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번 살려준다고 했는데 어찌 약속을 저버리겠는가?
내가 앞으로 조심하여 그를 피하면 될것이니 그를 놓아 주어라."
라고 말하였다.
예양은 석방된 후에도 자나깨나 원수갚을 일만을 생각했다.
그러나 조양자의 경호는 너무도 삼엄하여 쉽게 방법을 찾을수가 없었다.
예양은 눈썹을 깎고 온몸에 옻칠을 해서 문둥이처럼 하고 숯을 먹어 목소리까지 변조 하였다.
그래서 마침내 그의 아내까지도 알아보지 못할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우현히 그의 오랜 벗이 그를 알아보았다.
"그대는 예양이 아닌가" 어찌 이리 모습이 변했는가?"
그 말을 들은 예양은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벗은 예양을 자기집으로 데려가서 식사를 대접하고 물었다.
"자네가 죽은 지백의 원수를 갚으려 한다면 좋은 방법이 있네.
자네의 재주라면 차라리 조양자에게 가서 벼슬을 구하게.
그러면 조양자는 반드시 자네에게 높은 벼슬을 줄것이니 그때에 조양자의 곁에 다가가는것은 매우 쉬운일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어렵지 않게 조양자를 죽일수 있는데 어째서 구차하게 몸을 상하게 하고 음성까지 바꿔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예양은 정색을 하며 벗에게 대답했다.
"자네 말은 고맙네.
내가 몸에 옻칠을 해서 온몸에 진물을 흘리며 숯을 먹어 음성까지 상하게 한것은 다 지백을 위해 원한을
갚으려 하는것일세.
즉 후세 사람들에게 <신하된자는 두마음을 품지 말라>는 경고를 하려는것일세.
그런데 내가조양자를 섬기다가 그를 죽인다면 이것이야 말로 두마음을 품는것이니 어찌 후세에
내 뜻을 전할수 있겠는가?"
예양은 친구와 헤어져서 길을 떠나갔다.
얼마후에 조양자가 외출을 하였는데 어느 다리앞에 이르자 수레를 끌던 말이 몹시 놀란듯 나아가질 않고 코를불며 멈춰섰다.
역시 이상한 예감이 든 조양자는 부하들을 시켜 다리주변을 수색하게 하였다.
과연 다리 밑에서 한 거지가 잡혀 나오는데 그의 품에서 비수가 나왔다.
조양자는 예양의 얼굴을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그가 틀림없이 예양일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이미 그대를 한번 용서해 주었는데 어찌 또 나를 죽이려 하는가?"
예양은 대답을 않고 하늘을 우러러 통곡했다.
조양자가 다시 물었다.
"그대는 전날에 범씨와 중행씨를 섬기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백이 그들을 모조리 멸망시켰는데도 그들을 위해 원수를 갚기는 커녕
오히려 지백의 신하가 되었다.
죽은 범씨를 위해서는 원수를 갚지 않으면서 굳이 지백의 원수만을 갚으려 하는것은 무슨뜻인가?"
예양이 힘있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대저 임금과 신하는 의로서 합하는것이오.
임금이 신하를 자기 수족처럼 대하면 신하는 그 임금을 자기 몸처럼 아끼게 되며
반대로 임금이 신하를 개.돼지보듯 대하면 신하역시 그 임금을 길가는 사람처럼 대하는 법이오.
지난날 내가 범씨를 섬길때 범씨는 나를 그저 일반 신하로 대했으니 나도 그를 그저 보통 군주로 대했을 뿐이며
내가 지백을 섬길때 지백은 나를 국사로 대했으니 나도 국사로서 지백에게 보답하려 하는것이오.
어찌 범씨와 지씨를 똑같이 대할수 있겠소?"
조양자가 탄식하며 말했다.
"그대는 참으로 충신이다. 그러나 이미 나를 두번이나 죽이려 했는데 어찌 또다시 그대를 용서하겠는가?
