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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독박 육아 체험 -상-
게시물ID : baby_225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rithmetic
추천 : 36
조회수 : 1801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7/11/16 15: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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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와이프가 심한 감기에 걸렸다.
13개월 아이도 덕분에 약한 감기 기운이 생겼다.
퇴근을 하여 아이를 보니 두 콧구멍으로 비눗방울을 불고 있었다.

나: 내일 내가 애를 볼테니 자기는 약먹고 하루 쉬어, 하루 휴가 낼께.
와이프: 정말? 할수 있겠어?
나: 내가 알아야 될거 자기가 알려주면 되지.
와: 알겠어 그럼 부탁해.
나: (뭐 어려운거 있겠어..) 그래.
와: 아이 일어날때 부터 저녁에 잘때까지만 좀 봐줘 그럼.

평소 육아에 적극적 도움을 준다고 자부하던 본인이라 별 어려움은 없다 생각했다.
그 생각이 오만과 헛된 자부심이었다는걸 그땐 알지 못했다.

07시
여보.....아가야 일어났어...
잠결에 날 흔드는 와이프의 손길이 느껴졌다.
100일이 지난 후부터 별일 없으면 통잠을 자는 아가야.
그래서 그런지 기상시간이 빠르다. 다른 엄마들은 축복받았다고 이야기 했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좀 늦게 일어나주었으면 하고 속으로 바랬다.

눈을 뜨고 옆을 보니 벌써 와이프 배위에 앉아서 딸랑이를 흔들고 있다.
푹 자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은것 같다. 난 피곤한데...

내가 일어나는걸 보더니 사운드북을 냉큼 집어와 읽어 달라는듯이 "이거~이거~" 라고 말한다.
요즘 책보는 재미에 푹빠진 딸 덕분에 한달에 책 한장을 읽기 힘들었던 내가
동화책과 사운드북이지만 그래도 몇권씩 읽을수 있다는것에 감사함을 느껴......볼려고 노력중이다.

"어젯밤에도 많이 읽어줬잖아..." 약간 귀찮은듯 말을 꺼내니 표정이 변한다.
평소에 생글생글 웃는 표정의 딸래미 얼굴이 침울해졌다. 할수 있는 어휘와 리엑션이 늘어난만큼 눈치도 많이 늘었다.
속으로 뜨끔한 감정이 올라왔다. "이리와 미안해 아빠가 읽어줄께" 딸을 사타구니에 앉히고 사운드북 단추를 눌렀다.

'곰 세마리가~♬ 한집에.....' 아침부터 노래를 부르니 목소리가 갈라져 나온다. 건조한 날씨라 목도 칼칼하다.
가습기를 더 성능 좋은것으로 바꿔야 되나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요즘 한창 물오른 흥부자 딸의 흔들흔들 리엑션을 뒤에서 보고 있자니 흐믓해진다.

물컹물컹한 아이 엉덩이가 느껴진다. 만져보니 두툼한 느낌이 든다.
밤새 싼 오줌의 양이 장난 아닌것 같다. 돌을 기점으로 이유식과 분유 먹는 양이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싸는 양도 많아진것 같다. 일단 침대에 눞히고 파자마를 벗겼다.

실컷 자다가 다시 눞히니 싫은가보다, 손사래를 치면서 머리도 도리도리를 한다. 힘으로 지긋히 눌러 못 일어나게 하니
운다. 좋아하는 호비 책을 쥐어주고 아기상어 노래를 불러준다. 그재서야 웅얼웅얼 거리면서 가만히 있는다.
묵직한 기저귀를 빼고 새걸 갈아줄려고 보니 사타구니가 빨갛다. 밤새 암모니아? 와 세균 같은것에 아기 피부가 자극을 받았나보다.
물티슈로 대충 닦아주고 갈아주는거 보다는 씼기는게 현명하겠다 싶었다.
보일러를 온수로 바꾸고 큰 수건으로 아이를 감쌌다. 화장실로 갈때까지 오줌을 안싸길 빌었다. 다행히 오줌은 안쌌다. 고마웠다.
오늘따라 적당한 온도를 못마추겠다. 사실 나한테 적당한 온도가 아이한테는 뜨거울까? 차가울까? 를 잘 모르겠다가 정답일것이다.
아이를 한손에 들고 한손으로 사타구니만 씼겼다. 아이는 불편해서 울고 내 배와 사타구니도 다 젖었다. 축축하고 찝찝하다.
갈아입고 싶지만 일단 아이부터 닦이고 보습크림을 발라주고 기져귀를 채우고 내복을 입히고 양말을 신기는것이 우선이다.

