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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깨고 싶지 않는 꿈, '라라랜드'를 추억하며
게시물ID : movie_722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ustic071800
추천 : 6
조회수 : 58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12/08 18: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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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오늘(12월 8일)은, 영화 <라라랜드>가 재개봉한 날입니다.

 어느날, 누군가가 제게 덜컥

 요근래 개봉한 영화 중 최고를 꼽으라 한다면,

 인생영화 중 하나를 자신있게 말해보라 한다면,

 전 당당히 <라라랜드>를 말할 것입니다.

 이 글은 <라라랜드>에 대한 제 조그마한 애정의 표현이자, 좀 더 과장해보자면 이런 좋은 영화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준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에 대한 감사와 찬사ㅡ그 세상 모든 것들의 표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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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라라랜드>를 처음 만났던 그 날이 떠오른다. 그 날. 나는 평소 친하게 지내고 있던 학교의 한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가까운 동네 극장이었다(큰 편이긴 하다.). 당시 '친구들'은 꽤 성적이 잘 나가는 편이라(나도 포함이다. 왠지 자화자찬같군.), 줄곧 그 선생님의 수업을 도와주곤 했다. 동아리 형식으로 주기적으로 모여 선생님의 수업 자료를 주도적으로 제작하는 것이었다. 특히 그 선생님의 반에 있던 몇몇 '친구들'은 더더욱 열정적이었다(친구들은 한 반에만 편중되있지 않고 골고루 퍼져있었다.). 그 중 하나가 나였다. 서로에게 '멘토/멘티', 때로는 '파트너' 역할을 주고받고 있었던 '우리'는 끈끈한 연대같은 관계를 맺고있었는데, 학교 안 뿐만 아니라 밖에서 조차도 서로와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또 실제로도 그리 했었던 참이었다. 어느덧 한 해가 지나가고 있을 무렵. 이렇게 한 해를 보내기는 아쉽다 싶어 우리 사이엔 뭐라도 해보자는 여운이 감돌았었는데, 결국. 그 결론이 바로 '영화보기'였던 것. 사실, '우리'의 핵심 멤버셨던 선생님께서 영화광인 이유도 한 몫했다(아니, 두~세 몫은 거뜬히 해냈는지도.). 영화보자. 끝나고 저녁밥도 같이 먹고. 그렇다고 '우리' 중 영화 보는 것을 딱히 싫어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극장을 찾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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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의 극장은 온갖 사랑의 향기로 가득 차있었다. 피부가 절로 껄끄러워졌다. 알 수 없는 끈적이는 것들이 찰싹 달라붙어있었다. 그래도. 애써 무시하곤. 예매를 하기 전. 일단 영화를 골라보자. 무엇을 보는 게 좋을까? 상영시간표를 연신 띄우고있던 스크린 속에 시선을 고정한다. 볼 만 한건? <라라랜드>와 <판도라>. '그나마' 나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내겐 둘 다 첫인상이 그리 만족스럽진 못했다. 


<판도라>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너무나도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지만. 영화 포스터만 봐도 "이건 전형적인 한국형 재난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딱 들었다. 막 재벌가처럼 잘 나가진않지만, 그럭저럭 소박하게. 또 가끔은 오붓하게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한 가족. 평화로운 그들을 문득 덮친 큰 재난. 눈물. 눈물. 눈물. 쥐어짜내는 듯한. 신파영화. 물론, <라라랜드>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영화에 문외환이었던 나였지만. 엠마 스톤 정도는 알았다. 그러나 '뻔한 로맨스 영화' 같았다. 거기다가 뜬금없이 뮤지컬 영화라고? 내 기억에 남는 뮤지컬 영화가 무엇이 있을까? 맘마미아 정도? 뭔지 모르게 아닌 것 같았다.


친구들의 의견도 분분하였는데, 난 그래도 지겨운 그 전형적인 한국형 재난영화. 신파영화는 피해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더군다나 친구들의 대부분이 <판도라>를 택했지만. 선생님과 '몇몇 친구들'은 <라라랜드>를 택하고야 말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름 은밀하게. 그래. <라라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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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들이킨다. 상영 전 광고가 모두 끝나가고. 일제히 불이 스르륵 죽어간다. 관객들도 모두. 침묵. 내 안경에 한기가 서린다. 불안함의 각성일까.


그렇게. 내게 <라라랜드>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였을까? 단 몇 분? 단 몇 초? <라라랜드>는 참 배은망덕한 나를 제대로 꾸짖어줬다.