이 칼을 줄테니 그대는 스스로 자결하라."
그 칼을 받은 예양은 바닥에 공손히 꿇어앉아 조양자에게 부탁했다.
"제가 듣기에 <명군은 남의 아름다움을 덮지 않으며 충신은 명절에 죽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고 하더이다.
지난날 장군께서 저를 용서하여 천하의 현군임을 칭찬하지 않는자가 없습니다.
그러니 내 어찌 오늘 다시 살려주길 바라겠습니까?
그러나 나는 두번씩이나 장군을 살해하려다가 모두 실패했으니 이 원통함을 풀 길이 없습니다.
청컨대 장군께서는 지금 입고있는 그 의복을 벗어 제게 내려 주십시오.
그러면 이 칼로 그 의복이라도 쳐서 원수를 갚는 뜻을 이루고자 합니다."
조양자가 예양을 측은히 생각하고 입고있던 비단전포를 벗어 예양에게 주었다.
예양은 칼을 높이 들고 세번을 뛰어올라 칼로 의복을 세번 내리쳤다.
예양은 조용히 무릎꿇어 조양자에게 절하고 말하였다.
"이로서 지하에 잠든 지백에게 아뢸수 있게 되었습니다."
말을 마친 예양은 손에 들고있던 비수로 자신의 배를 찌르고 땅에 엎드려 죽었다.
천하의 사람들이 그 일을 전해듣고 모두 예양을 위해 울었다.
지금도 예양이 자살한 그 다리가 남아있다고 한다.
후세 사람들은 그 다리를 예양교 라고 이름을 고쳐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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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40여년이 지나 지 땅에 섭정 의 사건이 일어났다.
섭정은 지 땅 심정리 출신이었다.
그는 사람을 죽이고 그 원수를 피해 모친과 누님을 모시고 제나라로 가서 백정노릇을 하며 숨어 살고 있었다.
역시 당시의 형편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당시 한나라의 정승은 겹루 였다.
겹루는 어릴적에 엄수와 지극한 우정을 맺고 있었다.
그때 겹루는 매우 가난했고 엄수는 큰 부자였다.
그래서 엄수는 항상 겹루의 생활비를 대주었다.
그후 겹루는 엄수에게 돈을 얻어서 한나라 도읍 평양성으로 들어가서 그 밑천으로 기반을 닦아
마침내 한나라 정승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겹루는 한나라의 정승이 되자 그 위세가 자못 대단했다.
엄수는 겹루가 한나라 정승이 됐다는 말을 듣고 한나라로 겹루를 찾아갔다.
그러나 겹루는 문지기가 들어와서 "엄수란 사람이 찾아왔다"고 고하는데도
"엄수? 그게 뭐 하는 놈이냐? 잔말말고 내 쫓아라."하고 명을 내렸다.
그러나 엄수는 매일같이 승상부를 찾아가서 편지를 들이밀고 면회를 청했다.
그렇지만 결국 엄수는 겹루를 만날수 없었다.
이에 분개한 엄수는 자신의 재산을 풀어 한열후의 주변사람들을 매수해서
마침내 직접 한나라 한열후를 배알하게 되었다.
엄수는 한열후에게 많은 황금을 바쳤고 한열후는 엄수에게 좋은 벼슬을 내리려 하였다.
그런데 겹루가 이 소문을 듣고 한열후를 찾아가서 엄수의 여러가지 단점을 말하고 험담을 하여 엄수에게 벼슬을 주지 말라고 하였다.
그래서 엄수는 벼슬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소식을 들어 알게된 엄수는 이를 갈며 겹루를 저주했다.
"이놈 어디 두고 보자."
마침내 엄수는 천하 각국을 돌아다녔다.
용사를 구해 겹루를 죽일 계획을 세운것이었다.
엄수가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다가 제나라에 이르렀다.
어느날 엄수는 도살장 앞을 지나다가 한 사람을 보았다.
