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밖에는 눈이 온다. 새벽녁에 오기 시작한 눈이 아직도 오고 있고 도로며 건물이며 모든게 솜이불을 덮고 있는것 같다.
몇일전 동생들이 가고 난 또 새로운 별명을 얻었어. '남망'이라는 별명이 생겼지... 남자망신의 줄임말이래. 허허허. 얼마전 네 생일에 했던 짓들을 말해줬더니 그러네. 헤어진 사람한테 그렇게 해주고 싶냐고, 선물은 뭐하러 주냐고, 아직도 미련하게 마음주고 있다고 바보래. 동생들이며, 친구들이며 자꾸 새로운 사람을 기다리고 만나라는데 내 마음이 아직도 여기서 한발짝도 꿈쩍 않고있어.
남들이 뭐라고하던지 올해 들어 내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이번 생일에 널 챙겨줬다는거야. 불같이 화낼줄알았는데 기쁜 마음으로 받아줘서 고마워. 네가 보고싶은 영화라고 같이 보고싶다고했던 그 영화CD, 내 오랜 별명이라서 오래전부터 주고 싶던 곰인형, 네 낡은 목도리를 볼때마다 사주고 싶던 까만 목도리, 네가 가장 좋아했던 칸쵸, 네가 오랫동안 안물려한 GS편의점표 콘스낵, 입이 심심할때마다 까먹던 오리온 카라멜, 헤어지기 얼마전에 맛있다고 좋아했던 치즈과자, 헤어지는 날에 처음 줬던 꽃을 너무 좋아해서 네 나이에 맞게 산 장미꽃, 예전에 동생들이랑 나 여행갔을때 사주기로하고 못사줬던 외국 초콜렛, 축하한다고만 써둔 생일카드 한장, 조금 길게 쓴 사족같은 편지 한장까지. 오래전부터 해주고 싶었던 것들을 몰아서 했어. 내년에 올 다음 네 생일날에도 축하한다는 문자도 1등이고 싶고, 해주고 싶은 선물 내 마음대로 주고 싶은데 너 다른 사람 만나게 되면 내가 그럴수도, 그래서도 안되는 거잖아. 그래서 마음먹고 지금까지 해주고 싶었던거 모으고 모아서 준거니까 심심할때 영화틀어서 보고 보면서 곰인형 가슴에 안고서 입 심심하니까 과자 까서 먹고 그러다 어머님 심부름 갈때 목도리 꼭 끼고 나가고.
근 한달만에 너 보니까 난 너무 좋았어. 네 생일 몇일 후 있었던 내 생일 선물을 미리 받은 기분이었어. 그치만 너 나한테 거짓말한거 하나 있다. 내 생일에 너 전화해준다고 그래놓고는. 난 또 설레서 하루종일을 전화기만 붙잡고 있었네. 아침부터 밤 12시 땡할때까지 기다렸는데 이럴꺼면 말이나 하질말던가... 여전히 넌 거짓말쟁이였어. 못된 할망구... 쳇. 네가 생일 축하한다고 한마디만 해줬다면, 아마 난 가장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을꺼야. 이렇게 너 못됐다고 말은 하지만, 괜찮아. 너 마음 내키지않으면 억지로 전화하지마. 예전에 내가 그랬지? 내 마음이 이렇다고해서 너에게 나 사랑해달라고, 왜 내 마음 몰라주냐고 그렇게 강요하고 싶은 마음 없어. 억지로 강요하지도않고 힘들게 애원하지도않고 애타게 바라지도않을꺼야. 내 마음과 네 마음이 다르다고 너에게 화내고 강요하는건 너에겐 일방적인 내 폭력일뿐이니까. 네 마음이 돌아선다면 좋겠지만, 네 마음과 내 마음이 같다면 좋겠지만, 너에게 나와 함께한 용기가 생긴다면 좋겠지만 그렇지않다고해도 괜찮아. 내가 사랑하니까. 아직도 내가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난 괜찮아.
넌 여전히 예뻐. 충분히 사랑받을만큼. 그러니까 자신없어 하지마. 여전히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야, 너는. 남들 눈이나 이야기에 신경쓰지말고 넌 항상 네가 믿는 길,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었으면 해. 네가 옳다고 말하는 걸 모두 옳다고 믿는 사람 여기 있잖아. 모두가 등돌려도 너 응원해줄께. 넌 듣지도, 보지도 못하겠지만 보이지않는 곳에 들리지않는 곳에서 너한테 소리내서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으로 남아있을테니까 항상 네가 가진 신념대로, 내가 행복할수 있는 길로 걸어가.
많이 보고싶고 네 목소리 듣고 싶지만 오늘도 꾹 참아볼께. 내일도, 모레도 잘 참아볼께. 항상 건강하고 항상 행복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