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그런데 제10조 제3항에서는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신의 의사로 심신 장애를 유발한 자에게는 앞의 두 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령, 누군가를 상해할 의도로 술을 과도하게 마신 후, 책임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상해 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그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10조 제3항은 범법 행위와 책임 능력의 동시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함을 함축하는 것이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조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형법학자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⑤ 우리나라의 많은 형법학자들은 제10조 제3항이 범법 행위와 책임 능력의 동시성 원칙에 어긋나는 규정이 아니라고 해석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심신 장애를 유발하는 행위와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 즉 원인 행위와 범법 행위 사이에 명백한 인과성이 있으므로, 원인 행위도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 이는 원인 행위도 일종의 불법 행위로 취급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제10조 제3항은 범법 행위와 책임 능력의 동시성 원칙을 어기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나라 형법학계의 다수설이다.
⑥ 다수설은 또 제10조 제3항을 적용해야 하는 사건에서는 원인 행위도 구성 요건에 해당하므로, 원인 행위 고의성 여부도 판정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은 두 행위의 고의성 여부도 판정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은 두 행위의 고의성 여부를 각각 판정하여 고의-고의, 고의-과실, 과실-고의, 과실-과실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네 유형 중 원인 행위와 범법 행위가 모두 고의인 경우에만 고의범으로 처벌하고 다른 세 유형은 과실범으로 처벌한다는 것이 다수설의 전제이다. 즉, 책임 능력이 없는 상태에 빠지려는 고의와 책임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범법 행위를 하려는 고의가 둘 다 있었다고 판정되어야만, 고의범으로 취급하여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