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현직 국회의원들에게도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시작된 이른바 '국정원 게이트' 사건이 정치권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야 국회의원 5명에게 총 10여차례에 걸쳐 회당 수백만원씩 이른바 '떡값'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현직 의원들로, 이 가운데 3명은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도 입성한 재선·3선 의원이며 2명은 20대 초선 의원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국정원 간부들이 국회 상임위원회 참석 등을 위해 국회를 방문할 때 일부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외부에서 식사 자리를 갖고, 그 자리에서 특수활동비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대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의 상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정원이 국회의원들에게 특수활동비를 전달했다는 관련자의 진술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박근혜정부의 실세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5000만∼1억원씩 약 4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지난 2일 구속했다.
검찰은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건넨 것으로 지목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을 상대로 지난 8∼9일 19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남 전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취임 후 청와대 요구를 받아 매달 5000만원씩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보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10일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통해 박 전 대통령측에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13일에는 이병기 전 국장원장도 소환해 조사했다. 이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임 시절 자신의 측근 홍모씨를 통해 이 전 비서관에게 정기적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여야 국회의원들과 친분이 깊은 이 전 원장이 의원들에게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전달했는지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