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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투더코아의 詐欺 列傳]31.자객열전(刺客列傳)
게시물ID : history_140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투더코아
추천 : 10
조회수 : 80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2/11 01:57:41
투더코아의 詐欺 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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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열전(刺客列傳)
 
태사공 사마천이 지은 사기.
본기.세가.표.서.열전 중에 가장 재미있는것이 열전이다.
또 그 열전중에서도 백미라 할수 있으며 또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이 자객열전이 아닌가 한다.
이 자객열전에 다섯명의 자객이 나온다지만 필자가 보기엔 자객 여섯명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본문에 나오는 다섯명의 이름과 함께 형가편에 함께나오는 형가의 친구 고점리.
그는 친구인 형가를 위해 복수하려고 축에 납을 집어넣어 그 축으로 진왕 정을 공격했다.
그러나 막비운수라.
진왕 정의 명이 그것이 아니었던겄인가?
고점리는 거사를 실패하고 그자리에서 맞아죽고 말았다.
고점리는 결국 실패했지만 거사의 성패는 차치하고 자신의 뜻을 위해 누군가를 살해하려 했던 사람을
자객이라 한다면 고점리 또한 저 다섯 자객과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릴수 있지 않을까?
사마천은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쓰긴 했지만 결국 그 와중에 고점리의 이야기를 함께 언급 했으니
고점리 또한 이 자객열전을 빌어 후세에 당당히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춘추전국시대 를 논한 여러 책자에 등장하는 영웅호걸들은 저마다 국가에 충성하며
대의와 명분에 따라 행하였으므로 그 이름을 후세에 남겼다.
그중에 이 자객열전에 나오는 다섯 협객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 하지않았으며
하나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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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열전에 나오는 다섯 자객의 연대는 각기 다르다.
제일 먼저 나오는 조말은 춘추오패의 으뜸이라는 제환공과 시대를 같이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형가의 이야기는 전국시대 말인 진시황의 연대와 함께 한다.
그러하니 이 자객열전은 약 500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이야기 이다.
500년의 장구한 세월이 흐르면서 사마천에 의해 그중에 선택된 이 다섯 자객의 공통점은
의(義)와 협(俠)두글자일 것이다.
 
필자는 이미 형가입진편에서 형가에대해 논한적이 있다.
또한 오자서 열전에서 오나라 협객 전제 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당시에 이미 필자가 이들에 대해 알고있는것을 모두 이야기 했으니
이제 저 두사람에 대해 더이상 설명할 내용이 없다.
그래서 이번 자객열전에서는 이 두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사람의 이야기를 위주로 하여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물론 고점리도 형가와 함께 제외됨을 미리 밝혀둔다.
 
조말의 비수로 노나라는 잃었던 영토를 회복했고 제나라는 맹약에 거짓이 없음을 밝혔다.
예양의 의로움은 두마음을 품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부터 자객열전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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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 지기자사.여위 열기자용(士爲知己者死 女爲說己者容)
 
조말(曺沫)은 노나라 사람이다.
용기와 담력으로 노장공을 섬겼다.
노장공은 용사를 좋아했다.
조말은 노나라 장군이되어 제나라와 싸웠으나 중과부적으로 세번싸워 세번 다 졌다.
원전에는 여기까지만 설명되어 있지만 당시의 사세를 설명하기 위해 잠시 옛 이야기를 해야겠다.
 
관포지교 편에서 설명한바 있지만 제나라에 공자 규와 공자 소백이 있었다.
제양공이 무도하여 반란에 죽고 공손무지가 왕위에 올랐으나 공손무지 또한 불과 한달만에
역쿠테타에 의해 죽고말았다.
소백은 난을 피해 포숙아와 함께 거나라에 가 있었고 규는 관중과 함께 노나라에 가 있었다.
제나라 신하들은 새 임금으로 제양공의 장자인 공자 규를 옹립하기위해 노나라에 사람을 보내었지만
노나라보다 가까운 거나라에서 소백이 먼저 제나라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것을 눈치챈 관중이 먼저 달려가서 활로 소백을 쏘았으나 그 화살이 소백의 혁대 갈고리에 맞아
소백은 죽지 않고 제나라로 들어가서 임금의 자리에 올라 나중에 오패지수의 칭호를 받는
제환공이 되었다는것은 독자들도 익히 알고있을것이다.
 
