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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wedlock_113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또롱랑또
추천 : 31
조회수 : 2091회
댓글수 : 28개
등록시간 : 2017/12/03 16:12:29
어.. 저는 잡초같이 자란 여자예요
폭력과 주사에 바람에 사업병에 걸린 사람이
제 친부였습니다
방 두칸에 다섯식구가 모여 살았는데
네식구가 있을땐 평범한듯 하지만
집 문앞에 구두발 소리가 들리면
모두 자는척 숨을 죽였습니다
그 사람이 기분이 나쁜데 눈이라도 마주치면
트집을 잡아 때리던지
아님 엄마를 때렸으니까요
내가 맞지 않는 날은 엄마나 언니의 살려달라는 비명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안도감을 느끼는 내가 너무 역겨웠습니다
그때가 학교를 들어가기도 전인 나이예요
어느날 오랜만에 온 식구가 웃으며 티비를 보며
저녁을 먹는데
그 사람이 웃으며 내게 칼을 가져오라더니
벌벌 떨며 가져다준 칼을 엄마 목에 대고
자기를 비웃었다고 죽인다고 한게
제 여섯살의 기억입니다
저는 그 사람이 죽었을때 안도감을 느꼈고
다신 고통 받지 않아도 됨에 감사했습니다
기뻤습니다.
저는 남들처럼 사람을 믿거나 사랑을 주고 받는걸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었고
그게 사회 생활에 지장이 된다고 느낀 순간부터
남들처럼 흉내를 내며.. 살았던거 같습니다
제 지인이나 친구들은 제가 아주 많이 사랑 받고 자란
철없는 친구로 다들 이야기 하며
제 우울증을 이해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남들처럼 육아를 해낸다는게
저에겐 굉장히 힘든일이었고
그걸 해내며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했었지만
내가 이걸 하지 못하면
내가 완벽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내가 남들보다 잘해내지 않으면
내가 남들보다 힘들어하면
버려지고 남들이 날 안쓰러히 여기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게 될까봐
늘 그랬습니다
남편은 제가 어느정도 스트레스를 받는지 가늠을 잘 못했어요
내가 얼마나 힘든지를 몰랐어요
늘 척척은 아니여도 악을 쓰고 해내고
다른 목표를 잡고 또 악을 쓰고 하는게
제가 성취감이 높고 도전을 좋아하기에 그런줄 알았고
저는 용감한 사람이 되어있었어요 남편에겐..
그런 제가 아주 심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 적응기에( 원래 정신과 약은 적응기가 필요해요)
엄청난 눈물을 쏟아대다 지쳐 잠이 들고
혹은 분노감에 휩싸여서 손을 벽으로 때리고 머리를 박다
말리는 신랑 뿌리치려고 악을 쓰다 지쳐 잠이 들고
남편은 집에 있는 위험한 물건을 다 숨겨놓고
제가 울때 같이 울어주고 보다듬고
저는 그래도 또 버려질꺼 같고
어찌 살아야 하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모든게 갑자기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제가 아픈 동안 집안일 척척 해내는 남편
육아의 달인이 된 남편
저의 투정과 짜증과 예민함을
아파서 그런거라 이해해준 남편
아기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엄마 아야?
아프디마
다리 때문에 입원한 저에게 얼른와 소리를 하는
우리 딸을 보면서
진짜 많이 힘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는건
부부문제로 아이가 고통 받고 자라면
그걸 꾹꾹 참고 자라면
저처럼 뒤늦게 이렇게 터져나온다는걸 말하고 싶어서예요
아이를 엄마 혹은 아빠없는 자식으로 키우고 싶지 않아서
참고 사시거나 싸움이 잦으시거나 하시면
당신의 사랑하는 그 아이는 40이 가까운 나이가 되서
그 상처로 인해 인생이 파도에 휩쓸릴지도 몰라요
저는 잡초처럼 자라다
온실안이 너무 따뜻하고 편안해서 무서웠어요
당연한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게 너무 힘들어요
저같은 아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아픈 사람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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