08시
벌써 8시다. 7시에 jtbc뉴스 아침엔 을 볼려고 틀어놨는데 무슨 내용을 한건지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분명 티비는 틀어놨는데..
아이가 요즘 '까까!?' 라고 자주 말을 한다. 아이용 뻥과자 가격이 아스트랄한 가격이라 인터넷에서 박스 단위로 사고 있다.
까까 라고 말을 해서 봉지를 열어주고 자기가 집어 먹으라고 하니 두개를 집는다 하나를 뺐어서 다시 넣으니 도리 도리를 하고
손사래를 친다. 저걸 누가 가르쳐 준걸까...원망을 해본다. 다시 하나 꺼내서 다른 손에 쥐어주니 웃으면서 반짝반짝 리엑션을 해준다.
니가 웃으면 나도 좋아. 토이 노래가 생각이 난다.
와이프가 옆에서 들었는지 잠에 취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밥을 먹여야지 과자를 먹이냐....."
그 말을 들으니 잊고 있던 허기가 몰려왔다.

이유식 만들어 놨어? 나의 물음에 와이프는 냉장고에 만들어둔게 있으니 대워먹이라고 한다.
문을 닫고 주방으로 가니 아이가 방안에서 닫힌 문을 두드리며 칭얼거린다.
와이프 자는데 방해가 될거 같고 방안에서 뭔가 넘어트리거나... 어쨌든 불안하다.
아가야를 들고 주방으로 갔다. 서늘하다. 식탁위에 아이를 올려놓거나 바닥에 내려놓을수는 없다. 
내가 쓸수 있는 팔은 한팔 뿐이다. 냉장고를 열어두니 작은 솥이 보인다. 이유식인것 같다.
열어보니 호박과 팥으로 만든 이유식 같다. 이유식 용기에 평소 곁눈질로 보아왔던 양을 덜어담고
전자렌지에 돌렸다. 30초를 돌렸다. 아직 찬기운이 있는것 같다. 30초를 더 돌렸다. 많이 뜨거운것 같다. 젠장.
냉장고에서 본 아이용 치즈를 한장 꺼내서 섞으면 온도가 내려갈거 같다.
아이용 숟가락을 두개 챙기고 방으로 돌아왔다.

밥먹일때 가만히 있질 못하는 딸을 위해 좌식용 의자에 앉히니 갑갑해서 싫은지 도리도리 손사래를 시전한다.
아기상어 노래를 불러주니 언제 그랬냐는듯이 그루브를 탄다. 이런 흥부자 녀석.
아이손에 숟가락 한개를 쥐어 주었다. 얼마전부터 자기가 먹겠다고 이유식 먹일때 숟가락을 자꾸 빼앗어 간다.
숟가락으로 이유식을 푹찍어서 쪽 빨아먹는것 밖에 못하지만 그래도 살겠다고 이것저것 배우는거 같아 뿌듯하다.
하지만 그러면서 흘리는게 반이라 결코 유쾌하기만 한 일은 아니다.

내가 먹어볼땐 아무 맛도 없는것 같은 이유식이지만 냉큼냉큼 잘 받어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자기가 먹겠다고 자꾸 숟가락을 들이밀고 내가 든 숟가락을 빼앗아갈려고 한다. 밥 먹이는게 쉬운일이 아니다.
"어머니, 저도 예전에 이랬나요?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엄마가 보고싶어진다."
아이를 먹이면서 아까 옆으로 던져버린 아이 과자 반쪽을 주워 먹었다. 아무맛도 없지만 허기가 져서 그런지 맛있는것 같다.