한편 노나라에서는 제나라가 공자규를 임금으로 세우기위해 데리러 왔다는 말을 듣고
규를 호위하기 위해 조말을 장수로 삼고 병차 삼백승을 내어 제나라로 갔다.
그러나 노장공은 길을가던 도중에 천만뜻밖에 죽은줄 알았던 소백이 이미 제나라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대로하였다.
그래서 노장공은 조말을 시켜 제나라를 치게 하였다.
그러나 노나라군대는 제나라의 포숙아의 군대와 싸워 크게 패하고 말았다.
조말은 이 전투에서 세번을 크게 싸웠으나 세번을 모두 졌다.
조말은 몸에 화살을 맞고 또 배에 칼을 맞았지만 오히려 적군을 무수히 죽이고 포위를 뚫고 달아나 목숨을 건졌다.
노장공은 범의 아가리에서 놓여난듯 달아났고 제나라 장수들은 문양땅을 빼앗아 제나라 영토에 편입시킨후 돌아갔다.
한편 제나라의 포숙아는 노나라에 공자 규가 살아있으면 장차 제나라에 큰 화가 일어날것을 염려하여
노나라에 편지를 보내어 공자 규를 죽일것을 요청했다.
또한 장차 제나라를 위하여 관중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관중을 데려오려 하였다.
그러나 노나라가 관중을 죽이면 만사가 틀어질테니 이를 어찌하겠는가?
그래서 포숙은 계책을 내어 편지에 이렇게 썼다.
"관중은 우리 주군에게 활을쏜 대역죄인이니 우리 주공께서 친히 목베려 하십니다.
그러니 관중을 수차에 감금하여 반드시 살려서 제나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공자 규는 노나라에서 죽고 관중은 죄수처럼 수차에 감금되어 제나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관중은 제환공을 도와 후세에 큰 이름을 남기는 재상이 되었고
제환공은 관중의 도움을 받아 춘추오패의 으뜸이라 일컬음 받게 되었다.
 
한편 이 이후에도 제나라와 노나라는 여러차례전쟁을 하게되고 노장공은 힘으로 제나라를 굴복시키지
못하게 되어 제나라를 두려워 하게 되었다.
그래서 노장공은 수읍을 제나라에 바치고 제나라와 화친하였다.
 
제환공은 노장공과 가 땅에서 회맹 할것을 요구했다.
노장공은 가기 싫었지만 제나라 위세가 두려워 가지 않을수 없었다.
노장공이 여러 신하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번 맹회에 누가 과인을 위해 함께 가시겠소?"
장군 조말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신이 주공을 모시고 가겠나이다."
그대는 제나라와 싸워 세번이나 진 장수다.
제나라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쩌겠는가?"
"신은 이번에 가서 세번 진 수모를 일조에 갚으려 합니다."
이리하여 노장공은 조말을 데리고 가땅으로 가서 제환공과 회맹 했다.
제환공과 노장공이 단상에서 화친의 맹세를 하고 있었다.
제환공은 강대국의 군주였기때문에 그 거만함이란 말할수 없을 지경이었다.
말이 화친의 맹세지 사실은 군주와 신하의 모양새였다.
두 군주가 삽혈하려 할때 조말이 품속에서 비수를 꺼내들고 제환공의 소매를 움켜쥐었다.
주변의 호위무사들이 크게 놀라 칼을 뽑았지만 이미 조말의 비수는 제환공의 목을 겨누고 있었기때문에
아무도 주변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조말이 눈하나 깜빡거리지 않고 말했다.
"제나라는 강하고 노나라는 약합니다.
대국인 제나라가 노나라에 대해 너무 심하게 대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제환공이 대답했다.
"그래서 뭘 어쩌란거요?"
"제나라가 우리 노나라 땅을 침범하여 이제 노나라 성벽이 무너지기만 하면 제나라 땅에 떨어질만큼
제나라 군사가 우리국경에 바짝 붙어 있습니다."
"우선 칼을 치우고 이야기 하시오."
"싫습니다."
"그럼 어쩌란거요?
기왕에 우리가 빼앗은 문양땅을 돌려드리면 되겠소?
"그렇게만 하신다면 저는 칼을 버리고 물러가겠습니다."
이때 옆에서 보고있던 관중이 제환공에게 땅을 돌려주기로 약속을 하라고 말했다.
제환공이 선뜻 웃으며 약속했다.
"대부는 안심하오.
과인은 문양땅을 노나라에 돌려주겠소."
그 말을 들은 조말은 삽혈을 위한 희생의피를 제환공께 바치고 맹세할것을 요구했다.
제환공이 맹세를 마치자 조말은 칼을 집어던지고 제자리로 돌아가서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조용히 앉았다.
그러나 제환공은 속으로 노한것이 가시지 않았다.
칼이 목을 겨누고 있었기때문에 어쩔수 없이 조말의 말대로 약속을 한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제환공은 좌우를 둘러보며 명하였다.
"저자를 끌어내어 죽여라."
주변의 무사들이 칼을 뽑으려 할때 관중이 나서서 말렸다.
"너희는 가만히 제자리로 돌아가서 자리를 지켜라."
제환공이 관중에게 말했다.
"무슨 소리요?
불가피한 상황에서 할수없이 한 약속이니 저자를 죽여야 하오."
관중이 조용히 타이른다.
"필부도 한번한 약속은 지키는데 하물며 군주의 약속이야 더 말할것이 있겠습니까?
작은 이익을 탐하여 천하 제후들에게 신뢰를 잃지 마시고 크게 생각하십시오."
제환공은 관중의 말뜻을 바로 알아들었다.
그래서 노나라에 빼앗았던 땅을 흔쾌히 돌려주었다.
조말은 세번싸워 모두 지고 잃었던 노나라땅을 일조에 되찾았다.
이로서 조말은 중국협객의 시초로 일컬어 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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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67년이 지나 오나라에 전제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 이야기는 필자가 오자서 열전에 자세히 설명하였으므로 건너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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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70여년이 지나 진(晉)나라에 예양의 사건이 일어났다.
예양(豫讓)은 진나라 사람이었다.
원래 범씨와 중행씨를 섬겼으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예양은 다시 그곳을 떠나 지백 을 섬겼다.
 
