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흑역사 갱신입니다.
당시는 토요일 밤. 모처럼 느긋하게 인터넷을 하던 제 주말은 급똥 신호로 산산조각 났습니다.
하필이면 룸메는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고
서로 친하지도 않을 뿐더러 바로 옆에 있는데 냄새나게 똥싸기도 창피해서
참으면 지나가겠지 하며 기다렸습니다. 이런 급똥 신호는 전에도 몇번 있었는데 참으면 대개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번 건 달랐습니다. 뱃속에서 요동치며 거세지는 통증에 점점 정상적인 사고가 힘들어졌습니다.
화장실까지 가서 빨리 나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자칫 일어서면 싸버릴까봐 어찌하지도 못하고
인터넷에서 봤던 똥 참는법을 기억나는대로 다 써봤지만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오히려 악화되는 것 같았습니다.
안된다. 방에서 똥싸면 안된다. 나는 똥쟁이가 아니다. 필사적으로 버텨봤지만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자신을 느끼면서 틀렸다고 생각하고 장소를 모색하다가
결국 옆에 있던 세숫대야에 자신을 내려놓았습니다. (이 모든 일은 신호가 온지 3분만에 일어났습니다.)
그 순간은 방바닥에 싸지르지 않았다는 크나큰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문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져버린 듯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교차했습니다.
몇 초 동안 실성해서 우량아의 자태를 뽐내는 그분을 바라보다가 냄새를 맡고 다시 정신을 차렸습니다.
냄새가 방에 베이거나 당시 방문 밖에 있던 또다른 룸메가 맡게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끝장이라고 생각해서
그분을 모신 세숫대야를 쓰레기봉지 3겹 속에 봉인한 다음
모두가 자기 방으로 들어간걸 확인한 뒤 대야채로 갖다버렸습니다.
잘 쓰고 있던 대야를 버린게 아까웠지만 도저히 깨끗이 씻고 다시 쓸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쓰레기장에 다다른 봉지를 혹여나 열어보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있다면 죄송합니다.
이렇게 수치스러운 일은 처음입니다. 마지막이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