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돈 못 벌어서 딸에게 무시 당한다 생각하며 고통받았던 그 시간들을 다 되돌리고 싶다. 그 직전으로 가서 나는 아빠가 돈을 못 벌든 잘 벌든 상관 없다고. 내가 아빠한테 원하는 건 사과와 변화일 뿐이라고, 돈은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사과와 변화가 없는 이상 나는 아빠가 좆을 주체 못하는 남자 그 이상 그 이하로밖에 보이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그러니 내가 아빠를 무시하거든, 그건 아빠가 그것을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은 탓이라고. 아빠가 그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상 나는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아빠를 아빠로, 아버지로 볼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만일 아빠가 지금껏 우리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준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고통받으며 살아왔다면, 나는 아빠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고통에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아빠는 돈 못 번 것이 평생의 죄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아빠의 훈계와 가르침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아빠와 한 공간에 있는 것이 버틸 수 없을 만큼 싫다고 하는데 아빠는 그저 그 결과에 불과한 사실에만 충격을 받을 뿐이다. 과거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한다. 그것 때문에 나는 평생 아빠를 증오할 수밖에 없는 고통 속에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