역시 당시 진나라의 형편을 좀 설명해야겠다.
진나라는 진문공 중이가 천하의 패권을 차지한 이후로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패자로서의 위엄이 사라지고
오히려 진나라를 섬기던 신하들의 세력이 그 임금을 능가하게 되었다.
원래 진나라에는 범씨.지씨.순씨.위씨.조씨.한씨등 여섯 가문이 서로 권세를 다투다가
순씨와 범씨가 그 세력에서 몰려나고 이제
지.조.위.한 의 네 가문이 진나라의 국권을 맘대로 휘두르고 있었다.
그중에 지씨의 가문이 가장 권세가 높아서 나머지 위.조.한의 세가문을 신하처럼 부렸다.
지백은 나머지 세 가문을 억압하고 자기가 진나라를 독차지 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지백은 세 가문에게 각각 백리의 땅을 떼어 바치도록 요구 했다.
한.위는 지백이 두려워서 그의 요구대로 땅을 떼어 바치기로 했다.
그러나 조씨가문의 조양자 무솔은 이것을 거부했다.
"땅은 대대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것인데 어찌 그걸 함부로 내줄수 있는가?"
이렇게 되자 대로한 지백은 한씨와 위씨등에게
"조씨를 멸망시키면 그 땅을 셋으로 나눠 똑같이 나눠 주겠다."고 하여 드디어 세 가문은 조씨를
치게 되었다.
그러나 지백의 권세가 너무 커지는것을 두려워한 위.한의 두 집안은 오히려 지씨를 배신하고 조씨와 힘을 합쳐 지백을 공격하였다.
그래서 진양성 아래에서 조양자가 지백을 잡아 죽이고  지씨 일가를 멸족시켜 버렸다.
조양자 무솔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지백의 두골에 옻칠을 해서 요강으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한씨와 위씨는 지난날 지백에게 바쳤던 땅을 되찾았으며 지백의 땅과 재산을 모조리 몰수하여
조.위.한. 세 가문이 똑같이 나눠 가졌다.
결국 그 세 가문은 한치의 땅도 진나라 임금인 진애공에게는 돌려주지 않았다.
나중에 이 위.조.한.삼가가 각기 진나라를 없애고 셋이 진나라의 모든 토지를 나누어 가진후에
스스로 삼진(三晉)이라 하여 제후라 일컬었으며 전국시대에는 왕이라 칭하게 되었다.
 
한편 이때에 지백을 섬기던 예양은 지백이 진양성전투에서 조양자에게 잡혀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달아나서 석실산으로 숨었다.
예양은 산속에 숨어살다가 조양자가 지백의 두골로 요강을 삼아 쓰고있다는 소문을 듣고 슬피 울었다.
"자고로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생명을 바치고 여자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화장한다고 하였다.(士爲知己者死 女爲說己者容)
나는 지백으로부터 많은 은혜를 받았으나 이제 지백은 죽고 지씨일족은 멸망했다.
심지어 은인의 두골이 요강으로 쓰이고 있다니
내 구차히 살기만을 바란다면 어찌 사람이라 할수 있겠는가?"
드디어 예양은 변성명하고 허름한 옷으로 변복하고 조양자의 부중으로 찾아갔다.
예양은 조양자의 부중에서 뒷간의 벽을 바르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는 항상 품에 비수를 품고 다녔다.
기회가 오면 조양자를 찔러 죽이기 위함이었다.
어느날 조양자가 뒷간에 가는데 갑자기 가슴이 뛰고 정신이 산란했다.
조양자는 이상한 예감이 들어 사람을 시켜 뒷간을 수색해 보았다.
뒷간에 숨어있던 예양은 즉시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조양자 앞으로 끌려나왔다.
조양자가 예양에게 물었다.
"그대는 나와 무슨 원수가 졌길래 비수를 품고 뒷간에 숨어 나를 죽이려 하는가?"
"나는 원래 지씨의 신하였다.
나는 죽은 지백의 원수를 갚으려는것 뿐이다."
주변의 무사들이 예양을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조양자가 말리며 말했다.
"지백은 죽었고 그 자손도 없다.
그래서 예양은 자기 주인의 원수를 갚으려 한것 뿐이다.
예양은 참으로 의사로다.
저런 의사를 죽이는것은상서롭지 못한 일이다. 그를 죽이지 말고 살려 보내라."
그래서 예양은 석방 되었다.
조양자가 석방되어 나가는 예양을 다시 불러 물었다.
"내 그대를 살려 보내니 앞으로 나에대한 원한을 풀겠는가?
"이렇게 나를 살려보내는것은 당신이 나에게 베푸는 개인적인 은혜요.
그러나 내가 원수를 갚는것은 신하로서의 대의를 지키기 위함이요."
좌우사람들이 조양자에게 저런자를 살려두면 안된다고 그를 죽이라고 성화를 했다.
그러나 조양자는
"이미 한번 살려준다고 했는데 어찌 약속을 저버리겠는가?
내가 앞으로 조심하여 그를 피하면 될것이니 그를 놓아 주어라."
라고 말하였다.
 
