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정겨운 시골마을처럼, 사람들은 따듯하고 서로에게 온정적이고, 재미있는 글이 넘쳐나고, 능력자들은 매일 좋은 자료를 올려주면서도 동시에 예의를 지닌 곳이었죠.
처음 제가 베오베에 글을 보냈을때도 생각납니다. 그때의 오유는 지금보다 훨씬 사람이 많은 곳이었고, 베오베의 기준은 추천 100개였으며 지금보다도 가기 훨씬 어려웠습니다.
당시 저의 꿈은 베오베에 내 글 하나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한개의 글이 추천수 80정도를 받게되고, 베오베에 가지못하고 묻힐뻔 했지만, 게시판에 베오베를 가면 커밍아웃(?)을 하겠다는 공약을 하고 결국 베오베를 갔던 기억이 납니다. 베오베를 가서 어찌나 즐거웠던지, 당시 오유를 제가 추천해주어 함께하던 친구들에게 "나 베오베 갔다!!!" 하고 자랑했었네요. 지금 생각하면 민망하죠 ㅎㅎ..
그처럼 오유는 당시 저에게 참 소중한 곳이었습니다. 제가 2011년 재수를 하게되어 아이디를 삭제할때쯤, 당시 일베는 온갖 사건을 저지르며 사회악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일베에서 당시 주장했던게 '일베나 오유나' 이거였죠. 저는 그때 당시 굉장히 분노했습니다. 왜 하필 수많은 진보성향 사이트 중 오유를 골라 물타기를 하는지도 이해가 되지않았고, 일베와 오유는 정치성향만 달랐던게 아니라 사람들의 질, 욕설의 정도, 사건사고 등 너무 많은 것에서 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 현실의 난관은 저를 잠시 인터넷 세상에서 관심을 끄게 만들었고, 저는 성공적인 재수를 위해 소중히 여기던 오유까지 탈퇴합니다.
그리고 12년도에 대학 새내기가 되어 오유에 다시 돌아왔을땐, 오유는 제가 기억하던 그 곳과 묘하게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글들이 올라오던 베스트와 베오베는 2/3이상이 정치관련글로 쌓여있었습니다. 오유의 가치관과 사람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단지 일베의 안티테제란 이유만으로 유입된 사람들도 많아보였습니다. 오유 내에서 갈등도 증가하고 있었고, 오유의 소중한 가치들은 하나씩 파괴되고 있었습니다. 오유는 더이상 저에게 따듯한 소형 커뮤니티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타깝지만.. 그때의 좋았던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오유를 떠나기로 결정합니다.
그이후 파코즈에서 1년.. 클리앙에서 4년 지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오랜만에 돌아와서, 제가 예전에 이전닉으로 보냈던 베오베글을 다시 보니, 댓글 달아주셨던 분의 대부분이 탈퇴하셨더군요. 왜 그렇게 사랑스러웠던 공간이 지금은 이렇게 되었을까..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