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올릴까말까 정말 수백번을 고민했다. 이건 정말로 부끄러운 고백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어이없게도 뜬금없는 시게 작전세력(?)의 출몰에 난 내가 이 광장으로부터 배웠던 가르침을 다시 되새기려한다.
과거에 정말로 무지하고 아무것도 몰라 주는데로만 받아먹던 지식이 가득찼던 시절.
한참 무언가를 말하는 토론 중간에 난 평소부터 오유를 눈팅하며 궁금했던 한마디를 던졌다.
'박정희가 왜 나쁘다는거죠? 박정희 덕분에 경제발전 이루고 나라가 잘 살게 되었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가 없고 말도 안되는 질문이다. 미친거지
그때도 반응은 상당히 극단적이었다. 헛소리라느니. 다까끼 마사오에 대해서 무엇을 아느냐니, 같은 국가에 살고 있는지..황당하다는 반응이 주류였었던 것 같다.
'진짜 그런가요? 박정희가 새마을 운동하고 중공업육성해서 나라 경제 일으켰잖아요'
라는 말에 어느 오유저가 나에게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글은 길었다. 하지만 내가 알던 내용과는 조금씩 다른 내용들이 들어가 있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이면들. 그리고 왜 민주주의라는 사회시스템에서 박정희라는 사람이 선택한 길이 잘못 되었는지.
또한 이 나라의 무엇이 현재 엇나가 있는지를 그는 장문의 댓글을 달아서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이상했었다. 내가 알던 박정희.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말하던 박정희와는 다른 모습.
생각해보면 경상도라 그런지 정말 우리집은 정말로 답없는 꼴보수였다.
나라를 팔아도 새누리당 그거? 부끄럽지만 우리집 분위기였다.
학교 선생님들도 가끔씩 정치의견을 피력하실땐 여지없이 새누리당이었다. 데모랑 파업은 빨갱이들이나 하는거다. 대학교 같은데가면 데모하는데 같이 이끌려 들어가지말아라. 이런말들을 정말로 많이 들은것 같다. 심지어 첫 국회의원선거때 나의 부친은 나에게 특별히 찍을 사람이 없으면 이왕이면 한나라당을 찍으라는 말을 하셨다. 군대는 말할필요도 없지. 난 국민이 가진 한표들의 가치를 알지 못했기에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내 표 그들에게 던졌었다.
'그런 나에게 그가 했던 말들은 뭔가 기이한 이질감을 안겨주었다.'
친절했지만 절제된 말들..내가 흔히들 들어오던 빨갱이란 말의 정체와 아직 청산되지 못한 이승만과 박정희의 흔적들..멍청한 그때의 나로선 알지못하는 세계로 나를 깊숙히 인도하는 그 댓글이 그땐 그저 무서울 따름이었다.
기나긴 답변에 감사를 표하고 그렇게 시간이 수년이 흘러갔다.
그 동안 난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했다. 경제학, 법학, 행정학 등등.. 대학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 과정에서 난 그가 나에게 건내었던 말들을 하나씩 천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서 왜 박정희같은 자가 존재해서는 안되는지.
그를 옹호하는 자들이 부르짖었던 경제발전이라는 구호가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고 말도 안되는 것들이었는지.
그리고 독재자들로 인해 우리사회가 잃어버리게 된 것이 무엇인지 를 안 순간 난 너무나도 부끄러운 스스로를 발견하였다.
난 사회를 병들게 했었던 무지했던 나 자신을 깊게 혐오 하면서도 그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위해 그 이후로 정말 노력해왔다. 내 스스로의 눈을 만들어서 정국을 관찰하며 항상 깨어있고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는 시민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그 날, 아마도 그는 무지한 나를 깊게 혐오하고 미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나를 포기하지않았다. 나에게 시민의 자질이란 씨앗을 심었고, 그 씨앗은 느리지만 꽃을 피우는데에 성공했다.
지금 '현시점'에서 이따금씩 오유에서 댓글을 달다보면 문득 어떤이들은 옛날의 무지한 내자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기에 난 친절했던 그에게서 물려받은 바통을 이젠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전해본다.
민주주의는 갈등과 토론을 통해 성장한다. 갈등이라는 원동력이 존재하지 않는 민주주의 사회는 그저 죽은 사회에 불과하다.
의사들이 왜 분노를 했고, 징병제에 남자들이 왜 분노했는지에 대한 이해와 대화보다
대통령의 지지율, 정당의 지지율이 더 중요한가?
그렇다면 당신들은 민주주의를 죽이고 있는것이다.
당신들이 그렇게도 경멸하고 증오했던 독재자들을 옹호하던 쁘락치들과 하등 다를바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대들이 좋아하는 그리고 나도 너무나도 좋아하는 대통령이 걷지도 않으려는 그 길을
그 대통령을 위한답시고 서슴없이 걷고있는 것을 왜 모르는가?
난 이글로 돌아갈 곳을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가 그날 광장에서 나에게 가르친 것은 그런것들이니까.
광장이 이었던 오유가 그리운건지, 그 맘때의 오유가 광장이여서 그리운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나를 품어주고 기다려준 광장이 삭막해져간다는 사실에 난 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