1/3은 흘린듯 하다. 물티슈로 흘린 이유식을 닦고 좌식 의자를 닦으니 물티슈를 많이 썼다.
와이프가 물티슈를 계속 사는 이유를 알거 같다.
난장판이 된 턱받이를 갈아주고 코밑과 입 주위를 닦아줄려고 하니 울음을 터트린다. 힘으로 제압을 하고 닦아주니
꽥 소리를 지른다. 와이프를 닮아서 성격이 보통이 아니다. 어디가서 맞고 다닐 아니는 아닌듯 하다.

나도 뭘 먹어야 될듯 싶고 이유식만으로는 부족한듯 싶어 분유를 타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프 한테 뭐 먹을거 있냐 물어보고 싶지만 곤히 자는 모습을 보니 깨울수가 없다.

아이를 다시 주방에 대리고 갈수 없으니 좌식의자에 앉히고 핑크퐁 동영상을 헨드폰으로 틀어줬다
다들 어려서부터 보여주는게 안좋다고 하는데 이럴땐 어쩔수가 없는것 같다.
평소 와이프한테 이런걸로 잔소리를 한 내가 머쓱하다.
아이 손에 닿을수 없는 위치에 잘 고정하고 방을 나섰다 다행히 울거나 보채는 소리가 안들린다.
핑크퐁에게 내년 노벨 평화상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별다른 반찬이 없다.
허기가 너무 져서 뭘 만들고 싶은 생각도 없다. 눈어 띄는 달걀 2개랑 김을 꺼내고 밥통을 열어보니 찬밥이었다.
보온이 꺼져 있엇다. 밥 주걱으로 밥을 푸기도 힘들다. 적당히 덜어 렌지에 돌리고
후라이랑 김으로 대충 먹었다. 어제 국대 축구 경기 칼럼을 보면서 밥을 먹고 싶었지만 휴대폰이 아이한테 있는 관계로
그냥 멍하게 먹었다. 서늘한 주방의 기운. 렌지로 억지로 댑혀진듯하지만 밥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 안어울리는 조합 같다.
어찌하다보니 잔반없이 다 먹엇다. 싱크대에 대충 식기를 던져두고 아이 분유를 만들었다.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랑 다르다.
우유를 소화를 못한다. 우유만 먹으면 설사를 한다. 어른도 설사를 하면 몸이 힘든데 얼마나 아팠을까.
일찍 알아차려주지 못한 내가 바보 같다. 그래도 모유는 어찌어찌 잘 받아먹어줬고 분유에서 그런 문제가 생긴것 같아
불행중 다행이라 생각했다.
콩분유만 먹였더니 변비가 생겼다. 의사선생님과 상담 후 내린 결론은 일반분유랑 콩분유를 최적의 비율로 섞여서 먹이는 방법이었다.
일반분유의 설사기가 콩분유의 변비기를 잡아주는 효과랄까.
몇번의 시행착오끝에 일반분유 1큰스푼 콩분유 6작은스푼으로 비율을 고정시켰다. 다행히 잘 싸는것 같았다.

오늘 먹일 분유들을 미리 휴대용 분유통에 미리 덜어담아 두고 그 동안 물을 끓였다.
물도 보온병에 미리 담아두면 바로 바로 먹일수 있어 편할것이다.
와이프가 평소에 하는 것들을 유심히 본게 큰 도움이 되는것 같다. 
이렇게 하는거 보면 와이프도 머리가 참 좋은것 같다.
물이 끓는 소리가 들리고 분유를 담아둔 젓병에 물을 담고 꼭지를 닫고 흔드니
꼭지에서 물총처럼 분유가 뿜어져 나온다. 뚜껑 쪽에서도 막 부글거리면서 새는것 같다.
밑에 분유가루도 침전되어 섞이지를 않는다.
물먼저 넣어야 된다는걸 잊어먹은 내 실수다. 물도 너무 뜨겁다. 손바닥이 얼얼하다.
와이프가 알면 화낼텐데...

대충 물티슈로 식탁이랑 주위를 닦고 분유병도 닦고 어쩔수 없이 냉동실에 분유를 넣었다.
저번에 한번 너무 뜨거운 분유를 준적이 있어 아이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와이프도 놀란적이 있다.
그때 맞은 등짝이 아직도 얼얼한듯 생생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수는 없다.

