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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의 성공, 하지만 슈퍼맨의 실패의 이유
게시물ID : movie_723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lconer
추천 : 11
조회수 : 1953회
댓글수 : 48개
등록시간 : 2017/12/14 16: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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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슈퍼맨에 대해서 별 다른 생각이 없었어. 왜냐하면 배트맨과는 달리 너무 재미없는 영웅이거든.

너무 강력하고 심지어 하늘까지 날아다니지. 그래서 아치에너미가 씹간지나는 미국 대통령 정도는 되어야 겨우 재밌을까 말까하는 영웅이야.

그에 비하면 배트맨은 너무 매력적인 요소가 많아. 배트맨의 정신과 두뇌를 한계까지 자극하는 조커, 배트맨의 육체를 완전히 파괴시키는 베인까지.

한 마디로 배트맨이 모든 분야에 100 이라면, 악당들은 한 분야에 200 올인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겉보기엔 완벽해보이는 배트맨이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언더독의 분위기를 풍기게 만들지.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캡틴 아메리카에 대해 생각해보자.

사실 난 캡아에 대해선 잘 몰랐어. 기껏해야 오락실에 나오는 게임 캐릭터가 전부? 그 정도의 수준이었지.

그런데 말이야. 남들이 퍼스트어벤저를 욕할 때, 나는 정말로 감동 깊게 봤어.

왜냐하면 캡틴 아메리카의 진정한 정신이 완벽하게 녹아들어있었기 때문이야.

액션이 빈약하고 어벤저스의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 혹은 맨 마지막 뉴욕 삼거리 씬이 진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


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 퍼스트 어벤저의 모든 진수와 액기스는, 영화 초반 키작고 말라깽이 시절의 스티브 로저스가 가지고 있거든.

누가 봐도 스티브는 왕따 당하기 딱 좋은 캐릭터야. 불리와 일진들에게 괴롭힘 당하기 딱 좋은 사이즈니까.

그런데 과연 스티브 로저스가 지금 당장 대한민국이나 일본, 혹은 미국 하이스쿨에 있으면 왕따를 당할까?

절대 아니야. 자신보다 두배는 큰 상대로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있으니까.


나치와 싸우고 싶은 이유도 간단해. 괴롭힘이 싫기 때문이야. 아마 1차 세계대전이었다면 참가할 생각도 안했을 걸.

이미 로우킥 한 대 치면 부러질 것 같은 몸을 하고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던 캡틴이야. 특히 자신을 무시하는 훈련소 동기들을 위해서 수류탄 위에 몸을 던지는 장면은 감동스러울 정도지.

물론 약간은 작위적인 냄새가 나긴 해.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영웅은 스티브 같은 약자도 될 수 있다는 거야. 캡틴의 정신은 '너도 할 수 있어.' 라는 거니까.


솔직히 요즘 대중문화를 생각해 봤을 때, 캡틴 같은 절대선 캐릭터가 주인공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저렇게 대놓고 도덕책 같은 양반이 주인공이니까, 지금까지 배드애쓰 느낌의 피카레스크형 악당들에 비해 더욱 신선하기 까지 해.


캡틴의 인기가 윈터솔저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절대 아니야. 퍼스트어벤저에서 말라깽이 스티브 로저스로 토대를 쌓았기 때문에 그런 캡틴에 대한 믿음이 생길 수 있었던 거야.

만약 퍼벤저 없이 시빌워가 그대로 나왔다? 아마 네티즌들이 캡아 VS 아연맨으로 나뉘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아이언맨 편을 들었을 걸.


그런 의미에서 캡틴의 무력도 굉장히 중요해. 캡틴은 그래봤자 강화인간에 불과하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고결한 정신이 더욱 빛나는 거야. 왜냐하면 압도적인 힘은, 그 자체만으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윈터솔저에서도 그게 잘 드러나지. 하이드라를 제외한 평범한 사무실 요원들조차 캡틴의 명령이란 이유로 따르잖아. 말 그대로 캡틴이야. 캡틴의 말은 무조건 따를 수 있다는 거야. 그는 절대 선이니까.

그 명령의 진위가 어떻든 맹목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바로 캡틴 아메리카야.

특히 그의 명대사인 "하루 종일 할 수도 있어." 그의 정체성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해. 자신보다 강적에 맞서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는 건, 굳이 악당 같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배드애쓰니까.



그럼 이제 슈퍼맨으로 가볼까?

슈퍼맨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슈퍼맨이 지 혼자 활약한단 이유로 저스티스 리그에 8점을 준 새끼가 있어. 그런데 그 새끼가 시빌워의 캡틴을 보더니 '저게 슈퍼맨이었어야 하는데......' 라며 안타까워했지.