그 사람은 큰 도끼를 들어 소를 죽이는데 별로 큰 힘을 들이는것 같지도 않았으나 단번에 소의 뼈를 으스러뜨려 죽였다.
그 사람이 휘두르는 도끼는 30근이 넘는 큰 도끼였는데 그 도끼를 휘두르기를 마치 장난감 바람개비를
돌리는듯 하였다.
엄수가 그 사람을 유심히 보니 키는 8척이 넘고 눈은 고리눈이고 수염은 이무기 같았다.
엄수는 그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물었다.
"그대의 이름은 무었이고 고향은 어디십니까?"
나는 섭정 이라하고 원래 위나라 사람입니다.
좀 곤란한 죄를 짓고 고향을 떠나 이곳에서 어머님을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엄수는 다시 정중히 청했다.
"잠시 여가를 내어 저와 함께 주점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십시다."
주점에 마주앉은 엄수와 섭정은 다시 빈객의 예로 인사하고 서로 술 석잔을 교환 했다.
엄수가 황금 백일을 섭정의 앞에 내놓았다.
섭정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이게 무엇이요?"
엄수가 정중히 대답했다.
"그대가 연로하신 어머님을 모시고 있다고 하니 이걸로 맛난 반찬이라도 사서 봉양하시라고 드리는것이오."
그러나 섭정은 그걸 받지 않고 말했다.
"내게 이렇게 많은 황금을 주는것을 보니 이는 반드시 내게 원하는바가 있을것이오.
그러나 나는 그 이유를 알기 전에는 이 황금을 받을수 없소이다."
이에 엄수는 한나라재상 겹루와 자신의 원한을 다 이야기하고 그 원수를 갚고 싶다는 자기의 속뜻을
모두 털어놓았다.
이런 사정을 다 들은 섭정이 말했다.
"나는 노모를 모시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나는 그대의 청을 들어줄수가 없소이다."
그러나 엄수는 다시 받기를 권하며 말했다.
"나는 그대의 높은 의기를 존경하여 그대와 결의형제를 하려 하는것뿐이요.
어찌 그대에게 효도를 버리고 나의 개인사정만 봐달라고 강요 할수있겠소?"
엄수가 계속 권하였기 때문에 섭정은 더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그 황금을 받게 되었다.
섭정은 우선 그 황금의 반을 써서 과년한 누이 섭영을 시집 보냈다.
그리고 나버지 반으로 좋은 의복과 맛난 음식을 사서 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했다.
일년 반쯤 지나서 섭정의 어머니가 죽었다.
엄수는 섭정의 집에가서 곡하고 조상하고 장례식 비용까지 모두 대줬다.
장례를 치르며 섭정은 엄수의 호의에 감동했다.그래서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일개 시정잡배로 개.돼지나 잡는 백정인데 엄수는 귀한 신분으로 천릿길을 멀다않고 찾아와서 나같은 사람과 사귀었다.
그는 또한 백금을 들어 어머님의 장수를 축원해 주었고 이렇게 장례까지 성대하게 치루게 해주었다.
그런데 나는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한게 없으니 이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은인이 격분하여 원수를 쏘아보고있으나 나는 어머님이 살아계서서 그 보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어머님이 돌아가셨으니 나는 이제 나를 알아준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할것이다.>
장사를 성대히 마치고 나서 섭정이 엄수에게 말했다.
"이제 이 몸은 그대의 것이니 원하는대로 쓰시오."
그래서 엄수는 섭정에게 자신의 원한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다.
"제 원수는 한나라 재상 겹루입니다.
그는 왕의 숙부이며 그 일족의 세력이 강대하고 호위무사의 수도 많아서 쉽게 접근할수가 없습니다.
이제 그대가 나를 버리지 않고 내 원수를 갚아주겠다 나는 나의 모든 재산을 기울여 그대를 돕겠습니다.