눈 부신 태양빛 아래 꽉 막힌 도로. 스크린을 보는 나까지도 답답하다. 줄 지어진 차들에게서 각각으로 뿜어져나오는 서로 다른 음악들. 그 음악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서로 제 갈 길만 간다. 그 순간. 본격적인 시작되는 쇼. "Another day of sun". 감미로운 목소리와 경쾌하게 울려대는 음악. 쭉쭉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춤 동작들. 아- 진정한 뮤지컬 영화는 이런거구나. 누가 처음에 뮤지컬 영화를 깎아내리려고 맘마미아 같은 소리 해댔던가. 이런 멍청한 놈아! 나 자신에게 조곤히 저주를 퍼부었다! "Another day of sun" 뿐만 아니라, "City of star", "Someone in the crowd" 등 <라라랜드>에서는 수많은 명곡들을 만날 수 있는데. <라라랜드>의 음악 감독인 저스틴 허위츠 감독의 세심함(나중에 알고봤더니, 이 감독은 <위플래쉬>에서도 음악 감독을 했더군요.)과 배우들의 열정(춤과 피아노 등을 직접 배우고 연주하고 노래하고...)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거짓말 하지 않겠다. 넋을 놓고 보았다. 속에서 무언가가 마구 폭주하였다. 이 곳은 로스앤젤레스(LA)를 향하고 있는 도로였다. 손에 잡히지 않는 꿈들이 넘쳐나는 곳. 라라랜드(La La Land). 꿈의 나라.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의 나라. 그래서 더 마구 폭주하는 수밖에 없을지도. 나라도 관객석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에게 기립박수를 마음껏 쳐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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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라라랜드>는 마찬가지로 '그 꿈'을 가지고 있는. 재즈 뮤지션을 꿈꾸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배우를 꿈꾸는 미아(엠마 스톤)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마지막. 다시 겨울로. 짜임새 있게. 챕터별로 정리해서 말이다.


첫 만남은 우연에 가까웠지만. 우연이라고 포장하기에는 믿기 힘든 여러 사건들로 인해 엮이게되며 결국 둘은 사랑에까지 빠지게 된다. 화끈한 여름의 시작. 여기서부터 <라라랜드>가 두루 내포하고 있는 판타지적 요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 판타지적 요소들은 <라라랜드>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져내릴 것 같은 우주 공간. 심지어는 갖가지 색들로 가득찬 한 장면, 한 장면 조차도 그렇게 느껴지곤 한다. 그러나 이 판타지적 요소들은 모두 현실에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기에 절대 '허무맹랑'이나 '당혹감' 등의 감정은커녕 도리어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현실로부터의 거리감을 느끼게 하며, 그 '감정'을 극대화로 이끌어낸다. 아름답기 그지없다. '꿈'과 같다.


이런 와중에도 세바스찬과 미아는 자신들의 꿈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데, 물론 만만치는 않다.


무슨 죽어가는 재즈냐.

무슨 네가 배우냐. 


재즈에 대해 무시 당하고. 오디션에 떨어지고. 새하얀 셔츠는 얼룩 자국으로 번지고. 자신들의 꿈이 또다른 의미에서의 꿈으로 멈출까 두렵기도 하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폭삭 풀 죽은 침대에 누울 때면. 떠오르는 생각. 내일은 어떡할 것인가. 그럴 때면. 더더욱 옆에 있는 서로에게 기대며. 의존한다. 노래와 춤, 피아노? 빠지지 않는다. 마치 이것이 사랑이다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듯. 낭만적이다. <라라랜드>는 그 어떤 '뻔한 로맨스'가 아니다. 확신한다. 다르다. 낭만은 <라라랜드>가 그 어떤 '뻔한 로맨스'가 되지 않게끔 한다. 요즈음 영화들에게서 낭만이라는 감정을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낭만이 복고의 감정으로 취급당하고 있기까지 하다.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사실 <라라랜드>에서의 낭만은 특정 장면이나 대사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에(앞서 한 번 언급했던 판타지적 요소들이 이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조금 더 신선한 로맨스 영화를 추구하고자 하시는 분들이시나 나처럼 기존 로맨스 영화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계시는 분들께 조곤히.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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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노력의 결실은 찾아오고야 말았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낙엽이 떨어진다. 가을이 온다. 슬그머니 찾아와 낙하한다. 세바스찬과 미아의 관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바래왔던 서로의 성공에 의해 멀어지게 된다. 일과 사랑 중 택해야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더군다나 그 일이 내가 평생을 바쳐 꼭 '바래왔던 일'이라면?


<라라랜드>의 결말 부분은 충격에 가까웠다. 문득 <지구를 지켜라>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현실을 떠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하나, 하나 되짚어보자. 우리가 이렇게 했더라면, 아니 이렇게 '되'었더라면 현실이 바뀌었겠지. 판타지적 요소? 낭만? 모든 것들이 한 데 섞이고 폭발한다. 감독이 이제 막 장편영화 연출을 두 편했고(당시. <위플래쉬>와 <라라랜드>.), 젊은 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천재'라는 수식어를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눈물이 흐른다(이 눈물은 쥐어짜낸 듯한 눈물은 절대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정말 주르륵.).


어쩌면 내가 세바스찬이 되고, 미아가 된 기분이다. 감독도 그 의도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라라랜드>라는 영화가 현실과 꿈 세계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네 관객들에게 따스한 위로 한 마디를 건네주는 영화가 아닐까라는 추측도 해본다.


더 많은 글을 쓰고 싶지만. 더 이상의 글은 무의미한 것 같다. <라라랜드>는 직접 보아야 비로소 아는 영화이다. 오늘 라라랜드가 재개봉했다. 극장에 찾아 직접 보는 것을 권해드린다.


영원히 깨고 싶지 않는 꿈이니까. <라라랜드>는 그런 영화니까. 



http://blog.naver.com/juncu15

네이버 블로그에서 책과 영화, 세상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16살 학생입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juncu15/2211586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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