분유가 식을동안 식탁위에 널부러진 어제 쓴 젓병과 이유식 그릇들을 보았다.
저걸 언제 씻고 삶지...?
어젯밤 와이프가 할려는걸 호기롭게 내가 내일 하겠다고 한 내자신이 후회가 된다.

적당하게 식은 분유에 감기약과 유산균을 타고 방으로 향했다.
의사선생님은 감기약을 분유에 타지말고 직접 먹이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했지만
몇번 직접 먹이다 먹은걸 다 토하고 사래들리고 하는걸 보니 어쩔수 없이 분유에 넣을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약이랑 유산균을 탄 분유이니 다 먹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품에 앉고 분유를 먹이니 이제는 자기가 분유통을 잡고 먹는다.
"우리 애기 이제 스스로 잡고 먹네, 다 키웠네?" 내가 이야기 하며 웃자
아이도 눈읏음으로 화답을 한다. 기분이 좋다.
코 안에 콧물이 차 있는지 분유를 먹는 숨수리가 거친듯 하다.
코로 비눗방울을 부는것을 보고 물티슈로 닦아주니 분유병을 던지며 소리를 친다.
"아빠가 잘못했어..." 굽신굽신 대며 다시 우유병을 물려주었다.
우리집 상전은 아기다. 난 집사. 다행히 대마왕은 자고 있다.

뜨끈한 분유를 먹으니 잠이 오는것 같다.
결국 다 먹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감기약과 유산균이 아깝게 느껴졋다.
나중에 대마왕..아니 와이프가 보면 화를낼듯이 불보듯 뻔하니 아이를 조심스럽게 와이프 옆에 눞히고
싱크대로 가서 조금 남은 분유를 버렸다.
생각해보니 이유식을 먹었으니 그만큼 분유를 조금 덜 타야하는데 그걸 생각못한 내 잘못이다.

10시.

아이도 자고 대마..아니 와이프님도 취침중이다.
한숨을 돌리니 집안꼴이 눈에 들어온다.
거실한쪽 구석은 매트 위에 아이 장난감 블록과 걸음마 수레? 타요 드럼 같은걸로 난장판이다.
주방도 설겆이 거리들로 어지럽다.
아이 둘은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냉동실에 예전에 사놓은 수박바를 하나 먹으면서 플렌을 짜봤다.
결론은 대충 잡히는대로 하자. 플렌을 무슨. 거꾸로 수박바 사먹어 봐야지.

아이옷들을 전부 세탁기에 넣었다. 어른 옷하고 같이 빨지 말라는 와이프 말이 떠올랐다.
전용 세제랑 전용 코스로 따로 돌렸다.
그동안 아이 장난감이랑 거실 청소를 하였다.
마음같아서는 진공청소기로 확 돌리고 싶지만 아이랑 마나님께서 깨어날까봐 빗자루 질을 하였다.
오랜만에 빗자루 질을 하니 허리가 아팠다. 다행히 걸래질은 밀대라서 덜 아팠다.

평소 와이프가 플리마켓과 장난감도서관에서 장난감을 잘 구해오는데 아이가 신명나게 가지고 놀아서 옆에서
보기 흐믓했는데 치우는건 다른 이야기라 느꼈다.
블럭을 하나 밟았는데 너무 아팠다. 주마등까진 아니었지만 나라잃은 슬픔이 혹여 이런게 아닐까 싶었다.

쿠션패드(?) 까지 다시 깔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좋게 다시 배치하고나니 세탁기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빨래가 다 되었나보다.
빨래를 꺼내보니 따뜻했다. 아이꺼라고 온수로 돌아간것 같았다. 전기세 보다 아이 건강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겨울이라 방으로 옮겨 놓은 빨래 건조대에서 마른 빨래를 걷고 아이 빨래를 널었다.
어른 옷에 비해 조막만한 아이옷이 유난히 귀여웠다.
랄프 로렌, 겝, 버버리, 아이 옷에 택을 보니 비싼 브렌드 옷이 있다. 분명 여동생이 조카 입히고 물려준 옷일꺼다.
조카 덕에 우리 아이가 호강하네...
아빠도 돈많이 벌어서 너한테 좋은 새옷 사줄께.. 자고 있는 아이한테 속으로 말해주었다.

