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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대행
게시물ID : freeboard_16721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쟁이
추천 : 1
조회수 : 33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12/03 22: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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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연예계 일은 유명해지지 않는 이상 돈이 안 된다.
나야 뭐 아직 별 볼일 없는 모델 지망생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일을 구해야한다.
시간당 페이도 쎄고, 일정조정도 자유로운 일.
급할 땐 공장에서 노가다판을 전전하며 생활비를 보탰다.

어김없이 이번주 생활비를 구하고 있을 때
내가 자주 일하는 업체로부터 연락이 왔다.
[결혼식 하객역할인데 1명만 필요하다고해서 너한테만 알려준다. 열심히해라.]
다행이었다. 역할대행은 일의 강도에 비해 페이가 쎈편이었다.
물론 노가다판에서 버는게 훨씬 더 낫지만 몸이 편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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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연봉 5천에 중구오피스텔에 산덴다. 이쁘면 잘 꼬셔봨ㅋㅋㅋㅋㅋㅋㅋㅋ]
역할대행일을 하다보면 정말 별의 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
그러나 크게 몇가지 분류로 나뉜다. 성격파탄자이거나 남의 눈치를 많이 보거나
내세우기 좋아하거나. 아니면 결혼식 때 필요성에 의해 부모님 역할대행. 
가끔 집보러 가는데 바가지  씌울것 같다고, 아빠역할 혹은 삼촌역할을 
찾는 경우도 봤지만 그런건 정말 드물었다.

아껴 입는 정장을 꺼내 들었다.
정말 중요한 일 아니면 고히 모셔두는 녀석인데 
그 날 만큼은 이 옷을 입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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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손님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내일 2시에 결혼식이에요. 그쪽 사는데로 갈테니까 위치만 알려주세요.]
[저는 연남동에서 자취하고 있어요. 연남파출소 앞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0시에 갈테니까 그때까지 준비해주면 좋겠네요.]
[네 알겠습니다.]

개꿀이었다. 보통 직접 버스나 지하철타고 움직였는데
이렇게 태워다준다니 괜시리 5천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시부터 만나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외우고, 시간은 충분할 것 같았다.

오랜만에 들뜬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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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가장 아끼는 정장을 입었다.
노가다판에서 자란 근육들이 핏을 더해주고 있었다.
"이정도면 연봉 5천에 어울릴만하나?"
거울 앞에서 온갖 폼을 잡으며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 되어갔다.
연남파출소까지 거리가 가까워 집에서 기다리려다가 매너가 아닌 것 같아서
나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검정색 마세라티가 천천히 다가와 멈추더니 빵빵거리면서 창문을 내렸다.
"*** 역할대행업체 맞죠?"
"네 맞아요. 옆에 타면 되나요?"
순간 미소가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진짜 연봉  5천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뇨. 운전석에 타요. 당신이 운전 할 거에요."
"....네? 진짜요?"
"왜요? 운전 못해요? 면허 있는걸로 알고있는데"
"아뇨.아뇨.아뇨. 제가 할 수 있습니다.

졸지에 마세라티를 몰게된다고 하니 극존칭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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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운전대를 내게 넘겨주더니 이것저것 주의사항을 나에게 말했다.
쎈 케릭터였다.
처음에 존댓말을 하지 말라고 해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프로 아닌가! 라는 자부심으로 프로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기가 센 케릭터 앞에선 은근 어렵다...

분명 활발하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기가 쎄고, 고집쟁이인 것 같았다.
꼬시기는 커녕 왜 솔로인지 알것 같았다.
하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난 프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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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마세라티를 몰고 고속도로에 오르니 뭔가 기분이 좋았다.
내가 정말 잘 나가게 되면 이런 차를 몰고 이런 좋은 날 놀러다니겠지?

머릿속에는 내가 모델로 유명해졌을 모습을 열심히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 상상을 하고 있으면 차는 절로 180을 넘겨 200을 향하고 있었다

'아차차차차!' 코너가 보이자 브레이크를 훅 밟았다.
손에 식은 땀이 흘렀고 힘을 꽉주며 핸들을 다시 부여 잡았다.
의식해서 밟지도 않았는데 차가 200을 넘기려 하다니...
나중에 꼭 성공해서 이 차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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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손님이 카페에 들리자 해서 스타벅스 드라이브쓰루를 이용했다.
비록 일면식도 없는 종업원이었지만 내가 마쎄라티를 타고 있는 모습을 어필하고 싶었다

마쎄라티가 밀어주는 자신감 덕분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카드는 옆에서 손님이 건내주었다.
카드를 꺼내며 슬쩍 본 손님 민증을 보고 난 조금 놀랐다.
나랑 겨우 2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이런 차를 끌고 연봉을 그렇게 받을까?
주변에도 어린 나이에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은 은근 많았지만 매번 그들의 사생활이 궁금한건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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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위험하다는 것을 온 몸이 찌릿찌릿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감정에 빠지게 된다.
자꾸 부르게 된다.
내 앞길도 막막한데...

처음엔 단순한 역할대행이었다.

내 앞길도 막막한데...
자꾸 기다리게 된다.
그러다 감정에 빠지게 된다.
위험하다는 것을 온 몸이 찌릿찌릿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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