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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환불 이야기(스압주의, 끝에 요약있습니다.)
게시물ID : soda_64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izui
추천 : 10
조회수 : 2613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7/11/28 22:38:43
Naturally... 자연스럽게 라는 뜻이 있지만, 당연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 XXXX란 만화를 봤습니다. 
정말 좋아해서 한국어 단행본도 샀었고, 
군대에 갔을 때, 형은 만화를 볼 수 없는 제게 XXXX의 내용을 요약한 편지를 보내주곤 했습니다. 
영원히 계속될 줄 알았던 만화지만...아쉽게도 훈련소에서 종료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어렸을 때의 추억을 좀 더 완벽하게 갖고 싶어 XXXX(양장본)을 구매하기로 하였고, 
한 번에 많이 사면 재미없을까 봐 모으는 느낌 겸 해서 조금씩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이때의 결정을 딱히 후회는 하지 않지만 돌아갈 수만 있다면 말렸을 것 같네요.

처음 구매는 인터넷 서점 1에서 1권부터 7권까지 샀습니다.
내용과 중요대사는 외울 정도로 알지만 새로 산 만화책(더군다나 양장본으로 된)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재미는 오래가지 못했죠.

1권부터 책들의 그림은 페이지 정위치 에서 벗어나기 일쑤였고, 두
 페이지를 합친 큰 그림은 양쪽의 높낮이가 맞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아 보였습니다.
3권에서는 큰 그림의 중앙부분이 밖으로 밀려나서 다른 페이지가 인쇄된 그림이 보일 지경이었고, 
그것도 한군데가 아닌 여러 페이지에서... 6~7군데쯤 그런 상태였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모두 교환하고 싶었으나 나는 진상고객도 아니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 말도 안 되는 – 생각을 하며 
나머지 책들의 문제는 작은 거라 애써 자위하며, 넘기고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3권만 교환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딱히 교환을 할 만큼 결정적인 실책은 없지만 심적으로는 짜증나는 참 애매한 책들이었습니다. 

며칠 뒤 3권을 교환받았지만 더 심한 책이 왔습니다.
인터넷 서점 1은 교환 1회차는 인터넷에서 신청만으로도 됐지만 동일한 건의 교환신청 2회차부터는 
직접 신청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상담자분과 통화를 하니 책의 잘못 된 부분을 사진을 찍어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라고 합니다. 하아...

인터넷 서점 1 상담사분은 본사측(책의 제작사)에서 책을 확인하고 보낸다고 하며 확인 시에 책의 랩핑이 제거될 수 있다고
안내받아 그러시라고 하였습니다.

책이 다시 왔습니다.
의외로 랩핑이 되어 있는 책이 왔고, ‘ 확인을 하고 다시 랩핑하느라 고생했겠다 ’ 라는 저의 순진하고도 철부지 같은 생각이
욕으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책이 랩핑이 안되어 있었고, 비닐커버 흠집 같은 걸 기억하지 않았으면 아마 같은 책이 왔을 거라고 착각할 뻔 했습니다.

전 인터넷 서점 1에서 확인도 없이 또 책을 보냈구나 하며 따졌지만 
인터넷 서점 1측 에서는 책을 저에게 보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교환신청을 다시 하였습니다.
또 사진을 찍어 교환신청 메일을 보내라고 하였고, 
‘ 어차피 저번과 같은 증상이라고 사람 똥개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뭐하는거냐 ’ 고 말해봤지만...
그들에게 타협은 절대 없었습니다. 사진을 찍어 다시 메일을 보냈습니다.

슬슬 열이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블랙컨슈머(허황된 생각 : 아직 배가 불렀구나)가 아니므로 이성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전 아퍼서 직장도 그만 두고 집에서 쉬며 산책만 잠깐식 하고 있는 사람이라 시간은 좀 많은 편이었습니다.

인터넷 서점 1에서는 더 이상 해드릴 것이 없고, 죄송하다며, 이번에는 직접 본사측(책의 제작사)과 통화를 해보라며 
본사측에 제 전화번호를 가르쳐 줘도 되냐고 했고 저는 동의하였습니다.

본사측의 영업본부장(상무 직함)님과 통화한 결과 그 책이 인쇄된 쇄의 모든 책이 같은 증상이라며 재 인쇄를 해서 
준다고 하였습니다. 그럼 그동안 이게 어떻게 팔린 거지?...-_-;
아울러 현재 대한민국 책 제작하시는 분들이 젊은 분들이 없고 일손도 많이 딸려서 은퇴했던 분들도 다시 불러 일하는 상태라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죄송하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정당하게 제 돈을 내고 원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상품을 사는 사람으로서 
제가 그따위 말 같지도 않은 사정은 절대로 알바는 아닙니다.