마른 옷을 거실에 앉아 개면서 처음 뉴스를 보았다. 내일이 수능이구나...
내 수능날은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젠 잘 기억도 안난다. 그저 어머니가 손잡아주며 최선을 다하거라 라고 하신 말씀밖에.

내 옷과 와이프 옷을 세탁기에 넣었다. 물 온도를 찬물로 바꿨다. 아껴야 잘 산다는 와이프 말이 떠올랐다.
설겆이를 하는데 고무장갑에 구멍이 뚤린것 같았다. 손가락이 시려웠다. 와이프 손이 거칠어진게 이거 때문일까?
수세미도 두개가 있다. 하나는 필시 아이용 수세미일듯. 눈으로 덜 더러운듯 한걸로 먼저 아이꺼 부터 씼었다.
아이용 세제를 뭍여서 씼었다. 작은 그릇이라 자꾸 손에서 떨어진다. 연습이 필요한듯 하다.
대충 씼고 다 삶아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큰 솥을 꺼내 물을 부어 끓이기 시작했다.
나머지 그릇들을 다 씻을려고 보니 아침에 먹은 밥그릇에 묻은 밥풀이 굳어있어 잘 안씼긴다.
물에 담궈놓을걸....대충 씼었다간 와이프의 불호령이 떨어질게 뻔하니 온힘을 다해 문질렀다.
힘들다.

한참 뒤 물이 끓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동안 마신 믹스 커피 한잔이 몸을 좀 대워주고 카페인이 정신을 각성시켜 준듯하다.
임신중과 모유수유할때 커피를 못마신 와이프가 안쓰러워진다.
분유병과 이유식 그릇을 순서대로 담궜다.
플라스틱인 분유병을 끓는물에 담궈도 되나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오래 담궈도 된다와 빨리 꺼내라 의견이 분분하다.
헷갈린다. 그냥 10초만 담그자. 내열성이지만 그래도.
10초를 센다. 뜨거운 수증기 때문에 안경이 뿌옇게 된다. 불편하다.
이상하게 생긴 집게로 젓병을 들어올렸다. 뜨거운물이 집게를 타고 손에 흘렀다. 엄청 뜨거웠다. 속상하다. 조심해야지.

젓병 건조대에 빼곡하게 들어찬 젓병들과 따로 싱크대에 놔둔 이유식 그릇들을 보니 뿌듯했다.
밥값을 하는것 같았다. 나중에 와이프 일어나면 자랑해야겟다 생각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열두시 반이다. 벌써 점심시간이다. 배는 안고프지만 지금이 아니면 못먹을듯한 예감이 들어 밥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침에 보았듯 별거 없다. 구석을 보니 콩나물이 조금 있는게 보였다. 콩나물국을 끓여야겠다.
밑을 보니 무 조금과 생선묵이 있다. 저녁은 오댕탕을 끓여야겠다.

시간이 애매해서 백미쾌속으로 밥을 하고 콩나물국을 끓였다. 오랜 자취생활을 통해 그럭저럭 요리 실력을 쌓은 내가 대견하다.
맛을 보니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 혹시나 해서 와이프를 조심히 깨우니 혼자 먹으란다. 계속 자고 싶단다. 혼자 먹어야겠다.
티비를 보면서 먹어야겠다 싶어 좌상에 차려 거실로 갔다. 티비를 트니 재미있는걸 안한다. 게임 체널에선 LOL 결승전 재방만 한다.
아는 선수가 없다. 옛날 스타1 중계는 재미있게 곧잘 봤는데 LOL은 그만한 재미는 없는것 같다. 조금만 봐도 어지럽다.
내가 직접할때는 안그랬는데.
다행히 다른 체널에서 M16을 틀어줬다. 서유리를 보니 열파참 밖에 생각이 안난다.

점심을 먹고 그릇들을 물에 담궜다. 인간은 역시 진화의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설겆이를 보낸다.


출처 어제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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