예양은 석방된 후에도 자나깨나 원수갚을 일만을 생각했다.
그러나 조양자의 경호는 너무도 삼엄하여 쉽게 방법을 찾을수가 없었다.
예양은 눈썹을 깎고 온몸에 옻칠을 해서 문둥이처럼 하고 숯을 먹어 목소리까지 변조 하였다.
그래서 마침내 그의 아내까지도 알아보지 못할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우현히 그의 오랜 벗이 그를 알아보았다.
"그대는 예양이 아닌가" 어찌 이리 모습이 변했는가?"
그 말을 들은 예양은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벗은 예양을 자기집으로 데려가서 식사를 대접하고 물었다.
"자네가 죽은 지백의 원수를 갚으려 한다면 좋은 방법이 있네.
자네의 재주라면 차라리 조양자에게 가서 벼슬을 구하게.
그러면 조양자는 반드시 자네에게 높은 벼슬을 줄것이니 그때에 조양자의 곁에 다가가는것은 매우 쉬운일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어렵지 않게 조양자를 죽일수 있는데 어째서 구차하게 몸을 상하게 하고 음성까지 바꿔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예양은 정색을 하며 벗에게 대답했다.
"자네 말은 고맙네.
내가 몸에 옻칠을 해서 온몸에 진물을 흘리며 숯을 먹어 음성까지 상하게 한것은 다 지백을 위해 원한을
갚으려 하는것일세.
즉 후세 사람들에게 <신하된자는 두마음을 품지 말라>는 경고를 하려는것일세.
그런데 내가조양자를 섬기다가 그를 죽인다면 이것이야 말로 두마음을 품는것이니 어찌 후세에
내 뜻을 전할수 있겠는가?"
예양은 친구와 헤어져서 길을 떠나갔다.
얼마후에 조양자가 외출을 하였는데 어느 다리앞에 이르자 수레를 끌던 말이 몹시 놀란듯 나아가질 않고 코를불며 멈춰섰다.
역시 이상한 예감이 든 조양자는 부하들을 시켜 다리주변을 수색하게 하였다.
과연 다리 밑에서 한 거지가 잡혀 나오는데 그의 품에서 비수가 나왔다.
조양자는 예양의 얼굴을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그가 틀림없이 예양일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이미 그대를 한번 용서해 주었는데 어찌 또 나를 죽이려 하는가?"
예양은 대답을 않고 하늘을 우러러 통곡했다.
조양자가 다시 물었다.
"그대는 전날에 범씨와 중행씨를 섬기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백이 그들을 모조리 멸망시켰는데도 그들을 위해 원수를 갚기는 커녕
오히려 지백의 신하가 되었다.
죽은 범씨를 위해서는 원수를 갚지 않으면서 굳이 지백의 원수만을 갚으려 하는것은 무슨뜻인가?"
예양이 힘있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대저 임금과 신하는 의로서 합하는것이오.
임금이 신하를 자기 수족처럼 대하면 신하는 그 임금을 자기 몸처럼 아끼게 되며
반대로 임금이 신하를 개.돼지보듯 대하면 신하역시 그 임금을 길가는 사람처럼 대하는 법이오.
지난날 내가 범씨를 섬길때 범씨는 나를 그저 일반 신하로 대했으니 나도 그를 그저 보통 군주로 대했을 뿐이며
내가 지백을 섬길때 지백은 나를 국사로 대했으니 나도 국사로서 지백에게 보답하려 하는것이오.
어찌 범씨와 지씨를 똑같이 대할수 있겠소?"
조양자가 탄식하며 말했다.
"그대는 참으로 충신이다. 그러나 이미 나를 두번이나 죽이려 했는데 어찌 또다시 그대를 용서하겠는가?
이 칼을 줄테니 그대는 스스로 자결하라."
그 칼을 받은 예양은 바닥에 공손히 꿇어앉아 조양자에게 부탁했다.
"제가 듣기에 <명군은 남의 아름다움을 덮지 않으며 충신은 명절에 죽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고 하더이다.
지난날 장군께서 저를 용서하여 천하의 현군임을 칭찬하지 않는자가 없습니다.
그러니 내 어찌 오늘 다시 살려주길 바라겠습니까?
그러나 나는 두번씩이나 장군을 살해하려다가 모두 실패했으니 이 원통함을 풀 길이 없습니다.
청컨대 장군께서는 지금 입고있는 그 의복을 벗어 제게 내려 주십시오.
그러면 이 칼로 그 의복이라도 쳐서 원수를 갚는 뜻을 이루고자 합니다."
조양자가 예양을 측은히 생각하고 입고있던 비단전포를 벗어 예양에게 주었다.
예양은 칼을 높이 들고 세번을 뛰어올라 칼로 의복을 세번 내리쳤다.
예양은 조용히 무릎꿇어 조양자에게 절하고 말하였다.
"이로서 지하에 잠든 지백에게 아뢸수 있게 되었습니다."
말을 마친 예양은 손에 들고있던 비수로 자신의 배를 찌르고 땅에 엎드려 죽었다.
천하의 사람들이 그 일을 전해듣고 모두 예양을 위해 울었다.
지금도 예양이 자살한 그 다리가 남아있다고 한다.
후세 사람들은 그 다리를 예양교 라고 이름을 고쳐 불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후 40여년이 지나 지 땅에 섭정 의 사건이 일어났다.
섭정은 지 땅 심정리 출신이었다.
그는 사람을 죽이고 그 원수를 피해 모친과 누님을 모시고 제나라로 가서 백정노릇을 하며 숨어 살고 있었다.
 
