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농심에서 탄탄면을 모티브로 한 "진짜진짜 맵다,맵다!" 라면을 출시할 때만 해도 탄탄면은 그렇게 잘 알려진 면 요리가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 탄탄면의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았던 탓에 농심은 이 라면을 탄탄면으로 어필하기 보다는 그저 매운 라면으로만 광고를 하였고,
땅콩맛이 소심하게 나면서 애매하게 매웠던 "진짜진짜 맵다,맵다!" 라면은 크게 재미를 못 봤었죠.
(그래도 저는 흔한 소고기 육수 베이스가 아닌 돼지고기 육수 베이스의 라면이라 꽤 즐겨 먹긴 했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이제는 웬만한 사람이 탄탄면을 알게 된 즈음.
농심에서는 비로소 탄탄면이란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운 "사천 탄탄면"을 드디어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국물있는 탄탄면은 중화풍이라기 보다는 일본식에 더 가깝습니다.
중국에서의 '??面(단단미엔)'은 오히려 국수에 돼지고기와 땅콩을 얹어서 비벼먹는 비빔국수 느낌이 더 강하다고 하네요.
예전에 한 요리프로에서 백종원이 라면에 땅콩버터를 넣어 간편하게 탄탄면의 맛을 재현해서 큰 인기를 모았었죠.
그 당시 탄탄면의 존재를 잘 모르시던 분들은 라면에 땅콩버터라니!!! 라면서 의아한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로 조리해 보면 라면의 매콤한 맛과 땅콩버터의 고소한 맛의 궁합이 꽤 훌륭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영양정보는 일반 라면과 비교해서 포화지방과 단백질의 비율이 좀 높은 편입니다.
아마도 별첨스프인 참깨페이스트 스프가 들어 있어서 그런것 같네요.
면은 자사제품인 신라면을 기준으로 살짝 가는 편에 속합니다.
스프는 총 3개로 분말스프, 후레이크, 그리고 별첨스프인 참깨페이스트 스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분말스프는 이외로 굉장히 평범하더군요.
탄탄면이라 고소한 향이 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사천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매운맛이 나지도 않았습니다.
후레이크는 고기와 청경채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나 제법 덩어리가 큰 고기가 눈에 띄네요.
후레이크의 퀄리티는 전반적으로 괜찮은 편이지만, 정가 1600원을 고려한다면 그렇게 푸짐하다고 볼 수는 없네요. 그냥 적당한 편.
그리고 이 라면에서 굉장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참깨 페이스트 스프입니다.
(제목이 탄탄면인데 땅콩 페이스트가 아닌 참깨 페이스트로 이름을 붙인 건 좀 애매하긴 하지만...)
봉지를 뜯는 순간 깨의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하고, 걸쭉한 땅콩덩어리가 꽤나 큰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또한, 땅콩과 깨를 고추기름으로 감싸서 젓가락으로 살짝 찍어 먹어 보면 고추기름 특유의 매운 맛을 맛 볼 수 있네요.
참고로 제가 지금까지 봤던 별첨스프 중 이 스프만큼 라면맛을 크게 좌지우지하는 별첨스프는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두 번째 먹을 때는 이 스프를 안 넣고 먹어봤는데 너무나 평범한 맛이 나서 놀랄 정도였거든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조리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우선 물 500ml에 분말스프를 넣고 팔팔 끓여줍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면과 후레이크를 넣고 4분간 더 끓여 줍니다.
그리고 불을 끄고 화룡점정인 참깨 페이스트 스프를 넣고 잘 섞어 줍니다.
평범했던 한 라면이 이 스프를 만나 비로소 탄탄면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완성된 농심 사천탄탄면.
맛은 우선 고소한 향과 맛이 빚어내는 굉장히 독특한 풍미가 있습니다.
땅콩과 참깨에서 느껴지는 이 고소한 향과 맛은 치즈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고소한 맛의 매력으로만 본다면 오뚜기 참깨라면과 자웅을 한 번 겨루어 볼만할 정도입니다.
후레이크의 고기덩어리는 라면 건더기치고는 씹는 맛이 무척 괜찮은 편이고,
굵은 면이 아닌 가는 면을 선택한 것도 탁월한 선택입니다. 확실히 너무 쫄깃하지 않고 가늘면서도 툭툭 끓어지는 면이 이 라면의 맛과는 잘 어울리네요.
(보통 꼬들꼬들한 면발이 좋아서 조리법의 시간보다 좀 짧게 끓이시는 분들도 많으신데 이 라면에 한해서는 별로 권장하고 싶진 않습니다.)
게다가 참깨 페이스트 스프의 기름들이 국물에 스며들면서 진하고 깊은 맛을 선사해 줍니다.
(진짜 이 라면은 참깨 페이스트가 하드캐리 하는 듯...)
반면,
면이 국물을 굉장히 많이 흡수하는 편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면이 급속도로 퍼지는 경향이 있네요.
게다가 면을 다 건져 먹고 난 후에 국물이 보통 라면보다 적게 남아서 밥을 말아 먹기가 좀 애매해요.
항상 라면 1개로는 양이 안 차서 꼭 밥을 말아 드시는 분들에게는 꽤나 큰 단점이 될 듯.
그리고 또 하나의 치명적인 단점.
안 매워요. 이름부터 "사천" 탄탄면이라고 했는데 이름값 대비 매운맛이 너무 약합니다.
만약 이 라면의 매운맛이 강했다면 고소하면서 기름진 맛과 시너지가 폭발하면서 훨씬 더 맛있었을 거에요.
그저 고소하고 괜찮은 맛. 딱 여기에서 멈춰버린 것 같아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많이 남는 라면이네요.
총평
- 참깨 페이스트 스프가 하드캐리하는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인상적.
- 가는 면의 식감은 좋으나, 면이 좀 빨리 퍼진다.
- 면을 다 먹고 난뒤에 국물이 적게 남아 밥 말아먹기가 애매하다.
- 더 매웠으면... 더 매웠으면... 더 매웠으면... 더 매웠으면... 더 매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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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라면 리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