그래도 확인절차도 없이 책을 보내는 행위는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본사에서는 절대로 절대로 저한테 랩핑 된 책을 직접 보낸 적이 단언코 없다고 하셨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아무도 보낸 적이 없는 랩핑 된 책을 마치 마법과 같이 제가 받은 것이었죠.
될지어다. 믿습니다.

일주일 후 그 지긋지긋한 책이 또 왔습니다. 
아무도 보낸 적이 없는 그 랩핑 된 책이 왔었던 같은 택배회사의 택배로...
사과의 뜻인지 랩핑이 제거된 만화책 몇 권이 같이 들어있었습니다.

다행히 새로 받은 3권은 그런 증상이 없는 책이었습니다.

인터넷 서점 1과 본사 측에서 알아서 파쇄 하라고 하던 만화책은 누군가가 귀신같이 가져가더군요.
역시 이 책도 아무도 보낸 적이 없는 책이 왔었던, 같은 택배회사의 택배로...

불안해진 저는 이제 한권씩 사보기로 조심스레 전략을 바꿨고, 8권을 샀습니다. 
이번엔 책 앞쪽에 노끈으로 책을 묶었을 때 나타나는 뭉개짐이 보였습니다. 
하아...내가 각박한 건가? 내가 기준이 까다로운 건가? 아니면 나한테 일부로 그러는 걸까? 내 인생이 저주받은 것일까? 
별별 생각이 다 드네요.

다시 교환을 합니다. 아~~~! 신난다.
이제는 프로교환러가 됐습니다. 
벌써 알아서 사진을 찍어 메일을 보내고, 교환처 주소와 송장번호, 아이디, 이름, 교환사유를 신나게 써서 붙인 후 
택배포장을 능숙하게 마칩니다.
여유롭게 커피 한잔 때리다가 택배기사님이 올 시간에 베란다에서 배송차를 확인하고 집앞에 나가 전달해 드립니다. 

이제는 택배기사님이 길에서도 저를 알아봅니다. 몇 동 몇 호 사는지도 아시고, 
두손으로 택배 카트 미시는 기사님께 친절히 아파트 입구 번호키 눌러서 열어드리는 건 덤입니다.

구매처를 인터넷 서점 2로 바꾸고 9권부터 13권, 그 만화의 아트북 이라는 것도 샀습니다.

9권은 큰 그림의 양쪽 핀트가 맞지 않고 중앙부의 인쇄부가 밖으로 밀려서 하얗게 긴 줄이 있었고, 13권은 핀트, 흰 줄, 
다른 페이지 인쇄(3권에서 일어난 상황) 등이 일어났고 아트북은 겉 포장이 뭉그러져 찢어져 왔습니다. 
물론 다른 책들도 상태의 심함 차이만 있을 뿐 좋지는 않았습니다.

기분이 처참했습니다.
이쯤 되면 그냥 제가 재수없는 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귀찮아서 걍 넘어갔거나 랩핑을 안 뜯고 보관하고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다른 책들의 비슷한 증상은 경미하다고 생각하거나 애매하여, 크지 않은 것은 또그냥 넘어갑니다.

인터넷 서점 2쪽에서는 본사측(제작사)과 통화해본 뒤 전화를 준다고 하였습니다.
전화를 받은 내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이며, 재인쇄 계획은 없다” 라는 내용을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적으로 받은 느낌은 ‘그 정도면 책을 보는데 어려움이 없다.’ 였습니다.

드디어 화가 났습니다. 
그냥 전부 환불 해달라고 했고, 인터넷 서점 2쪽에서는 알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제가 본사와 얘기해 보게 하루만 환불의 결정을 미뤄달라고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다 모으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시리즈 물이기에... 전체 환불을 요구했지만
하자가 없는 책은 구매가 완료되었으므로 환불이 불가하다는 원론적인 개념(이해는 하지만 받아들일수는 없는) 때문에 
과정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본사측 홈페이지에 갔으나 글을 쓸 수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본사측 SNS 에 글을 남겼습니다.
답은 없었습니다.

하루고 지나고 전화번호를 하나 적어주더군요.

전화를 했습니다. 부재중입니다. 10분이면 온다는 연락은 30분이 되도 안 옵니다. 
어쩔 수 없이 스케줄에 따라 운동을 갔는데, 도중에 담당자와 어렵사리 통화가 됐습니다. 
또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설명해 달라고 합니다. 
이젠 진짜 지쳐갑니다. 그리고 밖에서 운동중이라 페이지를 모른다고...
이틀 전에 인터넷 서점 2 담당자분이랑 통화하시지 않았냐고 하니 자신은 인터넷서점 응대쪽과 부서가 다르다며 
히당 페이지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용설명을 해서 가르쳐드리려 하니 만화내용을 모르는 눈치입니다. 
그래요 제 실수입니다. 만화회사 직원이라고 만화 내용을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죠...
전화가 올 때 까지 집에 있었어야 했는데 전적으로 저의 죄입니다.