역시 당시의 형편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당시 한나라의 정승은 겹루 였다.
겹루는 어릴적에 엄수와 지극한 우정을 맺고 있었다.
그때 겹루는 매우 가난했고 엄수는 큰 부자였다.
그래서 엄수는 항상 겹루의 생활비를 대주었다.
그후 겹루는 엄수에게 돈을 얻어서 한나라 도읍 평양성으로 들어가서 그 밑천으로 기반을 닦아
마침내 한나라 정승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겹루는 한나라의 정승이 되자 그 위세가 자못 대단했다.
엄수는 겹루가 한나라 정승이 됐다는 말을 듣고 한나라로 겹루를 찾아갔다.
그러나 겹루는 문지기가 들어와서 "엄수란 사람이 찾아왔다"고 고하는데도
"엄수? 그게 뭐 하는 놈이냐? 잔말말고 내 쫓아라."하고 명을 내렸다.
그러나 엄수는 매일같이 승상부를 찾아가서 편지를 들이밀고 면회를 청했다.
그렇지만 결국 엄수는 겹루를 만날수 없었다.
이에 분개한 엄수는 자신의 재산을 풀어 한열후의 주변사람들을 매수해서
마침내 직접 한나라 한열후를 배알하게 되었다.
엄수는 한열후에게 많은 황금을 바쳤고 한열후는 엄수에게 좋은 벼슬을 내리려 하였다.
그런데 겹루가 이 소문을 듣고 한열후를 찾아가서 엄수의 여러가지 단점을 말하고 험담을 하여 엄수에게 벼슬을 주지 말라고 하였다.
그래서 엄수는 벼슬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소식을 들어 알게된 엄수는 이를 갈며 겹루를 저주했다.
"이놈 어디 두고 보자."
마침내 엄수는 천하 각국을 돌아다녔다.
용사를 구해 겹루를 죽일 계획을 세운것이었다.
엄수가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다가 제나라에 이르렀다.
어느날 엄수는 도살장 앞을 지나다가 한 사람을 보았다.
그 사람은 큰 도끼를 들어 소를 죽이는데 별로 큰 힘을 들이는것 같지도 않았으나 단번에 소의 뼈를 으스러뜨려 죽였다.
그 사람이 휘두르는 도끼는 30근이 넘는 큰 도끼였는데 그 도끼를 휘두르기를 마치 장난감 바람개비를
돌리는듯 하였다.
엄수가 그 사람을 유심히 보니 키는 8척이 넘고 눈은 고리눈이고 수염은 이무기 같았다.
엄수는 그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물었다.
"그대의 이름은 무었이고 고향은 어디십니까?"
나는 섭정 이라하고 원래 위나라 사람입니다.
좀 곤란한 죄를 짓고 고향을 떠나 이곳에서 어머님을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엄수는 다시 정중히 청했다.
"잠시 여가를 내어 저와 함께 주점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십시다."
주점에 마주앉은 엄수와 섭정은 다시 빈객의 예로 인사하고 서로 술 석잔을 교환 했다.
엄수가 황금 백일을 섭정의 앞에 내놓았다.
섭정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이게 무엇이요?"
엄수가 정중히 대답했다.
"그대가 연로하신 어머님을 모시고 있다고 하니 이걸로 맛난 반찬이라도 사서 봉양하시라고 드리는것이오."
그러나 섭정은 그걸 받지 않고 말했다.
"내게 이렇게 많은 황금을 주는것을 보니 이는 반드시 내게 원하는바가 있을것이오.
그러나 나는 그 이유를 알기 전에는 이 황금을 받을수 없소이다."
이에 엄수는 한나라재상 겹루와 자신의 원한을 다 이야기하고 그 원수를 갚고 싶다는 자기의 속뜻을
모두 털어놓았다.
이런 사정을 다 들은 섭정이 말했다.
"나는 노모를 모시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나는 그대의 청을 들어줄수가 없소이다."
그러나 엄수는 다시 받기를 권하며 말했다.
"나는 그대의 높은 의기를 존경하여 그대와 결의형제를 하려 하는것뿐이요.
어찌 그대에게 효도를 버리고 나의 개인사정만 봐달라고 강요 할수있겠소?"
엄수가 계속 권하였기 때문에 섭정은 더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그 황금을 받게 되었다.
섭정은 우선 그 황금의 반을 써서 과년한 누이 섭영을 시집 보냈다.
그리고 나버지 반으로 좋은 의복과 맛난 음식을 사서 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했다.
일년 반쯤 지나서 섭정의 어머니가 죽었다.
엄수는 섭정의 집에가서 곡하고 조상하고 장례식 비용까지 모두 대줬다.
장례를 치르며 섭정은 엄수의 호의에 감동했다.그래서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일개 시정잡배로 개.돼지나 잡는 백정인데 엄수는 귀한 신분으로 천릿길을 멀다않고 찾아와서 나같은 사람과 사귀었다.
그는 또한 백금을 들어 어머님의 장수를 축원해 주었고 이렇게 장례까지 성대하게 치루게 해주었다.
그런데 나는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한게 없으니 이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은인이 격분하여 원수를 쏘아보고있으나 나는 어머님이 살아계서서 그 보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어머님이 돌아가셨으니 나는 이제 나를 알아준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할것이다.>
 