그대는 몇명의 무사와 병차가 필요하십니까?"
섭정이 대답 하였다.
"겹루가 한나라의 재상이라면 그렇게 요란스레 일을 벌여서는 성공할수 없습니다.
또한 인원이 많아지면 자연히 일이 누설될것이고 일을 성사시킨 이후에도 그 배후가 드러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일은 저 혼자 처리하는것이 나을것입니다."
섭정은 이렇게 말하고 엄수와 헤어졌다.
바로 다음날 섭정은 지팡이 속에 칼을 숨긴채 단신으로 한나라로 출발했다.
섭정은 객점에 묵으며 이틀동안 정신을 통일하고 나흘째 되는날 승상부로 갔다.
문 밖에서 들여다 보니 저 멀리 대청에 높은 의자에 앉은 겹루가 서류에 결재를 하고 있었다.
잠시후 결재를 마친 겹루가 의자에 깊이 기대어 쉬고있는것이 보였다.
이때 섭정이 급히 승상부로 뛰어들어가며 소리쳤다.
"승상께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잠시 주위를 물리쳐 주십시오."
겹루는 섭정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네놈은 누구냐?"
섭정은 성큼성큼 걸어서 이미 대청마루에 올라섰다.
주변에서 그를 말리려 했으나 이미 섭정의 지팡이속에 숨겨진 칼이 겹루의 가슴에 깊히 박힌 후였다.
워낙 눈깜짝 할사이였기 때문에 주변의 호위무사들도 정신을 차릴 여가가 없었다.
겹루가 바닥에 쓰러지고 그제서야 호위병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섭정은 힘을 내어 호위병들과 싸웠지만 워낙 중과부적이었기때문에 자신이 이곳에서 살아나갈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죽은후에 자신의 신분이 발각될까 염려해서 칼로 자신의 얼굴을 도려냈다.
그리고 손으로 자신의 얼굴가죽을 확 잡아 벗겨냈다.
순간 섭정의 얼굴은 시뻘건 살덩어리가 되어버렸다.
군사들이 이 무서운 광경을 보고 움찔하여 뒤로 물러난 사이에 섭정은 다시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자신의 두 눈알을 뽑아내어 집어 던졌다.
그리고 칼로 자신의 배를 갈라 창자를 끄집어 내어 바닥에 뿌렸다.
섭정은 스스로 자신의 칼로 목을 찌르고 죽고 말았다.
한나라에서는 재상 겹루를 죽인 범인의 정체를 알수없어서 난리가 났다.
한나라에서는 섭정의 시체를 시장바닥에 늘어놓고
ㅡ재상 겹루를 죽인자의 신분을 알려주는자에게 천금을 상으로 내릴것이다.ㅡ
이러한 포고령을 내렸지만 아무도 범인의 정체를 알지 못했고 그 배후또한 밝혀지지 않았다.
그후 한참 지나 이 소문이 전국 각지에 퍼져 나갔다.
섭정의 누이 섭영이 그 소문을 듣고 방성통곡하였다.
"이는 필시 내 동생 섭정일 것이다."
섭영은 비단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나라 도읍으로 갔다.
평양성에 당도한 섭영은 곧바로 시장으로 갔다
섭영은 널판위에 놓여있는 고깃덩이를 쓰다듬으며 한없이 흐느껴 울었다.
관리들이 다가와서 섭영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 시체와 어떤 관계가 있길래 이리 슬피우는거요?"
섭영이 대답 하였다.
"이는 나의 동생 섭정입니다.
섭정은 어려서부터 협의가 넘치고 불의를 미워하는 용사로 널리 알려진 사람입니다.
제 아우는 이나라 정승 겹루의 불의를 미워하여 그를 죽였을것입니다.
그러나 동생은 이 누이에게 그 화가 미칠까 두려워하여 자기 얼굴을 도려내고 그 이름마저 숨겼을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한나라관리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 섭정이란 사람이 왜 정승을 죽였는지 또 그 배후가 누구인지 그대가 알겠구려.
