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에 간만에 늦잠자려고 누웠는데 서울시 카톡에서 지진경고문자가 왔습니다.
깜짝놀라서 뉴스를 켜봤더니 이미 난리가 났더라구요.
많은 분들 놀라시고 수능도 미뤄져서 다들 혼란한 상태이실때를 틈타 지진 경험담 뿌리고 갑니다.
칠레 거주 2년차
7.0 이상 지진 1회, 5도 대 지진은 일상적임
위 사진은 7.1 지진 이 일어난 후 여진 기록
지진 후 공포에 떨며 지진국 홈페이에 들어가봤더니 시간대별로 여진상황이 나오는데
여진이 6.0이상이니 이건뭐 그냥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이 곳은 지진이 일상인데, 어느정도 일상이냐면
규모 5.0정도 지진은 개도 안짖는다.
그리고 용어가 2개로 나뉘어지는데 temblor =진동, terremoto=지진
규모 7.0까지도 temblor(진동)이라는 용어를 뉴스에서도 그리 쓰길래
아니 대체 그럼 언제 terremoto(지진)이라는 용어를 쓰냐고 물어보니
한 8.0은 넘어야 하지 않겠냐고 한다. 허, 참...
7.0 지진이 왔을때 일하는 가게에 손님들(칠레사람) 있었는데
진동이 일어나고 거의 기절초풍하는줄 알았다.
유리장이 흔들리고 물건들이 떨어지는건 둘째치고 순간적으로 몰려오는 그 극한의 공포에
맨날 죽고싶다고 하는 사람도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하는 엄청난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 공포가 몇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진정이 안된다.
가게 건물이 한 3~40년 된 오래된 상가건물(7층짜리)인데 뭐 8.0이상 지진도 몇번 이겨내고도 아직까지 멀쩡하다.
어느정도로 멀쩡하냐면 7.0 지진때 진열대 위에 세워놓은 작은 상자가 진동에 떨어졌다.
그나마 200그람정도 짜리 아주 가벼운 것, 떨어져도 다칠일도 없을 것들만 떨어지고 무거운건 쓰러지지도 않았다.
그대신 유리창은 덜더럳러더럴르르르르 소리내며 흔들리는데 그 공포가 어마어마하다.
유리가 영화에서 처럼 팡 하고 터져 파편이 날라올 것같고 아무튼 엄청 무섭다.
그래도 뭐 손님들은 별로 신경안쓰고 오오오오오 이거 좀 쎈데? 이정도 반응.
옆 가게 연세 좀 있는 아줌마들 몇명은 뛰쳐나오긴 했지만 대부분 뭐야 오늘 왜이렇게 쎄게나가 정도의 반응이랄까?
이런 반응이 있을 수있는 이이유는 칠레는 내진설계가 상당히 잘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또한칠레 사람들 스스로도 이에대한 프라이드가 아주 높다.
오죽하면 술먹다 지진이 나면 진도 맞추기 놀이를 한다던지, 신나서 소리를 지른다던지...뭐 이런 말도안되는 행동을 한다.
진도 7.0 이 넘어도 지하철 점검 하느라 멈추는정도 말고는 전혀 세상돌아가는데 아무이상이없다.
(나만 빼고.. 너무 무서워ㅠㅠ)
작년인가 제작년에 이탈리아에서 6도대 지진으로 삼백여명이 죽었는데
시어머니가 밥먹으며 티비보다가 저긴 뭔데 지진 6도에 사람이 저렇게 많이 죽냐며 쯧쯧 거리셨다.
그리고 다음 겪은 큰지진은 자다가 엄청나게 큰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극심하게 흔들렸는데
와 이건 진짜 대박이다. 8.0감이다 하며 정말 무서움의 끝을 달리고 침대에서 내려와 어떡하지 어떡하지 안절부절 못하다가 지진이 끝났다.
방에 유리창이 ㄱ자 전면 유리라 유리가 정말 무섭게 흔들렸다.
생각외로 규모는 5.8정도였다. 진앙지나 깊이에 따라 체감하는게 다르기 때문에 더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진짜 그때는 바로 죽을것 같아서 눈물이 날뻔했다.
옆방에 있던 남편(현지인)은 그냥 축구를 보고있었다.
휴대폰이 쉴새없이 울리는데 친구들이 간만에 큰 지진이라며 신났다.
아직도 지진이 나면 너무 무섭고 적응이 안돼지만 지진 날때마다 칠레 사람들의 반응이 더 적응이 안됀다.
하지만 그 건 곧 재해예방에 대한 국가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2015년 8.3 규모의 강진이 일어났을 때도 사망자가 11명 정도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그것도 대부분 노환이나 심장마비 등 지진이 직접적 원인이 아닌 간접 원인이었다.
그리고 각 가정마다 기본 구호대비는 하고 산다.
하루는 시댁에 대형쓰레기통에 물이 가득채워진걸 보고 이게 뭘까 한참 고민을 했는데
알고보니 지진이나 단수에 대비해서 항상 물을 받아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 중 한명은 비상시를 대비해 항상 비상키트를 가지고 다니는데
왠만한 구급용품은 물론이고 비타민같은 것도 모두 구비해 가지고 다닌다.
크기는 작은 여성화장파우치 정도.
딱히 학교다닐때 엄청나게 교육을 시키지도 않는다는데
어릴때부터 훈련을 잘 받아서인지 재난이 일어났을때 대비책도 모두 잘 숙지하고 있다.
이를테면 강진이 일어나면 책상 밑이 아니라 매트리스 밑에 숨으라든지
침대옆에는 항상 비상용신발을 놓아야 한다 든지(그래서 강진이 일어나도 티비화면을 보면 맨발로 나온 사람은 찾기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낯선사람이 주는 건 먹지말아야되고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지말고
이런것 만큼 자연스럽게 어렷을때부터 주지를 시키는것같다.
일본에서는 살아보지 않아서 어디가 지진이 더 많이나는지 내진설계는 얼마나 잘되어있는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칠레 사람들의 남미특유의 유쾌함+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 대비에 기본은 철저히 지키는 건축, 국가 때문에
지진에 대한 두려움도 훨씬 적은 것같다.
ps. 그 대신 비나 눈이 오면 비상사태가 일어난다. 몇달 전에 20년만에 폭설이 내려서 3일동안 정전이 되고, 길에 신호등이 작동을 안고 온동네에 나무가 다 터져서길마다 나뭇가지들이 수북해서 음산함마저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그 길을 뚫고 운전해서 우리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을 보니 얘네는 정말 대자연이 무섭지가 않은가 우려가 들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