별거 아닌 것 같다는 책의 기능론을 또 얘기하는 것 같길래 ...
명품을 샀는데 조그만 흠집이 있다. 가방으로서의 기능과는 전혀 상관없다. 교환 안 하시겠습니까? 라고 말을 했습니다.

담당자는 전에도 이런 일이 있어서 처리가 됐다는 어디서 들은 듯 한 반가운(?) 내용을 얘기하네요.이 얘기를 왜 하지? 

하아 한숨이 나옵니다. 같은 책 4회 교환, 본사와 직접 교환, 그게 접니다요. 저, 저라구요...
나 블랙리스트 인가보다...쩝...유명인인가 보다...

그냥 인터넷 서점 2의 담당자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통화해 보시라구...
몇 시간이 지나도 전화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운동하는 2시간 내내 전화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운동 끝나고 씻고 나오는 도중 전화가 왔는데 받았지만 끊겼습니다.
내일 또 오겠지...만화책 핀트도 안 맞고 전화 핀트도 안 맞고...안 맞고...안 맞고

다음날 전화가 왔습니다. 

담당자 : 일본 필름을 가져와서 판형을 늘려서 작업을 하느라 기술적으로 중앙부분은 처리가 어렵고, 
              어쩌구 핀트 안 맞는 건 해주겠다. 중간에 흰 선 되어 있고, 다른 페이지 인쇄된 건 기술적으로 어렵다.

작성자 : 대학 나오셨죠? 학점은 성적에 따라 받는거죠? 근데 사회에서 남의 돈 먹을려면 몇 점을 받아야 될까요? 
              최소 95점 이상, 100점을 받아야 비로소 남의 돈 먹는 겁니다.
              기술이 없으면 책을 만들지 말고 팔지 말아야죠. 
              추억팔이로 이번에도 책(같은 내용의, 다른형식의) 또 내던데 그건 괜찮나요?

담당자 : 그건 괜찮을 겁니다.

작성자 : 제가 현재까지 귀사의 배구만화 전권(이십몇권, 글 쓰는 도중 후속권 출시기념 무료배송 광고옴..ㅋㅋ)을 다 샀지만, 
              그 4000원짜리 책도 이렇지 않습니다.

담당자 : 그건 판형이 작아서... 

작성자 : 제가 열여덟 살 때 샀던 한국 초판본도 이러지 않습니다.

담당자 : 되게 오래된 거네요...

작성자 : 결론은 안 된다는거죠? 그럼 1권부터 8권까지 전부 본사 차원에서 환불해주세요...

담당자 : 인터넷 서점 1쪽과 통화해 보겠습니다.

작성자 : 인터넷 서점 1 에서는 안된다고 하니 본사측에서 해주세요.

담당자 : 인터넷 서점 1 쪽과 통화해 보겠습니다. 인터넷 서점 1 쪽에서 전화가 갈겁니다.

작성자 :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10년전에도 이런 일 있었던 거 아시나요?

담당자 : 아니요. 10년전엔 제가 회사에 없어서

작성자 : 10년전에도 책 중간에 이중인쇄 되고 그랬어요...

통화를 마치고...

그리고 1권에서 8권까지 책을 구매한 인터넷 서점 1에서 전화가 왔고 환불해준다고 했습니다.
자꾸만 죄송하다고 하길래 책 랩핑을 찢고 확인하는 것도 아닌데 판매처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책을 제대로 못 만드는 곳 책임이죠...라고 말했습니다.

제 어린 시절 추억의 완성은 댕강 실패했네요.
그냥 지난 두 달간이 씁쓸해집니다.
집에 있던 박스테이프만 두 개를 다 써서(교환 재포장으로)...다이X 가서 새로 사야 겠네요...

몇줄 요약...

1. 만화책 삼(8월 31일)
2. 이상함, 교환
3. 이상함, 교환
4. 이상함, 교환
5. 만화책 삼(9월 17일)
6. 이상함, 교환
7. 만화책 삼(9월 24일)
8. 이상함, 교환 불가
9. 교환 불가 전액 환불 요청
10. 환불 완료(10월 16일부로 환불 과정 끝)

Naturally... 당연하게 당연히 해야 되는걸 안하는 못 한다는...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지난 두달간의 일이었습니다.

어쨋든 몽땅 환불 받았으니...약탄산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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