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집회 몇번 나가봤었고 사람이 많은게 무섭다 생각해본적은 없었는데요 오늘은 정말 사람이 많더라구요 살면서 이렇게 많은사람 처음봤습니다
을지로 입구에서 내려 뭣도 모르고 학생들도 보고 아이들도 보며 이끌리듯이 인파를 따라 시청지나 광화문쪽으로 이동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인파가 집중되는 지점에서 이동이 멈추고 고여서 정체되는 구간에 갇혔어요 발하나 꽂을수 없고 뒤쪽에서 푸쉬가 살짝 있는상황에서 겨우겨우 건물 모퉁이에서 사람들을 피해 있었는데 움직일수 없이 갇혔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면서 숨이 가빠졌습니다 다행히 혼자는 아니었지만 제 스스로가 절 어떻하지 못하고 패닉이 되서 울음이 터져나왔는데 진정이 안되고 숨이 너무 차는거예요 수족냉증이 평생 뭔지 모르던 전데 손이 차고 벌벌 떨리더라구요 이런적은 저도 첨이라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무조건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만 들면서 어지러워졌습니다 주변에서 괜찮다고 해주는데 더 심하게 숨이 너무 차고 눈물이 줄줄 나더라구요 그대로 있으면 정말 어떻게 되버릴것 같아서 나가야한다고 무조건 몸을 일으켜서 방향도 모르고 막 걸었는데 제가 걸어나온게 아니라 어떤 아저씨분들이 그 정체되고 밀집된 장소에서 자리를 열고 길을 만들며 저를 빼내 주셨습니다 눈을 뜨면 엄청나게 밀집된 사람들속에 갇힌 제가 더 자각되고 숨은 계속 차서 눈을 거의 감은 상태에서 울면서 걸어나왔는데요 그 긴 인파속을 헤집어나가시면서 어떤 여자분은 손을 계속 잡고 주물러 주시며 괜찮다 다독여 주시고 길을 뚫어주시던 아저씨들은 여기서 정신 잃으면 안된다고 엄청 열심히 길을 터주셨습니다 인파를 따라 천천히 광화문방향으로 갔던 속도보다도 빠르게 거꾸로 빠져나왔어요 아마 엉망이던 저를보고 모여있던 분들도 비좁은데 공간을 만들어 주셨던거 같아요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드렸는데 혹시나 글 읽고 계신 저를 본 분들이 계시다면 그리고 그 비좁은 틈바구니에서도 길을 내주시려고 몸을 피해주신 분들이 보고계신다면 이글을 빌려 정말 감사하다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제가 그런 강박이나 공황?같은게 있는지 몰랐어요 솔직히 차가 막혀서 도로에 갇혔다거나 밀폐된 공연장에서 조금 긴장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동안 특별히 별일은 없었고 화장실 가고 싶은 느낌이 드는?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갑자기 그런식의 패닉은 인생처음이라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 같이 있던 일행분이 인파를 빠져나오고 나서 많이 챙겨 주셔서 금방 정신차리긴 했는데 아마도 인파 한가운데서 제가 그렇게 될지 몰랐을테니 깜짝 놀라셨겠죠
지금은 다행히 집에 별일없이 잘 도착했고 이제 안정이 되어서 글을 남깁니다 얼굴도 모르는 절 도와주시고 배려해주신 수많은분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