장사를 성대히 마치고 나서 섭정이 엄수에게 말했다.
"이제 이 몸은 그대의 것이니 원하는대로 쓰시오."
그래서 엄수는 섭정에게 자신의 원한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다.
"제 원수는 한나라 재상 겹루입니다.
그는 왕의 숙부이며 그 일족의 세력이 강대하고 호위무사의 수도 많아서 쉽게 접근할수가 없습니다.
이제 그대가 나를 버리지 않고 내 원수를 갚아주겠다 나는 나의 모든 재산을 기울여 그대를 돕겠습니다.
그대는 몇명의 무사와 병차가 필요하십니까?"
섭정이 대답 하였다.
"겹루가 한나라의 재상이라면 그렇게 요란스레 일을 벌여서는 성공할수 없습니다.
또한 인원이 많아지면 자연히 일이 누설될것이고 일을 성사시킨 이후에도 그 배후가 드러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일은 저 혼자 처리하는것이 나을것입니다."
섭정은 이렇게 말하고 엄수와 헤어졌다.
바로 다음날 섭정은 지팡이 속에 칼을 숨긴채 단신으로 한나라로 출발했다.
섭정은 객점에 묵으며 이틀동안 정신을 통일하고 나흘째 되는날 승상부로 갔다.
문 밖에서 들여다 보니 저 멀리 대청에 높은 의자에 앉은 겹루가 서류에 결재를 하고 있었다.
잠시후 결재를 마친 겹루가 의자에 깊이 기대어 쉬고있는것이 보였다.
이때 섭정이 급히 승상부로 뛰어들어가며 소리쳤다.
"승상께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잠시 주위를 물리쳐 주십시오."
겹루는 섭정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네놈은 누구냐?"
섭정은 성큼성큼 걸어서 이미 대청마루에 올라섰다.
주변에서 그를 말리려 했으나 이미 섭정의 지팡이속에 숨겨진 칼이 겹루의 가슴에 깊히 박힌 후였다.
워낙 눈깜짝 할사이였기 때문에 주변의 호위무사들도 정신을 차릴 여가가 없었다.
겹루가 바닥에 쓰러지고 그제서야 호위병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섭정은 힘을 내어 호위병들과 싸웠지만 워낙 중과부적이었기때문에 자신이 이곳에서 살아나갈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죽은후에 자신의 신분이 발각될까 염려해서 칼로 자신의 얼굴을 도려냈다.
그리고 손으로 자신의 얼굴가죽을 확 잡아 벗겨냈다.
순간 섭정의 얼굴은 시뻘건 살덩어리가 되어버렸다.
군사들이 이 무서운 광경을 보고 움찔하여 뒤로 물러난 사이에 섭정은 다시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자신의 두 눈알을 뽑아내어 집어 던졌다.
그리고 칼로 자신의 배를 갈라 창자를 끄집어 내어 바닥에 뿌렸다.
섭정은 스스로 자신의 칼로 목을 찌르고 죽고 말았다.
 
