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무살. 네가 손가락이 퉁퉁 부웠는데도 아프다는 말 없이 꾹 참다가 내가 데이트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그제서야 아프다는 널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
내가 그 당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도 너의 상태는 당황스러웠거든....
가난이 뭔지, 엄마는 니까짓게 어디서 뭘하고 놀다가 이따위로 아프냐며 네 병원 갈 돈 내줄 수 없으니 어디 한번 호되게 아파보라며 술취해 어눌한 말로 어찌 그렇게 말 할 수 있는지...
그 때... 더.. 처참히 느꼈어..내가 소홀했구나.. 이렇게 될 때까지.. 손가락 한개가.. 두개가 될 정도로 부웠을 때까지..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끙끙거렸을 시간을... 내가 아는 너는... 내가 아는 우리 막둥이는... 언제나 칭얼칭얼었는데.. 너도 참.. 상황을 눈치 봐가며 칭얼거렸구나.. 너는 재롱둥이 막내이자 눈칫밥 먹는 막내였구나... 일부러 큰언니 올때까지 기다렸다며 날 미안하게 쳐다보는 눈을 보고 더 마음이 아팠어...날.. 얼마나..한참동안..기다렸을까...
6년전 그 일이 아직도 생생한데... 넌 이제 어느덧 수능을 보고... 난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구나.. 예쁜 우리 공주, 학비 번다고 편순이 하면서 세상 못된 손님들한테 온갖 욕 먹으면서.. 평소 언니가 한번씩 한잔 하자는 소리에 술 쓴데 왜 먹냐던 네가.. 이젠.. 내게.. 술 한잔 마시고싶다며 다가오는 구나... 매번 한잔 할 때면 온갖 손님의 행패를 이야기하는 너를 보고.. 더 좋은 환경을 못 만들어준 내가 밉고.. 원망스럽다.. 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어쩔 수 없는 이 그늘을 네게 만큼은 보여주고싶지 않았는데.. 내가 늦었구나...
언니는.. 네가.. 좋은 것만 보고, 좋은것만 느끼며 살기를 원했는데...
미안한 마음 투성이다...
미안해 우리 공주, 아빠 없이 이렇게 예쁘게 커줘서 고맙고.. 네 잘못이 아닌데 점장이 사과하라고 하여 손님에게 사과했다며 우는 너를 보고.. 너의 미래에 더 큰 지원을 못하는 내 자신이 초라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