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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 마지막 커피가 될 거야. 꽤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내 마지막 아침이 될 테니까 느긋하게 즐겨야지. 해는 한 시간 전쯤에 떴고, 공기는 여름날의 산뜻함으로 가득해. 살짝 시원한 산들바람도 부는 것 같아.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어.
나는 도시 외곽에 있는 펜트하우스 아파트에 살아. 이 난리가 시작되기 전에는 내 게 아니었지만, 모든 게 무너지기 시작하고 건물이 비워지기 시작했을 때, 기회를 잘 이용하기로 했지. 달리 갈 데도 없어서, 빈약한 소지품 챙긴 가방 하나만 들고 이사 왔어. 그때부턴 쭉 나 혼자야. 나, 그리고 저 아래 거리에 득시글거리는 좀비들.
난 오랫동안 아래에서 들리는 끝없는 신음과 소음을 무시하는 법을 배워왔어. 해가 질 때까지 외로운 시간을 때울 책과 게임이 많이 있었거든. 자기 자신과 체스를 둘 때 얼마나 경쟁적이 될 수 있는지 안다면 놀라게 될 거야. 하지만 오늘은 뭔가 더 따뜻하고... 어렴풋하게 결말이 다가오는 것 같아.
있잖아, 나는 오락용으로 라디오도 가지고 있어. 불행히 요즘 나오는 거라곤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정부 방송뿐이기는 해. 좀비들의 움직임과, 새로운 안전지역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방송이야. 이전 집에서 나올 때 배터리를 많이 가져온 건 정말 잘한 것 같아. 주로 라디오는 그냥 의미 없이 배경음으로 틀어두긴 하지만, 어차피 내가 곧 어딜 갈 것도 아니고. 하지만 어젯밤 방송은 뭔가 좀 달랐어.
감염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최대한 빠져나가라고 권고하는 내용이었어. 지정된 안전 지역으로 갈 수 있도록 해보라고 말이야. 각 도시마다 어떻게 안전지대에 가는지 설명해 주더라. 좀비들이 한 곳에 계속 머무르지 않는 걸 알았기 때문에, 몇 명이나 저걸 듣고 성공할지 궁금했어. 생각해보니, 살아있는 사람을 본지 엄청 오래됐네.
하지만 방송은 항상 똑같은 멘트로 끝났어. 감염지역은 곧 '청소'될 예정이기 때문에 생존자들은 최대한 빨리 안전지대로 가라고 말이야. 각 주요 도시마다 언제 청소가 시작될지 알려줬어.
오늘 아침 미사일은 오전 10시에 발사된다고 했으니까, 도시까지 오려면 아직 5분 정도 남았네.
마지막 체스 한 판 할 시간은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마신 커피 중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