한나라에서는 재상 겹루를 죽인 범인의 정체를 알수없어서 난리가 났다.
한나라에서는 섭정의 시체를 시장바닥에 늘어놓고
ㅡ재상 겹루를 죽인자의 신분을 알려주는자에게 천금을 상으로 내릴것이다.ㅡ
이러한 포고령을 내렸지만 아무도 범인의 정체를 알지 못했고 그 배후또한 밝혀지지 않았다.
그후 한참 지나 이 소문이 전국 각지에 퍼져 나갔다.
섭정의 누이 섭영이 그 소문을 듣고 방성통곡하였다.
"이는 필시 내 동생 섭정일 것이다."
섭영은 비단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나라 도읍으로 갔다.
평양성에 당도한 섭영은 곧바로 시장으로 갔다
섭영은 널판위에 놓여있는 고깃덩이를 쓰다듬으며 한없이 흐느껴 울었다.
관리들이 다가와서 섭영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 시체와 어떤 관계가 있길래 이리 슬피우는거요?"
섭영이 대답 하였다.
"이는 나의 동생 섭정입니다.
섭정은 어려서부터 협의가 넘치고 불의를 미워하는 용사로 널리 알려진 사람입니다.
제 아우는 이나라 정승 겹루의 불의를 미워하여 그를 죽였을것입니다.
그러나 동생은 이 누이에게 그 화가 미칠까 두려워하여 자기 얼굴을 도려내고 그 이름마저 숨겼을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한나라관리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 섭정이란 사람이 왜 정승을 죽였는지 또 그 배후가 누구인지 그대가 알겠구려.
당신이 그 이유와 배후를 밝힌다면 당신에게 천금의 상을 내릴것이오.
그러나 만약 그대가 그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대또한 죽음을 면치 못할것이다."
이 말을 들은 섭영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상금을 받으러 온것이 아니오.
또한 죽는것이 두려웠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오.
그러나 만약 내가 동생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면 동생의 높은 의기와 이름을 후세에 남길수 없소.
또한 내가 살기위하여 동생의 배후를 밝힌다면 이는 죽은 동생의 의기를 저버리는것이니
내 어찌 그 배후를 말할수 있겠는가?"
섭정의 누이 섭영은 하늘을 우러러 가슴이 터지도록 세차례 곡하고는 주변의 정자 돌기둥에
머리를 짓찧고 죽어버렸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주변 여러나라에 퍼져나갔고 천하의 많은 사람들이 슬피울며
섭정과 누이 섭영의 의기를 칭송하였다.
한나라의 한열후는 두사람의 시체를 거두어 장례를 지내주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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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220여년이 지나 진나라에서 형가의 사건이 벌어졌다.
이 이야기는 투더코아의 사기열전 형가입진편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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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전의 말미에 사마천은 이 자객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조말에서 형가에 이르기까지 5인의 자객은 각각 의협심이 성취되기도 하고 혹은 실패하기도 했다.
분명한 사실은 그들의 의도는 너무나 명백했고 또한 그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그들의 명성이 후세까지 널리 알려진것은 실로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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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자객열전의 몇몇 인물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사마천이 평가했듯이 이 인물들은 의협에 자기자신을 버렸고 한번 먹은 마음은 변하지 않았으니
가히 협객열사라 칭하는데 모자람이 없겠다.
 
조말은 한번 용기를 발휘하여 잃었던 국토를 회복했고,세번싸워 세번 졌던 수모를 일조에 설욕했다.
조말의 용기는 천하의 패자인 제환공 앞에서도 조금도 움추려들지 않았으니 그 기개가
하늘을 찌를듯 높았다.
그러나 또한편으로는 순간의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한번 약속한데 그 믿음을 잃지 않기위해
땅을 떼어 돌려준 제환공의 그릇 또한 대단하다 말할수 있을것 같다.
그러했기때문에 제환공은 춘추시대의 오패지수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얻을수 있었던것 같다.
 
전제는 합려의 왕위등극에 일등공신으로 이름을 남겼으나 그것은 자기의 몸을 망치고 이룬 공이었으며
또한 필자가 보기에 다른 자객들에 비해 거사의 명분은 충분치 않다고 보여진다.
하기야 당시에는 왕이 곧 국가인 전제군주시대였으니 자신이 모시는 군주의 왕위등극이라는것이
지금의 가치관으로 쉽게 재단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그러나 제 가족을 몰살시키고 또한 자기의 몸까지 망쳐서 남의 원수를 갚아준 요리에 비할바는 아니니
또한 자객열전의 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겠는가 하고 생각한다.
 
