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옛날사람 주의]사랑이 뭐예요? 3편
게시물ID : love_395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리조각
추천 : 12
조회수 : 122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12/14 09:19:03

나는 학과의 여러친구들과 두루두루 친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그중에 몇명을 특별히 증오했다. 
특히 술만 처먹으면 내 자취방에 기어 들어와서 술과 안주와 라면을 요구하던 네명을 특히 증오했다.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 그녀석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쌍욕이 기어나온다.
아 물론 지금도 가끔 주기적으로 만나서 면전에서 욕도 해주고 있다.

그중에 S라는 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이 친구는 나름 키도크고 운동도 잘해서 옷빨도 잘사는 편이었다.
얼굴이 그리 잘생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멀쩡한 편에 속하는지라, 나름 외모만으로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좀 있었다.

그러나 이친구에게 큰 결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선천적인 말더듬증(?)이 있었다.
게다가 발음도 부정확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처음 얘기를 나눠보면 좀 모자란 사람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학기가 시작되었고, 우리는 열심히 학교에 나가기 시작했다. 
아 물론 강의실에 가는 대신 우리는 매일 같이 노천극장과 사자탑 아래에서 막걸리와 두부김치를 먹으며, 
열심히 대한민국의 술자리 게임문화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었다.

그날도 수업을 마친 나는 친구들과 당구를 치고, 껍데기에 소주를 먹고, 자취방으로 향했고, 
함께 당구를 친 친구들도 다같이 자취방으로 향했다.

"야. 이거 뭐냐? 집에 안가냐?"

"집? 가고 있는데?"

"지하철역 저쪽이야 임마."

"뭔 개소리여."

아아... 도대체 언제부터 내 자취방이 너희집이 된거지



우리는 자취방을 사수하려는 나와 자취방으로 입성하련느 친구들 사이의 공성전을 치르면서 사이좋게 옥탑방으로 향했다.
갖은 협박과, 열쇠를 잃어버렸다는 구라와, 제발 오늘은 혼자자게 내버려 달라는 내 애원에도 친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내가 열쇠를 내놓지 않자, 결국 친구중의 한놈은 클립으로 문을 따기 시작했다. 

아 주여 저놈을 불지옥에 보내주소서.


결국 그날도 어김없이 내 옥탑방과, 부르스타와 냄비와 컴퓨터는 친구들에게 빼앗겨 버렸다.


"조각아. 선물 가져왔다."


친구가 선물이라면서 꺼낸 것은 놈이 핑클 1집앨범을 사고 레코드 가게에서 받은 핑클의 대형 포스터였다. 친구들은 미1친듯이 열광했다.

"오오오오오!!!! 야 당장 붙여!!! 저기 TV 위에다 붙이자."

"하지마 미1친놈들아!!!!"

"야 테이프좀 틀어봐!! 블루레인 듣자!!"

"야이 미1친놈들아!! 왜 우리집에 핑클 포스터를 붙이냐!!"


친구들은 환호를 지르면서 벽에다가 핑클의 대형 포스터를 붙이고, 핑클의 테이프를 틀었다.
그리고는 곧 사내놈 네명의 떼창이 시작되었다.

"콜미콜미콜콜기브어콜~ 내모든걸 원한다면 너에게 줄께~"

"주지마! 뭘줘!! 전혀 원하지 않는다 이 잡것들아!!"

정말 가관이었다. 스무살이넘은 사내놈들이 핑클에 열광하면서 노래를 따라부르는 꼴이라니...
모름지기 남자라면 외모보다는 음악성에 충실해야 하는 법이거늘, 2PAC이나 너바나, SES가 아닌 핑클이라니, 한심한 놈들......



떠들석한 저녁이 지나고, 한놈은 어둠의 제왕을 때려잡고 있었고, 다른놈들은 누워서 잠이 들락말락 할 무렵 S라는 친구가 갑자기 말했다.

"조... 조각아 우리 얘기할래?"

"뭐? 뭔 얘기를 하재. 잘려는데."

"뭐? 이자식아 내가 언제 얘기라고 했어, 얘기라고 했지."

"그러니깐 뭐 얘기."

"아니 얘기 말고 내기 말이야!!!"


방안에 있던 친구들이 모두 S를 쳐다보았다.


"나도 얘기라고 들었는데..."

"나도..."

"분명히 얘기라고 하지 않았냐?"

"아오 빡쳐 귀좀 파라 임마!!"


S는 성질을 버럭 냈고, 우리는 모두 S에게 사과했다. 
다섯명중 네명이 S의 발음을 얘기라고 들었지만, 자신의 발음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S가 차마 불쌍해서 더 우길수가 없었다.

"하여간 우리 내기할까?"

"뭔 내기여. 돈도 없어. 안해."

그러나 S는 내 의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듯 싶었다.

"너 H 좋아하지?"

"뭐... 뭐래!!"


부끄러워서였을까? 나는 별 미1친소리 다 듣겠다는 표정으로 강력하게 부인하려 했지만, S는 우습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친구들도 미1친놈 바라보듯 날 바라보았다. 하긴 그렇게 티를 내고 다녔을텐데, 모르는게 더 이상할 것 같았다.
그리고 S는 충격적인 고백을 이었다.

"나 사실 K 좋아한다."

나는 물론 친구들도 벙찐 얼굴로 S를 바라보았다. 

사실 K는 후배들 중에서도 이쁘장한 편이었고, 성격도 조신조신한 편이라,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때문에 남자선배들은 대부분 K에게 잘해주었고, 그중에서 S의 행동은 크게 튀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안돼 미1친놈아! K의 인생을 망칠 셈이냐!!"