왜냐하면 슈퍼맨은 단순히 무력이 중요한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야. 그런 거로 따지면 결국 제일 재미없는 영웅이 되니까.

슈퍼맨인 말 그대로 미국을 상징해야 돼. 그것도 그냥 미국이 아니라 청교도부터 내려져온 기독교적 메시지가 섞인 메시아가 되어야 하지.


그런데 맨 오브 스틸을 보자. 이게 과연 메시아가 맞아? 메시아의 첫 등장이 이딴 식이어도 되는 거야?

솔직히 난 맨 오브 스틸 재밌게 봤어. 그냥 다 때려부수면서 존나 간지나게 싸우잖아? 아마 대부분의 외국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걸?

그런데 미국인들은 아니야. 미국인들에게 슈퍼맨은 캡틴의 상위버젼이 되어야해. 말 그대로 메시아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헌데 슈퍼맨은 어땠지? 그냥 다 때려 부수고, 멍청한 악당에게 속아 배트맨과 싸우고, 세이브 마사나 외치고 있지.


고뇌도 좋고, 성장형 주인공도 좋아. 스티브 로저스는 인간 자체가 고결한 사람이기 때문에 육체를 제외하고는 굳이 성장할 필요가 없었어.

대신 작가와 감독들은 그를 냉동인간으로 만들어 70년을 타임워프 시켰지.

강한 신념과 도덕책을 가진 주인공이 어쩔 수 없이 고뇌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거야.


슈퍼맨도 이와 비슷하지. 사실상 그는 외계에서 지구로 입양된 새끼니까 ㅋㅋㅋ

무엇보다 슈퍼맨은 미국이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가정에서 자랐어. 좋은 아버지와 좋은 어머니, 거기에 평화로운 시골 환경까지.

말 그대로 사이코패스조차 선인이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집안에서 자랐다는 의미야. 배트맨처럼 정신병 걸린 미친 새끼가 아니라, 이상적인 선인이 된 것이지.

그런 선인이 위대한 힘까지 지녔으니 너무나도 완벽한 캐릭터잖아? 만약 미국 국민들이 슈퍼맨의 가정환경을 알았다면 더욱 맹목적으로 그를 믿었을 정도로 말이야.

문제는 대중들은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슈퍼맨을 경계할 수밖에 없지. 앞에도 말했지만, 너무나도 강력한 힘은 그 자체로도 의심을 받고 경계를 받으니까.

그래서 슈퍼맨은 처신을 잘해야 해. 맨 오브 스틸처럼 등장부터 다 떄려부수는 게 아니라 슈퍼맨 다운, 슈퍼맨만이 할 수 있는 그런 걸 보여줬어야 해.


그런 의미에서 슈퍼맨 리턴즈는 좋은 영화야. 그냥 시작부터 추락하는 비행기를 구출하는 씬을 넣어, 슈퍼맨이라는 캐릭터를 확실하게 각인시키지. 아마 슈퍼맨 영화로서 이보다 더 좋은 소개장면은 없을 거야.


하지만 DCFU는 실패했어. 잭 스나이더가 멍청한 건지, 워너 브라더스가 슈퍼맨에 대해서 잘 모르는 건지, 반드시 필요한 장면을 아예 생략해버린 거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일 심각한 건 렉스 루터의 존재야. 렉스 루터는 슈퍼맨의 완벽한 아치 에너미로 악역이라기 보다는, 슈퍼맨의 타락을 누구보다 경계하는 미국의 또 다른 면을 상징해.

그런데 그런 렉스 루터를 저스티스 리그에서 어떻게 만들었지? 무슨 어쩌고 증후군에 걸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개발자처럼 만들어버렸어. 10년 전에 잠깐 유행했던 찌질이 찐따 빌런을, 무려 슈퍼맨의 아치에너미로 써먹은 거야.

그 누구보다 고전적이어야 하는 영화에, 반짝 유행이 나오고 말았어. 결국 슈퍼맨은 차포를 떼고 장기를 하는 셈이야. 자신의 정체성도 없고, 아치에너미조차 찌질이 찐따에 불과하지.



내가 장담하건데, DCFU는 절대 성공할 수 없어. 뿌리고 뭐고 캐릭터의 정체성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감독과 각본가 새끼들이 만들었으니까.


잭 스나이더는 그냥 새벽의 저주2나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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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은 작고 마르고 병약한 탓에 괴롭힘 당하면서도 맞서 싸우고
모두를 위해 수류탄 위에 뛰어들어 몸으로 감싸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캡틴을 보면 선하다는 보증이 있어 맘이 놓이는데

슈퍼맨에게선 그런 캐릭터가 느껴지지 않아 불안하다는 거 공감 되어서 퍼왔어요.


출처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sphero&no=866339&page=1&exception_mode=recomm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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