당신이 그 이유와 배후를 밝힌다면 당신에게 천금의 상을 내릴것이오.
그러나 만약 그대가 그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대또한 죽음을 면치 못할것이다."
이 말을 들은 섭영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상금을 받으러 온것이 아니오.
또한 죽는것이 두려웠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오.
그러나 만약 내가 동생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면 동생의 높은 의기와 이름을 후세에 남길수 없소.
또한 내가 살기위하여 동생의 배후를 밝힌다면 이는 죽은 동생의 의기를 저버리는것이니
내 어찌 그 배후를 말할수 있겠는가?"
섭정의 누이 섭영은 하늘을 우러러 가슴이 터지도록 세차례 곡하고는 주변의 정자 돌기둥에
머리를 짓찧고 죽어버렸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주변 여러나라에 퍼져나갔고 천하의 많은 사람들이 슬피울며
섭정과 누이 섭영의 의기를 칭송하였다.
한나라의 한열후는 두사람의 시체를 거두어 장례를 지내주도록 하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후 220여년이 지나 진나라에서 형가의 사건이 벌어졌다.
이 이야기는 투더코아의 사기열전 형가입진편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열전의 말미에 사마천은 이 자객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조말에서 형가에 이르기까지 5인의 자객은 각각 의협심이 성취되기도 하고 혹은 실패하기도 했다.
분명한 사실은 그들의 의도는 너무나 명백했고 또한 그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그들의 명성이 후세까지 널리 알려진것은 실로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상으로 자객열전의 몇몇 인물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사마천이 평가했듯이 이 인물들은 의협에 자기자신을 버렸고 한번 먹은 마음은 변하지 않았으니
가히 협객열사라 칭하는데 모자람이 없겠다.
조말은 한번 용기를 발휘하여 잃었던 국토를 회복했고,세번싸워 세번 졌던 수모를 일조에 설욕했다.
조말의 용기는 천하의 패자인 제환공 앞에서도 조금도 움추려들지 않았으니 그 기개가
하늘을 찌를듯 높았다.
그러나 또한편으로는 순간의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한번 약속한데 그 믿음을 잃지 않기위해
땅을 떼어 돌려준 제환공의 그릇 또한 대단하다 말할수 있을것 같다.
그러했기때문에 제환공은 춘추시대의 오패지수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얻을수 있었던것 같다.
전제는 합려의 왕위등극에 일등공신으로 이름을 남겼으나 그것은 자기의 몸을 망치고 이룬 공이었으며
또한 필자가 보기에 다른 자객들에 비해 거사의 명분은 충분치 않다고 보여진다.
하기야 당시에는 왕이 곧 국가인 전제군주시대였으니 자신이 모시는 군주의 왕위등극이라는것이
지금의 가치관으로 쉽게 재단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그러나 제 가족을 몰살시키고 또한 자기의 몸까지 망쳐서 남의 원수를 갚아준 요리에 비할바는 아니니
또한 자객열전의 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겠는가 하고 생각한다.
예양은 필자가 사기열전 전편에 나오는 백 수십명 인물중에 형가와 함께 편애에 가까울 정도로 좋아하는
인물중의 한사람이다.
예양은 결국 자기가 모시던 주군의 원수를 갚기위해 목숨을 버렸으니 굳이 말하자면
다른 자객들과 비교하여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을 해볼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예양은 편한길을 택해 쉽게 원수를 갚을수 있는 방법을 알면서도
몸에 옻을 바르고 숯을 먹는등 고행에 가까운 고생을 해가면서 목적을 이루려 하였다.
그 이유는 예양이 열전에서 밝혔듯이
"신하된자는 두마음을 먹지 말라."하는 뜻을 후세에 전하기 위함이었고
또 그 뜻을 위해 쉬운길을 버리고 힘든 길을 택하였으니 예양이야말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참 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섭정은 효심이 매우 깊은 사람이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자신을 알아준 은인의 원수를 갚으려
스스로 몸을 던졌다.
