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전에 일어난 일 입니다.
주말에는 불광천에 난 옆길을 따라 걷기 운동을 하는데요
오늘도 여김없이 걷고 있었습니다.
세절역을 지날 때 쯤 옆에 자전거 도로에서 어떤 아저씨 한분이 어쩔 줄을 몰라하며
쪼그려 앉아서
'아이고 이를 어쩌지?' 를 연발하고 계시길래 뭔가 싶어 보니까
멋드러진 검은 코트를 입은 코숏냥이 녀석이 옆으로 축 느러져 있더라고요.
아저씨 말로는 자전거에 치인것 같다고 하셨는데,
자전거에 치이진 않은것 같았습니다.
아저씨께서 축 느러진 고양이를 안고 인도쪽으로 오셨습니다
저는 집에 기르는 고양이가 2마리가 있거든요
제가 기르는 녀석들이랑 비슷한 나이또래 라서 남의 아이같지 않아 적극적으로
가서 살펴보았습니다.
정말 심각한 상태였어요.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흐르고 있었고
아이가 괴로워 하면서 앞발을 쭉쭉 펴며 허공에 발길질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이가 소리조차 못내면서 입만 뻥끗 거리는
수준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위급한 상태였고 당장 병원을 가야 하는 수준이었어요.
자전거에 치인 골절이나 이런거라면 보통 아이가 소리를 내면서 괴로워 하지
저렇게 완전히 축 느러진채로 저렇게 하지는 않거든요....
옆에서 운동하다가 멈춰선 아가씨 한분은 근처에 있는 스XXXX동물병원에 전화를 했고
담요같은 걸로 덮은채로 오라고 하는데 아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소리죠...
분명 길가라고 이야기 했고 거기는 산책로에요. 담요같은게 주변에 있을리가 없잖아요.
동네이기 때문에 그 병원이 가장 가깝고 시설이 좋다는 것을 아는 저는 우선 아이를 안고 가기로 했습니다.
당장 산책로를 벗어나서 택시를 잡아 타고 가려는데 우선 택시 한대는 기사분이 고양이 알러지라고 하시면서
승차거부....
다음 한대를 잡고 나서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길고양이가 굉장히 위급한 상태라서 근처에 동물병원을 가려고 한다.
얼마 안가서 동물병원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주세요. 라고요.
다행이 기사아저씨분이 선하신 분이시더라구요.
얼른 타라고 하셨고 그렇게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그 멋진 녀석을 수습한 뒤에 대략 한 5~6분 정도 시간이 흐른거 같아요.
동물 병원을 가려면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야 하기 때문에 기다리면서 녀석이 의식이 있는지 봤어요.
아 근데... 그때 제가 다리가 축 풀리더라고요.
눈을 보니까 눈이 이미 촛점이 없었고 호흡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입에서는 침이 질질질 흐르고 있었고 항문의 힘이 풀렸는지 변이 흘러내려 티셔츠를 다 적셨습니다.
이때부터 제 멘탈은 완전 박살이 나있었죠.
힘없이 풀려버린 그 아이의 눈을 마주쳤던 그 순간부터요...
어쨌거나 의사가 보기에는 희미하게라도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병원으로 갔습니다.
데스크에 아무도 없길래 '저기요'라고 외치며 사람을 찾았고 뒤이어 간호사랑 수의사가 나오더라구요.
근데 정말 태도가 짜증났습니다.
두 아이를 기르는 제가 보기에도 이미 심각하게 위급한 상태인데
뭔가 지금이 상황을 기피하려는 듯한 느낌이더라구요.
저는 그냥 아예 길고양이고 우리 아이는 아니다. 근데 지금 급한거 같으니까 우선 봐달라고 했습니다.
그뒤 진료실로 갔고 심장이 완전히 멎어서 사망한 상태라고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
너무너무 이쁜 아가였는데 순간 정신이 날아가더라고요.
애써 진정하고 이제 무지개다리를 건넌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어보니까
병원에서 처리를 하려면 사체수습비를 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제가 이 아이의 보호자도 아니고 이름조차 모르는 녀석이지만
이 잠깐의 인연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면서 제가 보내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수습을 제가 할건데 비용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죠.
분명히 병원에서 사체 수습을 하길 바라면 5만 5천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다지 부담이 되는 비용도 아니고 해서 제가 하겠다고 하고 결제하러 데스크로 갔습니다.
다른 의사분이 오더니 결제를 해주더라고요. 근데 6만 5천원이 뜨는겁니다.
제가 들은건 5만 5천원이라고 들었는데요? 라고 하니까 알겠다고 하면서 다시 알아보고 오겠다고 합니다.
한 5분지났나? 나오더니 죄송하다면서 비용이 올랐다고 이번에는 8만 2천 500원이랍니다.
아.. ㅆㅂ 지금 나랑 진짜 장난하나...
맘같어서는 한판하고 싶은데 제가 정신이 제정신도 아니고 멘탈이 완전 아작이 난 상태라서....
머리속에서 그 아이의 그 눈빛이 가시질 않더라고요...
그냥 카드 휙 던져주고 3개월 할부처리 해달라고 했습니다.
결제 하고 걍 나왔어요...
솔직히 돈이 아깝지는 않습니다.
얼마가 나오든 그게 뭐 무슨 상관이겠어요.
근데 병원의 그 태도는 분노가 치솟을 정도네요.
어쨌거나 한 생명의 마감 앞에서 불길한 짓을 하고 싶지 않아서 걍 참았습니다.
지금도 그냥 참고 있어요.
아파하는 그 아이 한테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는데
경황이 없어 한마디도 하지 못해서 여기에 남겨보려합니다.
To. 검은 코트가 멋진 아가
조금만 더 일찍 발견됐다면 아마 다른 인연이 될 수도 있었을거야.
지금도 후회를 하고 있단다. 아저씨가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우물쭈물 했을 때
내가 먼저 달려들어서 확인하고 했다면 택시안에서 호흡이 있던 그 상태로 병원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나 미안해.
병원 사람들의 모습이 너에게 들리거나 보였을 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기억에 있다면 잊어주렴.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나처럼 너를 굉장히 소중히 생각하고 아끼는 사람들도 있어
그리고 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믿고 있다.
사실은 말이야 너를 발견했을 때 나한테 아주 맛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어.
우리집에 있는 아가들에게 줄 간식을 사들고 산책하고 있었거든 이거 하나 먹고 가도 늦지 않았을텐데
너무 일찍 가버린건 아니니? 짧은 인연이지만 마음이 많이 아프단다.
부디 무지개다리 너머에서는 마음껏 뛰놀고 똥꼬발랄하게 지내길 바래.
행복해라 아가야.
아...... 괴롭게 울부짖지만 아무런 소리조차 못내던 그 모습과
풀려버린 눈동자가 지금도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후아.... 병원의 그 행태가 너무나 괘씸하네요.
인증이 필요할거 같아 제가 결제한 영수증을 이미지로 첨부합니다.
이 병원이 전에도 이런 사체처리와 관련되어 피해자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자
고소를 한 사건이 있었다고 하네요. 피곤해지는 것은 싫어서 병원 명은 가리겠습니다.
으..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괴롭습니다.
동게분들 저 위로 좀 해주세요.... 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