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던 초등학생 시절 나는 우연찮게 인터넷에서 유머글을 찾아보다가 매일매일 이메일로 웃긴글을 보내주는 사이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은 부장님 개그라고 놀림받을 만한 이야기들이 그때는 정말 나의 배꼽을 잡게했었고 가끔은 신기한 이야기들이 조그만 초등학생의 흥미를 끌기에 그만한게 없었다.
그렇게 메일을 하루하루 받다가 언젠가부터 메일이 오지 않았고 이에 의아했던 나는 메일을 보내주는 사이트를 찾아오게 되었다.
왠 게시판들이 생겼고,하루에 몇개밖에 못봤던 우스운글들과 사진들이 이제 한시간에 몇십개씩 업로드 되게 되었다.
아마도 이맘때쯤 디시인사이드에서 개죽이와 하오체,햏햏 등이 유행했었던거같다. 마냥 사이트를 접속하는게 신이났다.
게시글을 다 정독했고 더 이상 볼게 없을땐 플래시게임게시판에 들려서 게임 몇판 하다보면 또 재미난 글들이 올라와 있었고 그렇게 중학생의 방학은 오유 하나로 하루를 꼴딱 보내는 날이 많았다.
후에 점점 범람하는 정보로 인해 수많은 게시판들이 점점 세분화 하기 시작했고,이에 편승해 내가 즐기던 게임에 대한 게시판 창설을 건의하기도 했다. 그때즈음 운영자님의 명공지가 올라왔던거같다.
' 오유는 여러분의 광장입니다. 저는 이곳을 청소하고 시설물들을 관리합니다. 광장을 어떻게 채울지는 순전히 여러분들에게 달려있습니다 '
대충 이런 뉘앙스였던거 같았는데 정말이지 어린나에게도 감동을 줄만큼 대단한 글이었던것 같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그때 오유에게 난 생채기가 이렇게나 곪지 않았나 생각한다.
시간을 건너 뛰어서 디시인사이드에서 '일간베스트' 사이트가 떨어져나와 막장짓을 시작할 무렵. 내가 즐겨보던 오유에도 이상한 사상을 가진 일베유저들이 섞여 들어와있었다.
사실,난 상관은 없었다. 게시물을 잘 작성하는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심각한 내용의 시사게시판 아이콘은 지금도 그렇지만 클릭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불편했다. 난 오늘의'유머'를 즐기기 위해서 사이트에 접속하는데 유머글과 자료보다 시사게시물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충격적인 문장을 보았다.
" 일베나 오유나 "
처음엔 일베 유저들이 애써 자기들을 변호하려고 저렇게 말하는줄 알았다. 난 바보가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반박할 수 있게 어떤 조취라도 취해줄줄 알았다. '광장전체가 똥으로 뒤덮이고 있는데 운영자가 다 치워주겠지?'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랐다. 모 드라마에서 화제가 된 대사가있다 '암세포도 생명이잖아요' 그랬다. 바보에겐 똥도 광장을 채우는 일부분이라 생각 들었나보다.
그렇게 내가 즐겨보고 주변사람들에게 권해줬던 오유는 일베와 반대성향의 같은사이트가 되어버렸다. 내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긴 커녕, 오유를 보고있는걸 숨기게되었다. 난 분명 유머사이트를 보고있는거 뿐인데, 왜 나는 주변인들에게 좌파로 알려졌을까?
오늘의 유머에서 유머를 바라고 흥미로운 미스테리와 공포글을 즐기고 싶지만 어느새 베스트 게시물은 1/2은 시사게시판 글이 차지하게 되었다.
잘못 되었다. 하지만 그 시사게시물 또한 광장을 채우는 일부분일 것이다.
많이 가슴아프다. 하지만 견디는건 더 이상 힘들다. 난 똥으로 가득찬 광장에서 똥냄새를 버텼지만 이제는 지친거같다. 문득,내 인생의 일부분을 차지한 이 광장이 생각나 다시한번 찾아왔을 때, 그 때에는 다시한번 웃을 수 있고 남들 앞에 당당하게 보일 수 있는 아름다운 광장이 되어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