그는 엄수가 백금의 재물을 주며 어머님의 장수를 축원했기때문에 그 은혜를 갚으려 거사를 했겠지만
만약 그 어머니가 섭정이 그리될줄 알았다면 백금의 선물을 받고 기뻐 했겠는가?
그러하니 섭정은 그저 홍콩영화에 나오는 살인청부업자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기의 거사 후에 시집간 누이나 자기에게 일을 사주한 엄수에게 화가 미칠것을 염려하여 스스로
얼굴을 도려내고 눈알을 뽑아내고 창자를 끄집어내어 바닥에 뿌릴정도의 결기가 있었으니
섭정은 죽는 그순간까지도 의리외 기개 하나만큼은 천하고금에 드문사람이라 하겠다.
형가는 천하가 도탄에 빠지고 괴로워할때 범의 아가리로 스스로 들어가서 호랑이나 늑대보다도
무서운 진왕을 쳤다.
비록 진왕의 운수가 아직 죽을때가 아니라서 실패하기는 하였지만
천하 육국의 백만대군도 못했던일을 시도하였고
당대의 제일이라 하는 강대국 진나라의 지존인 진왕 정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는 역수를 건너면서 이미 다시 돌아오지 못할것을 알았지만 조금도 두려워 하지 않았으니
그의 용기와 기백또한 아무리 칭송해도 아깝지 않을것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필자는 이 자객열전을 읽으면서 여러자객들의 행적을 빌어 사마천이 말하려 한것이 무었이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이 자객열전에 면면히 흐르는것은 의와 협 두글자이다.
고대 중국인들의 의협정신은 참으로 처절하고도 놀라울 따름이다.
의와 협이라는 두글자 아래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며 갖은 고초를 돌파하는 여러 인물들을 보면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해본다.
하기야 필자와같은 필부에게 그러한 의협이란 단어가 얼마나 와 닿겠는가?
그저 하루하루 살아나가기에 급급할따름이니 도대체 의협이라는것이 가당하기는 한 말인가?
그러나 아무리 무명소졸이라한들 ,또 그저그저 구구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탓에
의협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지는 못한다 한들 그 정신에 대한 생각이야 어찌 없을수 있겟는가?
그런데 이러한 장삼이사들도 의협에 대해 생각하고 살아가는마당에
이 사회의 지도층들은 전혀 그런것 같지가 않다.
세상의 마지막 보루라 할수있는 판검사들이 또 소위 가장 공부를 잘했다는 판검사들이 며칠전 내 놓은
하나의 판결을 보면 이제 법이 무슨 소용이 이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통탄을 금할길이 없다.
부정선거의 핵심 범죄자로 재판을 받던 한 경찰간부에게 무죄가 떨어졌다.
또 한 국회의원에게 내란음모죄를 씌우려 하는 검찰은 "증거가 없으므로 징역20년" 이라는
말같지도 않은 구형을 했다.
이나라의 지도층이라 할수있는 판검사들은 의가 무엇인지 협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파렴치한 사람들 뿐인듯하다.
하기는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고 윤석열 팀장 들어낼때 이미 알아봤으니 이제 뭔 의협의 법조인이 남아 있겠는가?
엊그제 한 여성 경찰관이 기자회견을 했다.
"최종심까지 끝까지 지켜보겠다."
이 한마디는 필자에게 예양이나 조말의 비수보다도 더욱 날카롭게 다가온다.
사람을 칼로 찔러죽여야만 자객이 아니요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해야만 의협의 열사가 아니니
이제 이나라에 저 여성 경찰관같은 의협의 열사가 있음에 스스로 자랑스러움을 느끼며
또 한편으로는 이 세상의 여성들에게 깊고깊은 존경심을 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