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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음난한 글을 음난하게 쓰던 음난교육자입니다.
음난한 글들이 지금보니 참... 논란도 많이 되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이번에는 조금 방향을 바꿔서 여행기를 써봤습니다.
오유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은 아니어서 글 자체는 평어로 되어 있어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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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주에 자주 방문했다. 제주도가 딱히 좋아서라기 보다는, 아마 비행기값이 저렴한 관광지여서인 이유가 더 커서 였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제주여행을 계획한 이유중에 하나도 이 쪽에 속한다.
겨울인데, 기차여행을 하기에는 짐이 너무 많아서. 차량을 렌트하면 편할 것 같긴 한데 내륙에서는 렌트값이 무시못하게 비싸다.
제주도는 밥 한끼 가격으로 차량을 렌트할 수 있으니까.
마침 방영했던 ‘알쓸신잡2-제주편’은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제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이제 가볼만한 곳은 다 가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꼽는 절경, 관광지가 아니라
제주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산이 있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던 듯 하다.
어차피 유명 관광지들은 모두 본 상태라, 여유있는 여행을 다니고 싶었다.
처음이었다. 강행군을 할 필요도 없고, 빡빡한 일정에 등 떠밀리지 않았고. 비수기인 제주도는 어딜가도 예약 없이 하고싶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자유로웠다.
1.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식사가 가장 외롭다.
혼자 다니는 것을 즐기는 나도 식사시간이 되면 외로워진다. ‘혼여’를 즐겨하지만,
외롭고 싶지 않은 나는 알쓸신잡 프로그램을 보며 감탄했다. 아. 나도 저런 여행을 하고 싶다.
외롭고 싶지 않다는 욕심으로 동행을 구하는 것은 사실 여행을 망칠 수도 있는 일이다.
성격이나 성향이 맞지 않을수도 있거니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도 예의상 쌩, 사라지면서 당신과 나는 맞지 않네요.
라고 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서로가 서로의 족쇄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그런 여행들을 몇번인가 경험한 바 있다. 일정이 서로 맞지 않으면 사실 쿨하게, 다음에 기회닿으면 또 만나요.
하고 헤어지면 되는 것인데, 맞지 않는 성향에도 서로 속이 상하면서 동행을 계속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럴때 이기적이 된다. 그리고 훌쩍 떠나버린다.
알쓸신잡의 여행이 참 마음에 들었던건 바로 이 부분. 각자 좋아하는 곳들로, 전 지역에 흩어져서,
그동안 관심이 있었던 곳에 ‘각자’ 방문한다. 그게 맞으면 같이 움직이며 대화도 하고, 서로 가고싶은 곳들이 갈리면
주저없이 떠난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각자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며, 경험을 나눈다. 외로울 틈은 없다.
이런 여행을 하기에 특히 좋은곳이 제주인 듯 하다. 차량 렌트가 내륙의 반값도 되지 않아, 동행 구성원 모두가
각자 차량을 가지고 있어도 금전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지 않으니까.
2. 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드는게 사실이다.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제주에 여행이 아닌 이성을 만나러 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손에 반지를 끼고 있는 내게 ‘이런데 왜 왔어요?’라고 묻는 사람들은 항상 있어왔다.
‘이런데가 어떤 덴데요?’ 나는 저녁을 먹고싶었고, 술도 한잔 하고 싶었고, 사람들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여자친구 있는데 ‘이런데’에 오게 된 나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흠칫 놀랐다.
너무나 당연하게, 게스트하우스는 ‘이런데’가 되어있었구나.
그 사람들은 생각하고 싶은데로 생각하게 두자. 그래도 좋은 사람들은 분명 있고, 나는 그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니까.
3. 관광지를 ‘찍지’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강행군, 빡빡한 일정이란 결국 여기에 잠깐 들렀다가,
가는길에 여기도 ‘찍고’ 저기에 가서 이것을 하고. 결국 사진들은 많이 남겠지만 그런 여행은 많이 했고 더 이상 하고싶지 않았다.
어쩌면, 남들은 벌써 진작부터 깨달은 진짜 여행의 의미를 나는 이제서야 겨우겨우 찾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4. 관광객과 여행자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영어로 바꾸어봐도 tourist와 traveler는 명확하게 갈린다.
심지어, tourist는 경멸의 뜻으로도 쓰인다. 초보자, 뜨내기라는 뜻으로. 떠나는 모든 이들은 자신이
‘여행’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정말 내가 하고 있는게 ‘여행’이 맞을까? 어쩌면 난 ‘관광’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