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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두 번째 죽음
게시물ID : panic_967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uetapens
추천 : 19
조회수 : 19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28 21: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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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죽었을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난 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축 늘어진 제 몸을 보고 충격받은 아내를 보았습니다. 아내의 손이 저를 흔드는 것도 느꼈습니다. 제가 대답이 없자 믿을 수 없어서 오열하는 아내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구급대원들이 머리를 젓는 것도 보였습니다. 
시체 안치소로 가는 내내 두려움이 저를 꽉 채웠습니다. 부검을 위해 메스가 몸을 가르자 두려움은 공포로 바뀌었습니다. 제 몸을 가르고 장기를 꺼낼 때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부검 결과 이상이 없자, 매장이 시작됐습니다. 제 몸이 구덩이에 놓이고, 위에 묘목이 올려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항상 자연친화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살아있을 때 수목장을 하는 게 삶의 순환을 완성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몸이 부패되어 가며 고통스러운 단계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따뜻한 햇살. 시원한 빗줄기. 흔들리는 가지. 마침내 저는 깨달았습니다. 나무가 제 몸을 양분으로 쓰면서, 제 영혼 또한 나무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요. 
하지만 이러한 감정 중 어떠한 것도 다음에 느낀 것과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을 느끼는 것 말입니다. 제가 묻히기로 한 숲은 다른 사람들 또한 수목장 된 곳이었습니다. 나무의 양분이 되어 삶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사람들 말입니다. 이제서야 제가 얼마나 올바른 결정을 한 것인지 알았습니다. 뭔가가 우리를 나무에게로 이끌었고, 우리는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어린 나무들은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가장 늙은 나무들은 그럴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감정과 느낌을 바로 보내면 되는데, 무엇 하러 가족의 사랑이나 햇빛의 따스함을 설명하러 굳이 한계가 있는 언어를 사용하나요? 이것은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고요함이었습니다.

수년 후, 어린 나무 중 하나에게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쟁 소식을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공했다고 했습니다. 어린 나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모두 다 똑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전쟁은 잘 풀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숲은 커지고 있었고, 우리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끄트머리에서 고통과 비탄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망자에 대한 예의로 출입 금지구역이었던 숲이, 물자 부족으로 침범당하고 있었습니다. 군수물자를 위해서 목재가 필요했던 겁니다. 무력하게, 우리는 친구들과 손자들이 우리를 베어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린 나무들이 먼저였습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욕과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다음은 늙은 나무들의 껍질에 금속 덩어리가 박혔습니다. 마침내, 가장 오래된 나무가 쓰러지며 우리에게 죽음의 감정을 보냈습니다. 

비록 볼 수는 없었지만, 벌목기가 다가오며 땅이 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들을 수는 없었지만, 날카로운 톱이 점점 더 가까오는 진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비명을 지를 수는 없었지만, 칼날이 파고들며 맞이하는 두 번째 죽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처 My Second Death
https://www.reddit.com/r/shortscarystories/comments/5g18vp/my_second_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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