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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순, 어느 게시판에서 올라오는 글들을 보다가 책게에 썼던 글
게시물ID : freeboard_16862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打作
추천 : 8
조회수 : 1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2/19 23:11:56
  나쁜 놈이 나타났다. ㅂ은 손가락으로 나쁜 놈을 가리키며 욕했다. 그리 대단하거나 기발하지는 않은 욕설이다. 흔해 빠진,

  “개*끼!” (필터링 때문에 마킹)

  이런 욕설과 그 변주 몇 가지쯤이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나쁜 놈은 정말 나쁜 놈이었다. 개의 부모형제자매아들로 취급하는 정도는 나쁜 놈이 들어 마땅한 수준에 비교해 한참이나 부족하다. 더 해야 한다. 아는 욕이 없어 아쉬웠다. 

  어찌할까. ㅂ는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자고 생각했다. 집단지성이 유행을 지나 상식으로 자리 잡은 지도 꽤 됐지 않나.

  “세상 사람들! 여러분! 여기에…”

  효과가 있었다. ㅂ의 목소리가 크기도 했거니와 반복해서 떠드니 시선을 모으지 못할 리 없다. 게다가 나쁜 놈은 정말 나쁜 놈이었거든. ㅂ의 말에 이끌려 다가온 사람들도 거기에 동의하는 듯했다. 사정을 듣다가 하나씩 둘씩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소새끼!”

  암, 그렇고말고. 개 다음으로는 소다. 여러 동식물 순회를 시작으로 창의적이고 격렬한 욕설들이 쏟아졌다. 이제 웬만한 욕설로는 박수를 받지도 시선을 끌지도 못할 정도다. 더 격렬하게 비난하고 더 창의적으로 욕해야 한다. 자기 욕설이 더 창의적이라고 뽐내는 스포츠 경기 같았다. ㅂ은 그 현장의 모든 걸 눈과 귀에 담았다. 무엇 하나 놓치기 아쉬워 꾹꾹 눌러 담았다.

  담은 걸 다시 꺼낸 것은 그날 밤의 일이다. ㅂ은 발가벗고 침대에 바로 누워 낮의 일을 떠올렸다. 곧 성기가 부풀었다. 마치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 듯한 몰입감을 느낄 때쯤 그는 성기를 쥐고 위아래 위위 아래로 흔들었다. 점차 ㅂ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너무 좋아. 짜릿해. 그는 한순간 벌벌 떨었고, 마침내 사정했다.

  ㅂ은 가만히 숨을 고르며 여운을 즐겼다. 그러다가 내일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내일, 내일 또 나쁜 놈이 나타나 주어야 할 텐데. 내일도 욕할 만큼 나쁜 놈이 생겨주어야 할 텐데. 욕 들어 먹어도 싼 인간의 존재란 이 얼마나 고마운 것이란 말인가.
출처 http://todayhumor.com/?readers_30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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