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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친 동생 뒷바라지를 하면서
게시물ID : freeboard_16679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domd
추천 : 2
조회수 : 2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25 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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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편지형식으로 써봤습니다. 잠이안와서..ㅎㅎ

 내 동생님, 당신이 본가로 떠나고 난 이 집이 허전할줄은 몰랐다. 시원할줄 알았는데 시원함과 섭섭함의 양가감정이 섞여있는 이밤이다.

 1년 전 이맘때, 전역 후 수능을 다시 보겠다는 너의 마음가짐은 확고했다. 뭐 어차피 할거라고 생각도 했고..

 부모님께 고등학교 졸업 후 내가 받은 3년간의 은혜가 있으니, 이번엔 내가 동생뒷바라지 해보겠다고 호기롭게 말하고 시작된 너의 수험생활ㅋㅋㅋㅋㅋ

 내 기억으론 23년 너의 인생 중, 니가 처음으로 공부란걸 시작하고, 아마 요 몇년 중에 가장 많은 공부를 했을 것이고, 가장 힘이 들고 많은 것을 깨우쳤을 한 해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그랬으니까

 언어 외국어 머리는 있었지만 공부하는 법을 몰라, 수학은 그냥 초등학생수준.. 탐구는 결정해야하는 초반.. 난 이과인지라 알아서 결정하라 했지 ㅋㅋ

 열심히 수능날까지의 계획을 세웠던 그날에도 아직 반신반의하고 있었어 나는, 니가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으련지.. 내 재수생활은 필패할 수 밖에 없는 생활습관의 나날들이었으니

 300여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7시에 학원을 가서 11시쯤에 잠드는 너를 지금 생각하니 대견하다. 꾸준함은 진짜 어려운건데

 처음에 급했던 건 수학,, 23년 인생 공부란걸 해 본 적이 없는 당신에게 중학교수학부터 수2, 미적, 확통까지 개념을 쉽게 설명해야하는 건 내 몫이었다. 수학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을 뱉었으니,, 결과적으로 우리가족의 높은 기대치에 미치진 못했지만 첫 수능에서 4점짜리 3개만을 틀린 것은 니가 얼마나 성실히 공부해왔는지를 알 수 있는 결과였다. 수년간 과외를 해도 내동생만큼 성적을 올렸던 애는 손에 꼽았으니..

 처음엔 과외로 100만여원에 달하는 학원비를 조달했으나,, 급격하게 빡세지는 나의 학과공부에 결국 나의 과외는 하나로 줄어들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수밖에 없었다....ㅋㅋㅋㅋ 한도 다 채워서 만들걸 무슨고집으로 반만뚫었는지..
 
 한도 1500만원을 채운게 9월의 중순.. 10월 11월의 수업비는 아무리생각해도 짜낼 곳이 없었다. 과외를 더 하면 내가 유급당할 판이고, 하 스트레스는 쌓이고 결국 직장다니는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다. 니 덕에 나에 대한 친구들의 신용도를 알 수 있었다. 군말없이 100만원이 넘는 돈을 빌려주더구나 후훟 고마운 친구들 이번학기만 끝나면 후딱 갚을게♥

 그렇게 수능날이 다가왔고 수능을 보고 가채점을 했고 결과는 우리에겐 실망을 안겨주었지.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겠지만, 사실 어느 누가 노베이스중의 노베이스에서, 말하면 사람들이 알만한 대학을 노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지.. 나중에 생각해보면 알게 될거야. 인터넷에만 공공연한 수기가 있지 현실에선 나말고 없었거든..ㅋㅋ

 우리 가족들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던 탓인지 꽤 괜찮은 성적을 가지고도 기뻐하지 않는 너의 모습을 보니 꼭 내 재수때 생각이 난다. 중학교수학도 모르던 놈이 평균 2등급대를 받고 원서도 안쓰고 삼수를 하겠다는 나였으니 역시 피는 못속이겠구나 지금생각이드네 

 지금은 괴로울 수 밖에 없어. 성적표가 나오기전까지는 더욱 더.. 근데 그 늪에서 발버둥치면 발버둥칠수록 더 깊게 빠져들더라 얘기했듯이 그냥 한번 쯤의 패배에 깊이 묻혀있다 나중에 숑~하고 나오는 것도 결국 큰 사람이 되는 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생각해보니 일개 대학생한테 니놈의 학원비는 엄청나게 큰 스트레스였다. 1500만원이면 후.. 레고가 몇개니? 게다가 풀어제끼는 교재들이며 매우 퍼먹는 니놈의 식성이며.. 앞으로 갚아나가야할 걸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면서 짜증이 나면서 현기증도 나기도 하지만, 모든 과정이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아마 나중에 내가 애를 낳아서 입시를 보내면 이럴 것 같은느낌이었다.

 기대와 실망의 모순된 감정을 학생들 앞에서 숨겨야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칭얼거림을 받아주고 비싼 교재값에 휘바휘바거리지만 쌓여가는 문제집들에 기특함이 느껴지는.. 그런 모습들을 내게서 보니 아 이게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디서 나따위가 주제넘게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지 그런 생각도 들고 ㅋㅋㅋㅋㅋ

 어쨋든 덕분에 올 1년은 내 혼자만의 아지트에 불청객이 쳐들어온 불쾌한 느낌과 함께, 내 28년 인생 처음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했던 너의 모습에 기특함이 느껴진 재미있는 1년이었다.
  
 열심히 공부했던 이 1년이 당장은 보상이 안될지라도 니가 배웠던 공부하는 방법과 꾸준함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좋은 무기가 될거라 믿어.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패배감을 안고있을거고, 너도 그럴거고 그냥 한달동안 풍덩 빠져있다가 다시 계획세워서 멋진 삶을 살았으면 해 1년동안 진짜 고생했어

모두들 고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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