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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큼은 내가 제일 힘든 사람 같다.
게시물ID : gomin_17360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얀마루
추천 : 2
조회수 : 27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12/19 01:03:37
28살에 뒤늦게 기술배우러 전문대에 가서 드디어 1학년을 마치고 어제 집에 왔다.
집에 오니 살기 싫고 아무런 의욕이 나지 않는다. 나는 집이 너무 싫다.

제일 먼저 집이 너무 춥다. 방 온도를 보니 5도 밖에 안된다.
패딩을 입고 이불을 뒤집어며 이 글을 쓰는데 손이 얼어서 몇번이나 호호 불면서 쓸지 모르겠다.
잘 때도 패딩입고 침낭에 들어가 이불 뒤집어 쓰고 잔다.
그렇지 않으면 찬바람에 머리가 하루종일 띵하고 어지럽다.
도시가스가 안들어오는 곳이라 기름 보일러를 쓰는데, 기름이 없어서 밤새 이렇게 춥게 지낸다.
물론 밤을 어찌저찌 잘 지내도 보일러가 안되니 샤워나 머리감는 것도 다 냉수로 하게 된다.
끔찍한 밤을 지나 끔찍한 아침을 보내고 나면, 이 집이 싫어 어디든 밖을 나돌게 된다.
지하철이라도 좋다. 히터가 나오니 집보다 따뜻하다.
학교 도서관도 따뜻하고, 서점도 따뜻하고 집만 벗어나면 왜이리 천국일까.


내년 학비를 벌러 일자리를 찾는다.
사는 곳이 외각이라 마땅한 자리가 없다.
물론 자리가 있어도 문제다.
저번 겨울에는 제대하자마자 곧바로 알바를 했는데, 
근방에서 알바를 하려고 하니 매일 출퇴근 거리가 왕복 3~4시간이었다.
이제는 추운 겨울에 왕복 3~4시간동안 길거리에 있을 자신이 없다...
추운데는 이골이 나서 따뜻한 기숙사가 있는 알바를 찾는다.
여기보다 따뜻할 경남, 부산 지방으로 가보려 한다.
일자리는 있는데 수중에 있는 11만 5백8십원으로 차비가 충당되고 월급날 까지 생활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주변에는 부모님 소득이 너무 높아 국가장학금을 못받는 친구, 집에 돈이 많아 항상 차 바꿀 궁리를 자주하는 친구 등등이 있는데
괜히 내 상황이랑 비교되어 서럽다. 우리 부모님도 조금만 나 스폰해줄 수 있는 상황이면 얼마나 좋을까.
학자금 대출은 계속해서 쌓여가는데, 어찌 갚을지 눈 앞이 캄캄하다...
내년은 돈 쓸일이 많을텐데 나 어떻게 살지.... 
'내년 취업시장에 나갈때 스펙이 딸리면 어떡하지'가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면접보고 이럴려면 차비도 필요한데 그 돈이 있을까'가 먼저 걱정된다.
이 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스펙 쌓고, 여행 다니고, 따뜻한 집에서 쉴텐데....
괜시리 서럽다...


분명 나보다 힘든 사람들, 나보다 괴로운 사람들이 있을테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되는 하루이다.
이런 힘듦따위, 그냥 자살하면 다 없어질텐데, 그럼 다 끝날텐데 하는 마음만 가득한 지금,
배가 고파서 오지 않는 잠을 어떻게든 자려고 해본다.


세상 살기 왜 이리 힘들까.
원래 다 이렇게 힘든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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