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센치한 마음으로 썼다가 이성적^^인 아침이 되니 일부 내용 수정할 부분이 보여서 수정하는김에 다시 올려요. 한번 보신 분께는 죄송;;)
올해 7월 말 회사를 나와서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한지 반년이 조금 안되네요.
그간의 짧은 소회를 개인 블로그에 올렸는데, 혹시나 직장다니시는 분께서 프리랜서 전업, 혹은 창업을 염두하시는 저같은 분이 계실지 몰라 작게나마 동질감.. 내지는 응원이라도 되고자 함께 올립니다. 시간의 흐름도 아니고 그냥 끄적인 글입니다.
과감하게 퇴사하던 때의 글은 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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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의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난생 처음 무적(無籍)자이자 전업 프리랜서가 된지 약 5개월.
그 동안의 느낌.
0. 전업 프리랜서로
- 대학교 4학년때부터 아주 작은 회사, 작은 포지션, 적은 급여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그간 숱하게 이직을 반복했다. 마지막 직장은 6년 가까이 몸담으며 사회생활 총합의 절반 이상을 다녔고, 나름 직장생활에서 이루고자 하던 것도 이루게 해줬으며, 현재의 온라인 PR 프리랜서의 기틀을 잡는데도 적잖이 도움이 됐다. 퇴사 이후 아직까지 최근 직장의 동향과 주가 등은 종종 파악한다. 아무래도 외부로 보여지는 홍보파트였으니.
- 전업 프리랜서로 세상에 나오기로 마음을 굳힌 데에는 아무래도 직장 내에서의 물리적인 이동과 업무변경에 대한 것도 영향이 없진 않았지만, 이전부터 투잡생활을 하며 쌓여진 피로누적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에 더 매진하면 어느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도 한 몫 했다. 발령이 이 마음을 구체화 하는데 방아쇠 역할을 한건 분명하다.
- 보통 직장생활을 하다 자기사업을 하고자 퇴사하고 시작하려는 이들에게는 '월급의 두 배 벌 생각 아니면 하지마라'라고 하는데, 이 정도의 자신감은 이미 가지고는 있었다. 다만 머뭇거리게 한 요소는 '4대보험 테두리 밖으로 나갔을때의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 직장생활을 하며 투잡을 병행, 이후 투잡을 위한 퇴사.. 이 과정은 자연스럽다. 막연하게 퇴사하고 그때부터 입에 풀칠할 꺼리를 찾는 무모함은 가장에게는 힘든 일이니까. 다만 투잡을 위해 본업인 회사 업무에 지장을 주면 안된다. 사람인지라 업무시간에도 투잡에 의해 시간을 다소 소비할 경우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로 인해 본 업무에 피해를 줬다면 반대로 퇴근 시간에도 업무를 위해 시간을 할애라도 해서 피해는 없게 해야 한다고 본다. 투잡으로 인한 본업에 지장을 준다면 이도저도 안된다.
- 그리고 나는 2017년 7월 31일, 십여년 만에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뀌게 됐다.
1.프리랜서의 시작
- 첫 일주일, 첫 한 달은 적응기라 하여 뒹굴뒹굴 하려 했다. 아뿔싸. 아들의 등교시간이 내 출근시간과 같았구나. 제대로 된 늦잠 뒹굴거림의 꿈은 바로 다음날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온 이상, 이전보다 집안일에 도움이 되고자 했으니. 그리 멀지 않은 아들의 학교등교길이지만 여름엔 에어컨, 겨울엔 히터 틀어놓고 아들을 태운 후 데려다주는 일을 하고 있다.
- 아들을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때부터 아내에게 "나 출근" 이야기하고 PC가 있는 방으로 들어와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특별한 퇴근 시간 없이 내내 일이 이어진다. 일은, 일을 하는 시간은, 회사다닐때보다 훠얼씬 많다. 내 일이니까. 퇴근 개념이 없는데다 일을 한다는 것은 즉 수입을 번다는 것이므로 나를 찾는 클라이언트가 부르면 최대한 빨리 응대하고 처리해야 한다. 전화는 물론 카톡, 메일, 기타 모든 가능한 채널에 항상 대기한다. 이렇게 찾아주는 한 분 한 분의 클라이언트가 완전 소중하다. 더 없이.
- 일의 시간은 길지만, 스트레스도 거의 제로인데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냥 업무 정리하는 엑셀 파일을 보기만 해도 생산적인듯 한 느낌이다. 수입 역시 편차는 있지만 우려한 것 보다는 다행이도 힘든 정도는 아니다.
2. 프리랜서 생활
- 퇴사를 하고 한동안은 편지함이 바빴다. 몇일에 한번씩 꼭 누런 지로용지가 넣어져 있다. 건강보험이 지역가입자로 바뀌면서 체감상 더 많이 내게 된 건강보험료 안내장과 실제 납입 지로용지, 기타 이것저것.. 세금처럼 의무로 내야하는 돈이 회사가 처리해주지 않으니 체감적으로 왜 이리 많은지. 지로공격은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은듯 하다.
- 클라이언트 미팅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도 만족한다. 직장에 묶여 주말을 이용해 미팅을 해야 했으나, 나 만나자고 휴일에 미팅한다는 예비 클라이언트는 거의 없었다. 당연하게. 이제는 당당하게 미팅 요청 시 만나서 대화로 안내하고 신뢰도를 주고 있다.