"우리 과의 마스코트를 더럽히지 마!!"

"닥쳐!! 내가 좋아한느데 뭔 상관이야!!"

"와... 내 딸이 나중에 저런놈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지?"

"아, 너 딸이 있었어?"

"있을리가 있냐!! 자연스럽게 묻지마!!"



얘기가 좀 이상한 곳으로 새긴 했지만, 우리는 벌떼같이 일어나서 S의 짝사랑을 포기시키기 위해서 애썼다.
그러나 문제는 S의 감정은 진심인것 같았다. 학과내 CC를 증오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우리였지만, 상당히 진심인 것 같은 S를 말릴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기하자고 하는게 뭔데? 설마..."

"그래... 나랑 너랑 둘중에 먼저 사귀는 놈한테 술사기 하자."

"아... 그거 진짜 잔인하네... 지면 차이고 술사야 되는거야?"

"그래. 하는거지?"

아무래도 그 내기는 S가 고백을 할 용기를 만들기 위해서 하자고 한 것 같았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내기에는 분명 고백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타당성을 부여해주는 비겁한 면이 있었다.

내가 그 내기를 수락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그러고 난 후 S는 K에게 고백하기 위한 작전에 들어갔다.
S의 가장 큰 실수는 모태솔로 친구들 네명에게 고백작전의 조언을 구했다는 점이었다.



"야 일단 수업이 끝난 이후의 저녁타이밍을 노려."

"좀 진지한 표정으로 할말이 있다고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불러"

"법대 뒤쪽에 으슥한 곳이 있어."

"꼭 혼자나오라고 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야 이 미1친놈들이 무슨 인신매매 작당하냐?!!"


이게 도대체 고백작전인지, 납치작전인지 알수없는 헛소리들이 오갔지만, 
S는 그것이 상당히 괜찮은 작전이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꽤 귀담아 듣고 있었다.


"우리 넷이 가서 아카펠라로 배경음악을 깔아줄까?"

"공포영화 찍을려고?"


"일단 정문앞의 꽃집에서 후리지아를 한다발 사."

"욕하지 마라 이 후레자식아."

"욕이 아니고 후리지아 말이다 이 후라이같이 생긴놈아."



그리고 두 친구는 주먹으로 서로의 우정을 확인했다.

"자동차를 세워놓고 트렁크에 풍선을 가득채워."

"그리고 고백을 하는 순간 트렁크가 열리면서 풍선이 하늘로 올라가는 거지."

"근데 넌 차 있냐? 우리중에 차가있는 사람이 있냐?"

"당연히 없지?"

"그럼 어쩌지?"

"음........................... 아까 그 클립좀 줘봐."


그리고 우리는 친구의 범죄전과를 막기 위해서 클립으로 차를 훔칠까 고민하던 친구를 다구리쳤다.


"편지를 써서 건네주는게 어떠냐? 고등학교 때 많이 했잖아."

"고등학교때? 너 남고 아니었어?"

"아니... 나 말고...."

"와.... 미1친... 저리가 이자식아."


그리고 우리는 남고나온 친구를 화장실에 감금해버렸다.



모태솔로 네명이 모인다고 연애 DNA가 생길리가 없다는건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연애경험이 전무하던 친구들이 내놓는 의견은 대부분이 퍠기처리되어야 마땅하였지만,그 외에 딱히 조언을 구할 곳이 없던 S는
우리의 의견을 종합하여 강의시간 이후에 단과대 한 귀퉁이에서 후리지아 꽃을건네면서 고백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와서 생각하건데, 차라리 112에 전화해서 물어보는게 더 나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날도 우리과 동기들은 노천극장에 모여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전우애를 다지고 있었다.
곧 선배들 몇명과 후배들 몇명이 합류하였고, 어느새 열댓명이 된 대인원들은 노천극장의 무대위에 빙 둘러앉아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H도 있었지만, K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날이 S가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와 친구들은 분명히 고백장소에 오지 말라는 S의 간곡한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할 생각이었고, 
S가 사귀던 차이던 오늘 밤새도록 녀석을 놀릴 생각에 두근거리고 있었다.

H는 자리에 조금 늦게 참석할 탓에 나와는 조금 떨어져 앉아있었고, 가끔 눈이 마주쳤지만 그냥 씨익 웃고 말 뿐이었다.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H의 웃음에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나는 몇번 H의 곁으로 가려고 하다가, 게임에 걸려 일어나지 못했고, 
H가 온지 30분이 지나자 시계를 쳐다보던 H는 막차시간에 늦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H야, 가려고? 내가 바래다 줄께."

"어, 아니예요 괜찮아요. 선배님 그냥 계세요."


내가 일어서려고 할때 H 옆에있던 여자동기 한명이 H를 바래다줄려고 일어났고, 
H는 괜찮다고 그 선배를 만류하고는 내쪽을 살짝 쳐다본 뒤에 노천극장을 빠져나갔다.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그대로 다시 앉았다. 그때 아까 일어섰던 여자동기가 걸어와서 내어깨를 툭툭 쳤다.

"아, 왜?"

"뭐해 병신아. 빨리 쫒아가봐. 아오 진짜 너 답답해서 못봐주겠다."


여자동기는 이런놈이 좋아다는 H가 얼마나 불쌍할까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말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아. 왜 내가 오리엔테이션 이후로 이주일이 지나도록 H와 진도가 나가지 않았는지, H가 얼마나 실망했을지...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지하철역쪽으로 뛰었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라, H가 어떤 길로 갈지도 알 수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왠지 당연히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출처 1편 - http://todayhumor.com/?love_39450

2편 - http://todayhumor.com/?love_39509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