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이 너무 길어서 음슴체;
늦은 봄,
동네의 공사를 하다 만 창고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음
새끼 다섯마리 주렁주렁 달려서 수유하느라 2주만에 등뼈가 다 보이게 빼짝 말랐음 ㅠㅠ
남들 몰래 새벽에 사료 주고 황태 삶아다주고 북어국물 먹여 겨우 잘 살리고
아기냥이들이 그냥 미묘에 똥고발랄하게 사방팔방 미모를 뽐내고 다님 ㅋ
저 말고도 몇 분이 사료를 주시는 것 같은데
전 일주일에 세 번 새벽 늦게 락앤락에 사료와 물을 주고 30분쯤 후에 나가 빈통을 수거하는 완전범죄파;
이틀에 한 번 비닐 봉투에 사료를 담아 펼쳐놓고 가시는 캣맘 아주머니
그리고 옆 건물주이자 고양이 소리에 시끄러워 살 수 없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시며 소세지, 참치, 회를 싸다주시는 김첨지님 ㅋㅋㅋ
서론이 길었는데;;
어미냥이가 새끼들 독립시키려 요즘 계속 애기냥이들에게서 떨어져 멀리 숨어있고
새끼들이 가끔 길가에 나와 엄마냥이를 부르며 한시간씩 울고 그럼 ㅠㅠ
고양이 싫어하시는 분들도 그렇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나까지 싫다 할 정도로 우니까 ㅠㅠ
애들 쫓겨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되서 산책삼아 동향을 살피는데 캣맘 아주머니와 김첨지님이 대화를 하시는 게 아니겠음???
혹시나 하고 걱정되서 슬금슬금 다가갔는데 김첨지님이 캣맘아주머니에게 버럭거리고 계심 ㅠㅠ
와이. 어째서!!!
내가 김첨지 아즈씨가 편의점 총각한테 고양이는 참치를 주는 게 낫냐 꽁치가 낫냐 고등어가 낫냐 물어보다가 캔 세 개 다 사서 가시는 것도 봤고!!
창문 열고서 "광어회다 이놈들아 처먹고 닥쳐라!" 하며 광어회 뿌리시는 것도 봤는데 왜!!!!!
하고 다가갔더니 김첨지 아즈씨가 매우 흥분하셔서
"거 왜 고양이 마약이라고 깻잎 흔들고 주면 애들이 좋다 한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네 마트 가격표가 찍힌 봉지에 깻앞이 들어있었음, 850원 찍힌 봉지 속의 깻잎들 ㅋㅋㅋㅋ
김첨지님과 캣맘 아주머니는 이미 전부터 안면이 있으신 사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셨나 봄
늘 큰소리 치시고 먹이를 던지시는 김첨지님께는 새끼들이 안 다가오고
캣맘 아주머니가 오시면 슬금슬금 나오고 하는 게 속상하셨나 봄 ㅋㅋ
고양이가 어떻게 하면 기분좋아하냐 물으셨는데 아주머니는 고양이는 캣잎을 좋아한다 하셨나 본데 ㅋㅋㅋ
캣잎, 캣잎, 깻잎!이 되신 듯 ㅋㅋㅋㅋ
그래서 집으로 뛰어들어와 고양이 전용 간식 캔과 사료와 접시를 들고 나감 ㅋㅋ
김첨지님께 고양이들이 무서워할 수 있으니 이렇게 해 보시라며 캔에 사료를 비벼 그릇에 담고
고양이들에게 눈인사 하며 조금씩 줘 보라 함
새끼냥들은 마침내 김첨지님 앞에서 캔사료 얻어먹고 그루밍까지 함
김첨지님 감동하셔서 머지않아 한 마리 들이실 듯 합니다 ㅋ
이미 다섯마리 중 한 마리는 세상을 떠나고 ㅠㅠ
한 마리는 세탁소 아저씨가, 한 마리는 캣맘님이 찜하시고 월요일에 잡기로 했고요
두마리는 음... 아무래도 김첨지님이 데려가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시며 고양이 집에서 키우는 방법을 물어보기로 하셨거든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