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은 인강갯수
-65개
2. 잡생각
-집에서 10일 정도 공부하면서 앞으로의 공부를 계획해보기로 했다.
-글을 남겨가며 하루 공부를 돌아보면 당일의 반성과 앞으로의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심리학 수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사람이 환경의 영향에 너무나 쉽게 휘둘리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도서관, 잘짜여진 플래너, 출첵스터디도 일종의 환경인 셈이다. 집에서는 이런 환경의 강제력을 기대할 수 없다. 요 며칠의 나를 돌아보면서, 개인의 의지는 몇몇 초인을 제외하고는 참 보잘것 없는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10일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일종의 작은 출사표로, 또 나를 얽매는 플래너로 삼을 생각이다. 주변의 잡음에 흔들리지 않도록 만드는 나만의 환경인 셈이다.
-요며칠 유아인의 글을 시작으로, 많은 커뮤니티가 젠더라는 민감한 주제를 폭발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굉장히 놀랐던 것은, 내게는 당연히 옳다고 생각했던 유아인의 글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점이다. 내가 유아인의 글에서 읽었던 메시지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SNS와 포털뉴스의 댓글란에는 굉장히 많은 반대의견이 달렸다. 메갈리아나 워마드를 옳다고 옹호할 생각은 절대로 없지만, 이렇게 큰 반대의견이 나오는 것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보지 못하는 어딘가에 큰 부조리가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나는 폭력적인 페미니스트들이 마치 원피스의 스모커 대령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폭력을 행사할때는 구체화 되지만, 그 실체를 찾으려하면 잡히는건 허망한 연기뿐이다. 몇몇 댓글에서 "메갈리아가 망해 없어진지가 언제인데"라는 얘기를 봤는데, 망해 없어졌다는 그들이 인터넷의 담론을 휘어잡고 무분별하게 젠더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유아인은 그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그가 핵심을 잘 짚어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젠더의 문제는 스펙트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쪽 끝엔 일베가 있고, 반대편 끝에는 메갈리아가 있다. 그리고 중간에는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건전한 회색분자'들이 양극을 견제하고 있다. 메갈리아는 이 스펙트럼을 흑백논리로 이분화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메갈리아의 세상에서 젠더의 문제는 남녀둘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치킨게임이고 제로섬게임이다.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다수의 여성은 메갈리아의 편을 드는 것이 당연하다. 메갈리아는 젠더의 이분법 상에서는 어쨌거나 여성의 편이기 때문이다. 젠더의 이분법이 틀렸다고 얘기하는 것은 중간에 걸친 회색분자들의 몫이다. '일베한다'가 거의 욕이나 마찬가지로 들리는 것은 좋은 예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일베가 틀렸다고 말하는데에 주저함이 없었던 사람들이 메갈리아가 틀렸다고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 중 하나가, 우리 사회가 굉장히 빠르게 발전해오면서 일종의 시차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지식도 부족하고 여유도 없어서 힘들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깊게 생각해보고 싶은 주제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아인은 글을 현학적으로 쓴다고 조리돌림 당하기 일쑤였는데, 요번 사건 이후로 사람들의 여론이 급반전하는걸 보니 묘한 생각이 든다. 어떤 말이나 글이 존재할 때 그 구성을 내용, 형식, 그리고 메신저로 나눠 본다면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은 뭘까?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영향을 받기 쉬운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유아인에게 정신병의 증후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글을 썼던 정신과 의사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이런 단편적인 진단을 토대로 유아인이 던진 메시지를 흐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메시지를 욕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비난하라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