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다.
술이 살짝 들어가 상기된 목소리.
약간은 정신없는듯 재잘거리는 목소리에 귀여운 너의 얼굴이 생각나 나도모르게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동네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다는 너는 기분이 그리 좋진 않아보였다.
나 오빠에 대해서 잘 모르겠어요..
눈앞이 캄캄하고, 머리속이 하얗게 질렸지만 이내 얘기했다.
'무슨일인지 물어봐도 되요?'
'오빠는 굳이 연애안해도 잘 살수있을것 같은 사람인것 같아요'
너의 앞에서 했던 친구들과의 얘기가 그리 들렸을까..
인간적으로는 좋고, 마음에 들지만 성향이 너무 반대인것 같아 고민된다는 얘기. 이제 곧 30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감정소모를 하고싶지 않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
약간의 오해와 이야기의 과장이 나를 그렇게 보이게 만든것 같아 이해도 가고 조금 속상하기도 했지만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너를 만나기 위해 생각했던 그리고 준비했던 이야기들. 그리고 너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까지도.
가볍게 느껴질까 두려워 전화로 얘기하기 싫었던 고백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혹시 말하지 못하게 되면 계속 후회할 것 같아서 참지못했다.
다행이다. 너무나 착한 마음씨에 쉽게 말하기 어려운 얘기를 꺼낼 수 있게해준 알콜이 너를 잠으로 인도했나보다. 내 담담한 이야기를 들으며 넌 아무대답도 없이 잠이들었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아직 끊지않은 전화로 간간히 들려오는 너의 숨소리가 조금은 나를 슬프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