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계절탓이겠지만 민낚게에 글이 너무 적네요.
지난 조행을 들춰 봅니다, 혹시나 뭐라도 끄적일만 한 게 있을까해서...
10월 말 이었나 11월 초였나 동탄 신도시 개발에 어떻게 될 지 모를 처지에 있다는 한 저수지를 찾았습니다.
전혀 맘에 두지 않았던 곳이었지만 개발에 밀려 잔존 여부가 불투명하다기에 혹시 몰라 한 번 쯤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길을 나섭니다.
역시나 네비에서 알려주는 길은 초입에 공사장에 막혀 좁은 산길을 둘러 둘러 물가에 닿았군요.
상류 줄풀밭에 눈길을 끄는 곳이 두어 곳 있었지만 낚시꾼들의 지저분한 행태가 보기 싫어 산길을 다시 헤매다 중하류권에 겨우 자리를 했군요.
하류 제방 밖에는 신도시 건설이 한장이고,
어떻게 운명이 바뀌게 될 지 모를 저수지는 낚시꾼들에 짓밟혀 시름시름 앓는 중입니다.
딱히 내키는 포인트는 아니지만 달리 자리를 구할 수 없으니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합니다.
물잔디가 약간의 띠를 이루고 빈약한 몇 가닥 줄기에 의지해 찌를 세워 보지만 물잔디가 자라기엔 수심이 너무 깊군요.
속절없는 보름달을 마냥 즐기다, 몇 마리 채집된 새우를 바늘에 꿰어 보지만 동사리의 줄기찬 공격을 당해 낼 재간이 없더군요.
이후론 급격히 컨디션이 나빠져 밤새 차에서 보냈던 기억입니다.
신도시가 들어서더라도 부디 잘 살아 남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발 낚시를 한다는 사람들은 正道 를 걷기 어려울지언정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게 행동하길....
동탄에서의 내상을 치료해야 한다는 일념에 두번이나 찾았던 진천의 소류지를 다시 들렀군요.
11월 11일이니 그것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뜻밖의 강추위가 닥칠거라는 예보가 있었는데도 꽤나 낚시를 하고 계시더군요.
지난 번 보다 역시나 낚시 쓰레기는 군데군데 늘었고...
생자리를 두 군데나 다듬었던 죄가 있어 이번엔 다른 사람이 앉았던 곳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합니다.
꽤나 모양은 마음에 드는 곳입니다.
오른쪽 포인트는 몇 가닥 물밖의 줄풀을 잘라내야 하겠네요.
가운데 약간의 물잔디가 마음을 훔칠만 한데다 왼편의 작은 골은 이 자리 앉는 것 만으로 흡족함을 안겨 줍니다.
몇 가닥의 줄풀을 쳐내고 채비를 내린 후 잠시 숨을 고릅니다.
이렇게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뭔가 만족스런 조과를 얻은 듯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군요.
한번은 스물스물 찌가 힘 줘 일어 설 것 같은 왼편의 포인트군요.
찌는 잘 뵈질 않네요.
몇 수의 작은 붕어를 기분 좋은 웃음으로 맞고 나니 어느 새 제방 너머로 해가 기웁니다.
벌써 따뜻함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기상 예보를 번쩍 떠올리게 만드는군요.
기대와는 달리 밤새 작은 붕어 몇 수가 그나마 추위에 떨고 있는 한심한 인간을 위로해 주듯 바깥 세상 구경을 나왔고,
급격하게 떨어지는 기온에 화들짝 놀라 차에 숨었다 새벽을 맞은 낚시꾼은 해가 떠오르기를 붕어 보다 더 바랍니다.
곧 해가 떠오르고, 얼마나 더 붕어를 기다려 볼까 셈을 해봅니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제법 컸었을텐데도 물안개가 짙진 않군요.
물잔디와 줄풀도 서리를 뒤집어 썼고, 낚시꾼의 마음 역시 하얗게 얼어 버렸네요.
저기 멀리 제방에서 밤을 지샌 꾼도 새벽 햇살을 맞아 기지개를 켜고,
이제 낚싯대가 마르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로 합니다.
이런 작은 붕어들이 그래도 몇 번이나 인사해 준 게 마냥 고맙기만 합니다.
이제 이곳은 내후년 정도에나 들러볼까 합니다.
지난 주 마지막 물낚시를 한 번 더 올리기로 하고,
철 지난 얘기는 마무리하기로 합니다.
이제 붕어낚시 하시는 분들은 얼음을 기다리고 계시겠군요.
안전한 취미생활 즐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