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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물ID : freeboard_16785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새벽여명
추천 : 2
조회수 : 26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12/16 18:30:51
자유롭고 싶었다.
이왕 태어난 거 좀 자유롭고 싶었다.
노는 법이 뭔지 좀 알기 시작했을 때
나는 유치원에 들어갔다.
거기는 온통 속박이었다.
세상의 모든 사물들과, 모든 경험들에 하나씩 이름을 붙였다.
경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이와, 시간, 예의범절, 숙제에 억눌리고, 짖눌렸다.
세상은 온통 경계가 정해졌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즈음
경계는 더욱 공고해 졌다.
잘 사는 집 아이와 못 사는 집 아이.
키 큰 아이와 작은 아이
뚱뚱한 아이와 마른 아이
공부 잘 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
늙은 선생님과 젊은 선생님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좋은 것, 나쁜 것
온통 경계선 긋는 과정이었다
 
그래 이 세상은 태어나자 마자 온통 뭔가 선을 긋는 일들로 분주하다.
이제 내년이면 완벽한 30대 중반
지금도 경계선 긋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결혼 한 친구, 못한 친구
돈잘 버는 사람, 못 버는 사람
능력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그리고 나보다 젊은 사람들은
더 경계선 긋기에 열심인것 같다.
부자와 가난한 자
남자와 여자
취업한 자와 하지 못한 자
 
그래 인생이 원래 경계선 긋는 과정이지.
그리고 경계선 안에 있는 것들엔 따뜻하고
경계선 밖에 있는 것들엔 차가운게 세상이지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을 초월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술로 내 자신의 의식을 마비시키거나
미친듯한 게임으로 내 주의력이 지쳐서 넝마처럼 너덜너덜 해지기를 갈구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것도 아니면 또 미친듯한 독서로 정신을 억눌러도 좋다.
그런것도 아니면 좌뇌를 마비시키고, 우뇌를 정묘하게 만드는 명상을 해도 좋겠다.
 
자유.
이 두글자가 거대한 파도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저녁이다.
나는 분명 자유와 사랑을 갈구하면서 살아왔는데
자유도, 그리고 사랑도 하나도 없는
낡고 지친 영혼을 자각 했을 때
그 깊은 허무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어떻게 지내어 내나.
 
에잇
치킨이라도 한마리 먹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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