다보니까 오히려 명에서 그걸 흉내내게 됩니다. 황제자리를 찬탈했던 명성조는 원래 명성종이었다가 후에 바뀌게되죠.
여기서 우리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해집니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만연하게 결과중심주의가 팽배해있죠. 과정이 어찌 되었든간에 결과만을 따지며 패배한 사람은 처절하게 짓밝히는 사회가 되어있습니다. 초대대통령이라고 다가 아니며, 경제발전을 이룩했다고 해서 그 과정 속에 있던 일들이 모두 타이틀 하나로 인해 정당성을 부여 받을수는 없는 거지요. 역사교육의 중요성이 여기서 부각된다고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결과만을 바라보고 평가를 내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 결과 속에 있는 과정들이 어떠한 것들이였는지 돌아 볼 필요성이 느껴지게 되네요. 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시간관계상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