- PC로 하는 업무답게 PC만 있으면 사무실이 된다는 점도 내 일의 장점(과 단점)이다. 때문에 미팅차, 혹은 다른 일로 외부, 주로 서울에 나가게 되면 태블릿PC 하나 들고 배터리 짱짱하게 준비하면 그닥 문제는 없다. 스타벅스, 탐앤탐스, 파스쿠치, 그리고 각종 창업지원센터들이 다 이동 사무실이 된다. 주로 이용하는 곳은 여의도 탐앤탐스. 24시간 영업도 매력적이지만 너무 조용하지도, 시끄럽지도, 또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아서 좋다. 최근에는 공덕역의 서울창업허브. 여기 짱이다.
- 일 자체는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할 수 있지만 평일에 외부로 움직이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은 된다.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업무시간인 평일 9-6에 이뤄지는데다, 당일 급건들 요청이 있다면 버스건 도로건 태블릿을 열어야 한다. 안된다면 스마트폰으로라도 정신없이 타이핑한다. 그래서 평일 외부 나가게 되는 일정이 잡히면 전날 미리 업무량 조절을 하게 된다.
- 프리랜서가 된 후 주력적으로 한 것은 전시, 박람회. 지금까지 코엑스, 킨텍스, aT센터 등 박람회만 몇개를 다닌건지. 내년도에는 1년치 박람회 스케쥴을 정리해 놨으며 1년간 얼마나 다닐 수 있는지 볼 예정이다. 박람회는 예비 클라이언트를 위해서도 가지만 그냥 전시회 분위기 자체가 즐겁다. 이렇게 동일 산업군 내의 업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또 어디있다고.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스타트업으로, 웬만한 스타트업 관련 행사는 다 가볼 계획이다.
- 프리랜서는 아무래도 정식 법인사업자와 경쟁에서 최초에는 한발 뒤에서 시작할 수 밖에는 없다. 동일한 서비스를 더 자신있게 한다고 자신하지만 일단은 성사가 되야 그걸 보여주지. 포트폴리오도 필요없고 실력도 필요없다. 개인이 정식 사업체를 제치고 마음에 들도록 하는 방법은 무조건 신뢰신뢰신뢰. 100% 후불 진행을 하고, 한 곳 한 곳을 정성들여 진행한다는게 나름 철학. 사실 사업자를 내야 하나 생각도 하긴 하는데 일단은 세무쪽으로 너무 무지해서 아직 어떤게 유리한지 확신이 없고(내년도 종합소득세 얼마나 나오려나...), 소득에 따른 세금 내라는거 잘 내면 문제 없다고 생각되므로 일단은 내가 일한 만큼 버는 프리랜서로 가보고자 한다.
- 한달에 약 2~4회 정도는 외부로, 주로 서울을 가게 되는데 주로 고객사 미팅 시, 혹은 전시회 돌기 위해. 한번은 1박 2일 일정으로 고객사 미팅 2건 + 전시회 3개까지 만 36시간 정도 만에 돌고 왔다. 계속 돌아다니면서 일도 해야 하므로 수시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꺼내서 메일 보내고 카톡하고. 이럴 땐 시간을 알차게 쓴 것 같아 나름 보람을 느낀다.
- 한번은 직장인의 로망!..까지는 아니지만;; 평일 아침에 아내와 함께 에버랜드를 갔다. 사람 적은 평일에 놀아보자. 근데 에버랜드에서 돌아다니는 내내 스마트폰을 놓을 수 없었다. 나는 에버랜드지만 클라이언트는 사무실이니깐. 누가 보면 스마트폰 중독인줄(..맞을지도). 함께 간 아내의 이해심에 내심 감사.
3. 직장인 → 프리랜서 희망자들에게
- 나보다 더 많은 고경력의 직장인에서 고경력의 프리랜서 전업자들도 많겠지만, 그냥 소소하게 직장인에서 프리랜서, 혹은 1인창업, 혹은 창업을 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작게나마 몇 자 끄적이자면, 우선은 진짜로 월급보다 두 배 벌 자신 없으면 그 자신이 생길때까지는 심사숙고 하는게 어떨까 한다. 회사와 반반 내던 국민연금을 홀로 내니 그것부터 부담인데다, 나름 자영업같아서 하루라도 일이 널널해지면 '와 좀 쉬자'가 아니라 '아 불안한데'가 된다.
- 프리랜서 준비는 회사와 충돌이 없게. 투잡이나 프리랜서, 창업 준비를 위해 회사일을 소홀히 한다면 그건 이도저도 안된다. 지금의 회사는 나오면 남이자, 미래의 클라이언트까지도 될 수 있다.
(↓블로그에 없는, 오유판 덧붗임글)
저같은 경우는 직장에 불만이 있어서 나온건 아니었기 때문에 현재 직장에 불만이라 퇴사를 하고 창업을 준비하시려는 분들에게는 도움은 커녕 동질감도 못 드릴 수 있을듯 해요. 하지만 '퇴사→먹고살기 위한 창업' 과정은 똑같다고 봅니다.
어떤 이유로든 창업 준비, 프리랜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충돌이 되지 않는것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 한번 리바이벌을 또 합니다. (다른 사람은 다 피해라고 여겼는데, 나만 아니라고 생각했었던건.. 아니겠지;;;;)
그리고, 보호 받지 못하는 야생 들판에 나와 있다는 생각 반, 자유인이라는 후련함 반. 이 부분도 진중하게 생각해 볼만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저는 무언가를 개척한다더나 도전한다는 성향이 아니고 현재에 안주하는 성향입니다. 이런 성향인 제가 퇴사 후 전업 프리랜서가 되는걸 결심한 것은 위에 생각해 볼만한 사항을 적지 않게 좌우 저울질한 결과죠.
오늘은 여기까지.
내년에는 본격적인 프리랜서 1년차에 접어듭니다.
내년 이맘때 1년의 소회를 좋은 결과로 알려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