예양은 필자가 사기열전 전편에 나오는 백 수십명 인물중에 형가와 함께 편애에 가까울 정도로 좋아하는
인물중의 한사람이다.
예양은 결국 자기가 모시던 주군의 원수를 갚기위해 목숨을 버렸으니 굳이 말하자면
다른 자객들과 비교하여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을 해볼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예양은 편한길을 택해 쉽게 원수를 갚을수 있는 방법을 알면서도
몸에 옻을 바르고 숯을 먹는등 고행에 가까운 고생을 해가면서 목적을 이루려 하였다.
그 이유는 예양이 열전에서 밝혔듯이
"신하된자는 두마음을 먹지 말라."하는 뜻을 후세에 전하기 위함이었고
또 그 뜻을 위해 쉬운길을 버리고 힘든 길을 택하였으니 예양이야말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참 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섭정은 효심이 매우 깊은 사람이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자신을 알아준 은인의 원수를 갚으려
스스로 몸을 던졌다.
그는 엄수가 백금의 재물을 주며 어머님의 장수를 축원했기때문에 그 은혜를 갚으려 거사를 했겠지만
만약 그 어머니가 섭정이 그리될줄 알았다면 백금의 선물을 받고 기뻐 했겠는가?
그러하니 섭정은 그저 홍콩영화에 나오는 살인청부업자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기의 거사 후에 시집간 누이나 자기에게 일을 사주한 엄수에게 화가 미칠것을 염려하여 스스로
얼굴을 도려내고 눈알을 뽑아내고 창자를 끄집어내어 바닥에 뿌릴정도의 결기가 있었으니
섭정은 죽는 그순간까지도 의리외 기개 하나만큼은 천하고금에 드문사람이라 하겠다.
 
형가는 천하가 도탄에 빠지고 괴로워할때 범의 아가리로 스스로 들어가서 호랑이나 늑대보다도
무서운 진왕을 쳤다.
비록 진왕의 운수가 아직 죽을때가 아니라서 실패하기는 하였지만
천하 육국의 백만대군도 못했던일을 시도하였고
당대의 제일이라 하는 강대국 진나라의 지존인 진왕 정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는 역수를 건너면서 이미 다시 돌아오지 못할것을 알았지만 조금도 두려워 하지 않았으니
그의 용기와 기백또한 아무리 칭송해도 아깝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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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 자객열전을 읽으면서 여러자객들의 행적을 빌어 사마천이 말하려 한것이 무었이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이 자객열전에 면면히 흐르는것은 의와 협 두글자이다.
고대 중국인들의 의협정신은 참으로 처절하고도 놀라울 따름이다.
의와 협이라는 두글자 아래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며 갖은 고초를 돌파하는 여러 인물들을 보면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해본다.
하기야 필자와같은 필부에게 그러한 의협이란 단어가 얼마나 와 닿겠는가?
그저 하루하루 살아나가기에 급급할따름이니 도대체 의협이라는것이 가당하기는 한 말인가?
그러나 아무리 무명소졸이라한들 ,또 그저그저 구구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탓에
의협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지는 못한다 한들 그 정신에 대한 생각이야 어찌 없을수 있겟는가?
 
그런데 이러한 장삼이사들도 의협에 대해 생각하고 살아가는마당에
이 사회의 지도층들은 전혀 그런것 같지가 않다. 
세상의 마지막 보루라 할수있는 판검사들이 또 소위 가장 공부를 잘했다는 판검사들이 며칠전 내 놓은
하나의 판결을 보면 이제 법이 무슨 소용이 이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통탄을 금할길이 없다.
부정선거의 핵심 범죄자로 재판을 받던 한 경찰간부에게 무죄가 떨어졌다.
또 한 국회의원에게 내란음모죄를 씌우려 하는 검찰은 "증거가 없으므로 징역20년" 이라는
말같지도 않은 구형을 했다.
이나라의 지도층이라 할수있는 판검사들은 의가 무엇인지 협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파렴치한 사람들 뿐인듯하다.
하기는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고 윤석열 팀장 들어낼때 이미 알아봤으니 이제 뭔 의협의 법조인이 남아 있겠는가?
엊그제 한 여성 경찰관이 기자회견을 했다.
"최종심까지 끝까지 지켜보겠다."
이 한마디는 필자에게 예양이나 조말의 비수보다도 더욱 날카롭게 다가온다.
사람을 칼로 찔러죽여야만 자객이 아니요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해야만 의협의 열사가 아니니
이제 이나라에 저 여성 경찰관같은 의협의 열사가 있음에 스스로 자랑스러움을 느끼며
또 한편으로는 이 세상의 여성들에게 깊고깊은 존경심을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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