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오늘의 유머(가벼운 이야기)
'철썩' 소리와 함께 후덥지근 했던 과학실의 분위기가
파도라도 맞은듯 이내 조용히 시원해진다.
김민석의 손바닥이 동식이의 뺨에 닿은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이렇게나 더운날에 말이다!
- 미쳤나 이게? 뒤질래, xx?
- ...
김민석은 동급생에게 처음 들어보는 사과 부탁에 몹시도 화가 난듯 하다.
한여름 태양 같이 이글대는 눈으로 동식이를 노려보던
김민석이 후다닥 자리를 앉게 만든건 수업 종소리와 함께
그날 따라 일찍 과학실에 들어오신 과학 선생님의 한마디 였다.
- 자, 자리에 앉아 에어컨 좀 줄이고!
동식이는 자리에 가서 앉은 뒤 맞은 볼을 어루만지고 있었고
김민석은 분이 덜 풀린듯이 평소보다 미간에 더 힘을 주고
이마에 주름을 만들고 가끔씩 동식이를 처다보며
턱에 힘을 주어 이를 물고 있었다.
수업시간 내내 초조하던 나는 결국 동식이에게
무언의 눈빛을 보내어 어떻게든
이 일을 해결하려 했지만(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거나 김민석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동식이는 붉어진 뺨 때문인지
수업내내 얼굴을 들지 않았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나가시길 기다린 뒤
나는 동식이에게 바로 달려가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나
종이 울렸는데도 에어컨 바람의 심각성에 대해 연설을 하시던
과학 선생님은 결국 쉬는 시간 절반이나 까먹으셨다.
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다들 빠르게 교실로 이동해 가면던 중
나는 동식이에게 조용히 다가가 말했다.
- ...동식아, 괜찮아?
- 어, 괜찮아. 아무리 그래도 맨날 저러는건 문제가 있지. 내가 알아서 할게. 근데 과장님 만화는 꼭 봐라.
- 선생님한테... 이야기 하는게 낫지 않을까?
- 괜찮아. 피 안나.
- 나 때문이라면 그럴 필요 없어.
- 너 때문이니까 그러는거야. 쪽팔리잖아. 쟤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순간 놀랐다.
너가 날 위한 한 말 때문에, 그래 나 때문에.
그렇게 김민석 저녀석의 허튼소리를 듣고 있으면서도 그만 하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별일 없는 상황에 그저 안주 하고 있던 내 상태의 대해서 부끄러워졌다.
조금 까지만 해도 나한테 있어 동신이는 그저 옆에서 떠드는걸 좋아하는 시끄러운 친구였다.
물론 지금도 그런 친구지만. 그런 내 친구가 맞았다는 생각에 갑자기 분함이 치밀어 올랐다.
그것도 나 때문에!
교실로 돌아 간 뒤 자리에 필기구를 놓고 김민석 자리에 가서 대뜸 쏟아 놓듯 말했다.
- 야, 김민석. 사과해라, 나하고 동식이 한테
말해놓고 나니 한 여름 에이컨이 고장난 차에 방치된 물처럼
내 몸이 몹시 기분 나쁘게 뜨거워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 이 새끼들이, 진짜 미쳤나?
'퍽' 이번엔 조금 둔탁하지만 깊은 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소리가 크진 않았지만 타격은 컸고, 이상 야릇하게 교실 학급 분위기는 이내 불 같이 달아올랐다.
그렇다. 나 오윤호가 선빵을 날린 것이다. 선방필승.