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댓글로 열심히 설명하시느라 고생들 하십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최근 의료 게시판에서 베스트를 가는 글들을 보는데
간혹, 아 진짜 이제는 못해먹겠다, 나 이렇게 욕먹고는 못살겠다,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게 아닌데 언제까지 같은 질문을 받아야하나
하고 울분을 토하는 글과 댓글들이 올라오는 걸 봅니다.
공감은 하지만 조금은 참아야하는 거 같아요.
이제 받아들이기 시작하시는 분들은, 저희가 지금까지 얼마나 답답해했는지 억울해 했는지 모르실테니
그냥 감정적인 분노를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일까 걱정스러워집니다.
아 물론, 그거 너무 공감해요.
어차피 의사들 모여서 목소리 내도 욕만 드럽게 쳐먹고 아무도 안 알아주는데 ㅋㅋㅋㅋ
시위 해봐야 밥그릇 싸움,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어따 팔아먹었냐는 소리만 들을건데 ㅋㅋㅋㅋㅋ
그냥 되는대로 놔뒀다가 다 망해봐야 의사들 말 1%의 사람들이라도 들어줄텐데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하도 지치고 답답해서 그냥 되는대로 지켜보기만 해야겠다고 했었는데 최
근 의게에 의사들 말을 들어주는 분들이 있으니 신나서 저도 모르고 댓글 달고 있게 되네요.
그런데도 어느 순간 어떤 글들을 보면 저도 화가 많이 나서 비꼼가득한 댓글을 달고 있더라고요.
머리로는 냉철하게 논문쓰듯 리퍼런스로 조져야(?)한다는 걸 알면서도요 ㅋㅋㅋㅋㅋ
반쯤은 반성의 글이었습니다.
선생님들, 그리고 도와주시는 분들 다들 고생 많으십니다. 저희 좀 더 힘내서 팩트로 승부해요.
PS. 글이 좀 짧으니 심평원 삭감 문제 덧붙이기
뇌졸중 아시죠? 팔다리에 마비오거나 말 못하게 되거나 뭐 그런, 소위 옛말로 풍 왔다고 하는거요.
뇌졸중이 오면 MRI를 찍어야 정확히 진단이 됩니다.
뇌졸중이 의심되는 순간, MRI를 조기 촬영하는 게 엄청 중요하거든요.
1) 3~6시간 이내 조기 진단 시 막힌 부분을 뚫어주면 죽기 직전의 뇌를 완전히 회복시킬 수도 있습니다. 6시간 넘어가면? 그 부분 되살리는 게 안되요.
2) 만약 뇌졸중이 지나간 흔적이라도 보일 경우, 재발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한 약물을 써서 추가 손상을 막아야되요.
재미있는 게 MRI를 급여로 촬영했는데, 뇌졸중이 안보이면 삭감입니다 ㅋㅋㅋㅋㅋ
왜 재미있냐면 뇌졸중이 있나 없나를 몰라서 MRI를 촬영하는건데, 있으면 다행, 없으면 삭감이라서입니다. ㅋㅋㅋㅋ
명확하게 증상이 보이는 뇌졸중의 경우에는 문제가 안되는데 임상에서는 좀 애매한 경우가 있어요.
아, 이거 분명 뇌졸중 같은데...... 이거 놔두면 분명 재발하거나 나빠질 거 같은데........ 이런 때요.
이런 때는 심평원 삭감 기준에 따르면 관심법을 써서 뇌졸중 있을 때만 MRI를 촬영해야해요 ㅋㅋㅋㅋ 어이없지 않나요?
그래서 의사들이 뇌졸중인 거 같은 애매한 환자가 오면 첫번째 하는게 보호자 찾기요 두번째가 보호자 설득하기입니다. MRI 비급여로 찍자고요.
의사들은 똥줄이 타죠 MRI 촬영시간 고려 3시간 이내에 동의 못받음 환자 좋아지게 할 시간 제한이 지나가버리니까요 ㅋㅋㅋㅋ
"이거 비급여로 찍을거고 혹시 뇌졸중 나오면 급여 될건데 안나올수도 있다 근데 만약 뇌졸중이면 님 뇌졸중 재발해서 끝장날 수가 있음. ㅇㅋ?"
이런 상황인거거든요.
안에서는 비극, 밖에서 보면 희극인 상황이 여기서부터 펼쳐집니다.
환자분들은 이해를 못해요 ㅋㅋㅋ 아니 왜 의사가 뇌졸중 같다고 판단했는데 왜 급여가 안되냐고요.
아니면 어떻게 할거냐고요. (사실 아니면 다행인거죠! )
뭐 심한 캐릭터의 환자/보호자분 의 경우 찍어서 뇌졸중이 아니면 MRI 촬영비 돌려달라고 따지고
안찍었는데 뇌졸중이면 피해 보상하라고 고소합니다 ㅋㅋㅋㅋ
하여간 아픈 건 의사가 아니고 환자인데, 나중에 뇌졸중이어서 환자 장애 생기면 고생/돈 부담은 환자/보호자가 다 지는건데
의사가 제발 MRI찍자고 부탁드린다고 사정하고 애원하고 협박하다 달래고 빌어요.
이게 전공의 때 가장 시간 많이 잡아먹는 일 중 하나였네요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