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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짱] 태평양 전쟁 말기, 손 없는 시체
게시물ID : panic_14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ㄴㄴㅁㅇㄴ
추천 : 27
조회수 : 72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8/02/16 19:31:59
출처 - 리라하우스 괴담천국

태평양 전쟁 말기, 홋카이도의 어느 어촌에 어느 날 많은 일본군인들의 익사체가 표류해
왔다. 그 수는 무려 500구. 아무래도 병사를 가득 실은 수송선이 미군 잠수함에 공격받아 
난파, 침몰한 듯 했다. 그러나 시체 중에 장교의 시체는 없었다.  장교들은 구명정으로 탈
출한 듯 했다. 

시체를 수습하던 어부들은, 묘한 것을 눈치챘다. 팔이나 손이 없는 시체가 상당히 많았던
것이었다. 손목만 없는 시체부터 팔뚝부터 잘린 시체까지. 바닷물에 씻겨서 더이상 피는
흘러나오지 않았지만, 예리한 것에 의해 잘린 것처럼, 그 단면은 평평했다. 

개중에는 한쪽 팔이 없는 것은 물론, 얼굴에 상처가 있는 것도 많았다. 얼굴의 상처야 배
에서 바다로 뛰어들면서 상처입은 것일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시체의 절반 이상
이 팔이 잘린 것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요시무라 아키라(吉村昭) - 바다의 관(海の柩)

「잘랐습니까?」 

나는 물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그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병사들의 팔 말입니다」 

남자는 순간 눈이 흔들리며 천천히 시선을 떨어뜨렸지만, 그 얼굴에는 묘한 웃음이 얇게 
떠있었다. 

「저는, 자르지 않았어요. 암호책를 안고 작은 배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으니까···」 

그의 미소는 깊어졌다. 

「자른 장교도 있었군요」 

하고 묻는 나.

「있었습니다」 

하고 인정한 그.

「배에 매달렸기 때문입니까」 

라고 재차 묻는 나.

「뱃전에 손이 몇 개나 매달렸습니다. 온 사방에서 손들이 매달린 탓에 작은 배는 격렬하게
  흔들렸습니다. 그들이 모두 타면 가라앉겠다, 하는 생각보다, 뱃전을 감싼 그 손들 자체가
  무서웠습니다. 바다 위가 온통 병사들로 메워진 참에, 그 한 가운데 3척의 작은 배가 끼어
  있었습니다. 제가 탄 배 이외의 다른 작은 배에 탄 장교들도 일제히 군도를 꺼내들었고, 제
  가 탄 배의 장교들도 군도를 휘둘렀습니다. 그 무수한 손에 대한 공포감이 대단했습니다.
  아무리 자르고 잘라도, 살고자 매달리는 병사들의 무수한 손이 뱃전을 뒤흔들었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하시지 않았습니까?」
 
「구두로 걷어찼을 뿐입니다」 

남자는, 희미하게 눈썹을 찡그렸다. 

「팔을 잘린 병사는, 그대로 가라앉았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살고자 헤엄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병사들은, 뭐라고 했습니까?」
 
나는 물었다.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미소가 굳어졌다. 필터담배를 손에 들었다. 하지만
불은 붙이지 않았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천황폐하만세, 라고 외쳤습니다」 

나는, 노트를 적는 손을 멈추고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훗날, 이 사건에 대해 NHK에서 다큐멘터리가 기획되어 담당 프로듀서가 당시의 인터뷰를
한 요시무라 씨에게 증언을 한 바 있는 K씨의 주소와 이름을 가르쳐달라고 몇번이나 간곡
하게 부탁했지만 계속 입을 다물었다고. 

당시 요시무라 씨가 취재를 위해 늙은 어부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종전이 되고
25년이나 지났음에도 헌병들에게 입막음 된 어부들이 쉽게 증언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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